금감원, NH 금융그룹에 칼은 빼들었지만…제재 방안 ‘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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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NH 금융그룹에 칼은 빼들었지만…제재 방안 ‘험로’ 
  • 이정환 기자
  • 승인 2024.03.15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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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농협중앙회 금산분리 예외 적용…농림부 관할로 지배구조 직접 개입 어려워 

 

NH 농협금융지주
NH 농협금융지주

 

금융감독원이 농협금융을 상대로 고강도 검사에 들어갔다. 최근 100억원대 배임사고가 터진 농협은행 외에도 NH농협금융지주, NH투자증권으로 검사를 확대하고 있다. 심지어 금융계열사에 검사팀을 상주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중앙회와 NH지주간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문제 전반을 면밀히 들여다 보겠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공식 취임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교체 시기에 맞춰 내부통제 미흡과 인사개입 등을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강 회장으로서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금감원 검사의 직접적인 단초는 NH투자증권 차기 대표 추천 과정에서 벌어졌다. 우선 농협금융지주는 전문성을 내세운 '증권맨' 윤병운 NH투자증권 부사장을 차기 대표로 추천했다. 반면에 농협중앙회는 '농협맨'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NH투자증권 차기 대표 후보로 내세웠다. 결국 농협금융지주가 내세웠던 윤병운 부사장이 지난 11일 차기 대표로 내정되면서 사태는 일단락 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금감원은 NH지주의 근원적인 문제인 지배구조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농협금융 계열사들의 잇단 사고들이 지배구조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불투명성 해소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 농협중앙회의 잦은 인사개입도 금융계열사의 경쟁력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판단이다. 과거 농협은행의 배임사고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는 NH선물의 외환송금 사고도 있었다.

금감원 농협금융 고강도 검사 돌입…지배구조 ‘정조준’  

금감원이나 NH금융지주 입장에서는 현 시점이 지배구조 개선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적기로 보고 있다. 강 회장 부임 초기인데다, 고위 관료 출신인 이석준 NH금융지주 회장의 ‘입김’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용•경제 사업 부문이 분리(신경분리)됐음에도 농협중앙회가 지속해서 금융계열사의 인사•경영에 개입해 금융사의 경쟁력과 안정성을 해쳤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농업지원사업비라는 명목으로 지불하는 브랜드 사용료이다. 브랜드 사용료는 NH지주가 농협중앙회에 매분기마다 지출하는 금액인데, 이 금액의 지출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NH지주가 농협중앙회에 낸 농업지원사업비 규모는 2018년 3858억원에서 2022년 4505억원으로 17% 급증했다.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기 때문에 농협금융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업지원사업비는 농협법에 근거해 정당하고 적법하게 부과하고 있으며, 이 사업비는 산지유통 활성화 등 회원과 조합원에 대한 지원에 필요한 재원으로 사용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농림부 관할로 제제와 제도마련 쉽지 않아... 대주주 적격성 심사 예외 적용

금감원의 검사가 한계에 부딪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국내 금융사는 산업자본의 금융사 지분 보유규제와 같은 엄격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고 있다. 대주주가 금융사 자금을 쌈짓돈 쓰듯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협금융의 대주주인 농협중앙회는 이 같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농협법 제12조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금융지주사와 그 자회사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의결권 행사 금지 조항을 적용 받지 않는다는 예외를 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농협중앙회에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도 어려운 구조다. 신협을 제외한 상호금융기관은 금감원이 건전성 감독만 할 수 있을 뿐 지배구조까지 개입할 수 없다. 농협 중앙회는 농업진흥이라는 특수 목적에 따라 설립된 곳인 만큼 이에 대한 지배구조와 영업행위 규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관장하기 때문이다. 농림부의 협조가 있어도 각 사업별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켜 있어 제재와 제도 마련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금감원은 지배구조를 농협 중앙회가 아닌 NH지주와 금융계열사를 통해 역추적해서 들여다 봐야 하는 한계가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농협중앙회를 정점으로 구시대적 지배구조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농협금융그룹의 리스크에 혁신 필요성은 있으나, 실효성 있는 제재와 제도마련에는 진통이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환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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