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도 잇따른 금융사고로 얼룩진 시중은행...책무구조도 도입으로 내부통제 고삐 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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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도 잇따른 금융사고로 얼룩진 시중은행...책무구조도 도입으로 내부통제 고삐 죌 수 있을까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4.03.14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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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중은행 2곳에서 100억대 배임사고 발생
오는 7월 책무구조도 도입돼
금융권, 법률 도입을 위한 실무 작업에 돌입
"은행 지점은 점조직이기에 금융범죄 완전 근절은 힘들어"

 

올해들어 NH농협은행과 KB국민은행에서 연달아 자체감사를 통해 은행 내 배임 사고를 적발했다. 이에 올해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 예정인 책무구조도에 대한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편 책무구조도를 도입한다고 해서 은행 내에서 벌어지는 금융범죄를 완전히 근절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도입을 위해 내부적으로 실무적인 준비를 분주히 하고 있다"며 "법무법인의 법률적 조언을 받는 은행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13일 국민은행에서 자체 감사를 통해 약 104억 규모의 부당대출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적발했다. 경기 안양시 소재 모 지점의 직원 A씨가 작년 말 대출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한 상가의 담보가치를 실제가격보다 크게 부풀린 것이다. 이는 대출 상환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업무상 배임에 해당된다. 

앞서 지난 5일 농협은행에서 109억원 대의 배임 사고를 적발해낸 지 8일 만이다. 농협은행 측은 "대출 과정에서 한 직원이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고 해당 직원을 형사 고발했다"며 "사고 발생기간은 2019년 3월부터 작년 11월까지다"라고 밝혔다. 

금융사고는 과거부터 매년 연례행사로 발생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3년 7월까지 금융권에서 발생한 배임액은 무려 1013억8000만원에 이른다. 심지어 작년에는 BNK경남은행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이 3000억원에 달하는 돈을 횡령하기도 했다.

연달아 시중은행에서 금융범죄가 발생하자 금융업계 안팎에서는 내부통제의 고삐를 더욱 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오는 7월 3일에 본격 시행될 예정인 책무구조도(responsibilities map)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책무구조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1월 2일에 공포된 바 있다. 

책무구조도란 CEO를 포함한 금융사 임원에 담당 업무에 대한 내부통제 책무를 배분해 책임소재를 이전보다 분명히 하도록 하는 문서를 뜻한다. 지금까지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은 금융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임원들의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점을 이용해 처벌을 쉽게 피해갔다. 

가령, 은행 내의 영업본부에서 금융범죄가 발생하는 경우 소속 임원과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내부통제의 책임을 지게 된다. '1인 1역' 체계를 구축해 금융범죄를 근절하는 것이 책무구조도를 도입하는 근본적인 목적이다.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금융권은 책무구조도 도입에 앞서 실무적인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금융권에서 가장 먼저 책무구조도 도입을 공식화한 바 있다. 이에 신한은행에서는 작년 책무구조도 작성을 이미 완료해 관련 이행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KB·하나·우리금융 역시 책무구조도 도입을 위한 TF팀을 구성해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잰걸음을 하고 있다.

한편, 현장에서는 책무구조도를 도입해 내부통제를 강화한다 한들 금융범죄를 완전히 근절하기란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금융범죄 건수가 줄어들 순 있으나 금융범죄는 결국 개인의 문제이기도 한 만큼 앞으로 100% 근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은 중앙으로부터 통제를 받긴 하나 수천개에 달하는 지점이 점조직처럼 운영되기 때문에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문제는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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