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포커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실적악화 결자해지 각오로 '반전 카드' 꺼내나?..."NH회장재직시 우리투자증권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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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포커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실적악화 결자해지 각오로 '반전 카드' 꺼내나?..."NH회장재직시 우리투자증권 매각"
  • 이정환 기자
  • 승인 2024.03.2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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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완전 민영화, 공격적 경영행보 발판...비은행권 강화 실적부진 타개는 당면과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지주가 지난주 예금보험공사 보유지분을 전량 매입하면서 민영화 작업에 마침표를 찍었다. 민영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지 8년 만이다. 

2016년 예금보험공사는 우리은행과 공적지원자금 지원관련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을 해제하고 사실상 우리 금융 경영에서 손을 뗐다.   

이 결정을 주도한 인물이 당시 금융위원장이었던 임종룡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다. 취임 때부터 '관치' 꼬리가 붙었던 그가 역설적으로 우리금융의 민영화 작업을 주도하고 스스로 매듭지은 셈이다. 

이번 민영화 작업으로 임 회장은 공격적인 경영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민영화 완료한 임 회장, 본격적인 공격 경영 나서나

지난 26년 동안 공적자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사업확장과 혁신에 제약을 갖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인수합병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하락한 실적을 회복하고 취약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야 할 큰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임 회장의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선임되자마자 '관치' 논란에 휩싸이면서 각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임 회장은  금융위원장과 국무총리실 실장(장관급),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우리금융노조, 시민단체 등은 '관치금융 반대'를 내세우며 연일 시위를 벌였다.  심지어 "우리금융이 모피아 올드보이의 놀이터로 전락할까 우렵스럽다"는 비난까지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임 회장은 자신을 둘러싼 '관치' 논란에 굴하지 않았다. 고위 경제관료와 농협금융 회장을 지내면서 올린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금융 혁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로 그는 지난 2013년 "농협금융은 제갈량이 와도 안된다"고 한 NH 농협금융을 맡아 변화를 주도했다. 

NH 농협금융지주의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는 임 회장의 대표적인 성과다. 그에게 우리금융은 농협을 키울 때 희생된 '아픈 손가락'이다.   

'결자해지' 비은행 부문 강화 최우선 역점

임 회장은 올해 초 기업명가 타이틀을 회복하겠다고 한 데 이어 글로벌 부문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올해 당기순이익 1위를 달성하겠다는 야심도 내비쳤다. 

이를 위한 당면 핵심과제로 증권업을 비롯한 비은행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이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증권, 보험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올해는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 구성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오랜 숙원인 완전 민영화를 마무리했기 때문에 내부통제와 분위기 쇄신작업이 한층 더 강화될 것" 이라며 "이를 통해 비은행 계열사 M&A 등 공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 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취임 이후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의지를 꾸준히 드러냈다. 지난해 자기자본 1조~3조원 규모의 증권사 인수를 추진해왔으나, 시장에서 마땅한 매물을 찾기 어려웠다.

결국 우리금융은 중소형 증권사를 인수하는 대신 우리종합금융과의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는 방식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현재 우리금융은 포스증권의 인수를 적극 추진 중이며 연내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규모가 700억에 못 미치는 소규모 증권사지만 증권업 진출 교두보로서는 충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리금융 입장에서 올해 시장여건이나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괜찮은 편이다. 의외의 반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우리금융지주는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사태에서 유일하게 피해갔다. 금융감독원 조사에서도 우리은행은 아예 빠져있다. 

우리금융지주가 타 금융지주에 비해 부동산PF 관련 손실이나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 홍콩H지수 관련 ELS 불완전판매 이슈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것도 유리한 환경이다. 
 
우리금융의 완전 민영화로 그동안  주가 발목을 잡았던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예보로부터 매입한 주식 전량을 소각함으로써 주주환원을 높이고 당국의 증시 저평가 해소 압박에도 자유로워졌다. 주가하락 리스크 요인을 없앰으로써 외인 등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금이 풍부해지고 건전성 이슈가 해소됨으로써 인수합병을 위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금융계 제갈량' 결자해지 위기 타개할까?  

'금융계 제갈량'으로 불린 임 회장이지만, 지난해 우리금융의 실적은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실적 개선과 비은행 확충 등 우리금융 앞에 놓인 핵심 과제에서 큰 진전이 없다는 평가다. 임 회장은 취임 당시부터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은행 의존도는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우리금융 전체 순이익 2조 5,167억원 중 은행 비중이  99.9%를 차지하면서 2022년(92.1%)보다 7.8%포인트 확대됐다.

순이익도 전년대비 무려 20% 가까이 줄어들었다.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이상의 감소폭을 기록했다.  3위인 하나금융과의 격차도 22년에는 4107억 원에 불과했지만, 23년에는 8500억 원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지난해 증권사 등 비은행 부문 자회사 인수를 통해 그룹 전반적인 실적 개선을 도모했지만 비우호적인 시장 상황과 매물 부재에 따라 우리금융의 인수합병(M&A) 의지는 연내 실현되지 못했다. 

임 회장으로서는 증권사 인수 등 취약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고 지난해 하락한 실적을 회복하는 것이 발등에 떨이진 불인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내외적인 환경을 볼 떄 증권사 인수와 비이자, 비은행 수익확보가 결코 녹록치  않다" 면서도 "임 회장이 과거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 때 그랬던 것처럼 증권사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기업금융 등에서 수익다각화를 꾀하면 퀀턴점프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취임 2년째를 맞는 임 회장이 결자해지의 각오로 우리금융의 완전한 민영화를 이룬데 이어, 자신의 '아픈 손' 우리금융그룹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정환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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