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안 쓰는 명칭 '식물성 우유'... 미국에선 논란 '활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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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안 쓰는 명칭 '식물성 우유'... 미국에선 논란 '활활'
  • 문슬예 기자
  • 승인 2024.02.1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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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낙농업계, "우유 대체품에 ‘우유' 쓰면 안 돼"... 일부 美정치권 지지
국내에선 제품명에 ‘식물성 우유' 표현 안 써… 유업계, "식약처 권고 따른 것"
우유자조금위, "언론·포털에서도 '식물성 우유' 표현 자제해야"... 소비자 혼란 가능성↑

미국에서 '식물성 우유' 시장의 규모가 커지자, 미국 낙농업계에서 식물성 대체음료에 '우유(Milk)’라는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식물성 대체음료 시장의 성장이 우유 시장에 위협이 되자 낙농업계가 "수유 중인 동물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면 우유라는 이름을 붙여서는 안된다"며 정치권에 호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반면 국내의 경우 식물성 대체음료의 제품명에서 '우유'라는 표현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유업계에 따르면 식약처의 권고 등으로 국내 유업계에서는 진작부터 '우유' 표현을 자제해 왔다고 전해진다.

한편,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제품명 뿐만 아니라 언론·포털 등에서 사용하는 '식물성 우유'라는 표현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식물성 대체음료에서 '우유'라는 표현은 찾아보기 어렵다.[사진=문슬예]
국내 식물성 대체음료에서 '우유'라는 표현은 찾아보기 어렵다.[사진=문슬예]

16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에서 '식물성 우유' 명칭을 두고 논란이 거센 반면 국내에서는 식물성 대체음료에서 '우유'라는 표현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미국 유업계에선 '우유(Milk)'란 용어를 두고 논쟁이 뜨겁다. 미국 우유 시장에서 식물성 대체음료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육박하자, 미국 낙농업계가 정치권에 "식물로 만든 우유 대체품에 '우유'라는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호소한 것이다. 이러한 낙농업계의 의견에 일부 미국 정치권이 지지를 표현하면서, 해당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일각에선 국내에서도 해당 논란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녹색경제신문>이 취재한 내용에 따르면 국내 유업계에선 식물성 대체음료 제품에 '우유'라는 제품명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대다수의 식물성 대체음료의 제품명에는 '우유'라는 단어 표기 대신 '식물성 재료'의 명칭이 활용되는 등 음료의 성분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는 이름이 사용되고 있었다.

유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권고나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이하 우유자조금위)의 요청에 의해 식물성 대체음료 제품에 '우유'라는 표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16일 <녹색경제신문>에 "식약처의 '식물성 대체음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나 우유자조금위의 '우유' 표현 자제 요청에 따라 표기를 바꿔서 제품 출시를 진행한 측면이 있다"며 "정책과 요청에 따라 홍보나 제품 소개에서 해당 표현의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식물성 대체음료'는 성분에 우유가 포함되지 않은 것이 맞다"며 "'우유'라는 표현을 자제하고 명확한 제품명을 사용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식약처는 지난 2022년 초부터 식물성 대체음료에 '우유'라는 표기를 자제할 것을 권고해왔다. 또한 식약처는 더욱 정확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해 지난 2022년 10월부터 '대체식품표시협의체'를 결성해 꾸준한 논의를 거쳤고, 지난해 11월엔 '대체식품의 표시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16일 <녹색경제신문>에 "낙농육우협회, 유업계, 관계 부처, 소비자 등과 '대체식품표시협의체'를 결성해 충분한 의렴 수렴을 거친 후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며 "표시 지침이 명확하지 않으면 몰라서 법령을 위반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해당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유럽 등 식물성 대체음료에 대한 세계 정세도 계속 변화 중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변화도 반영해 가이드라인을 정비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식약처가 지난해 11월 27일 발표한 '대체식품의 표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우유를 사용하지 않은 식품에는 '우유'나 '유' 표시를 할 수 없다. 또한 대체한 원재료명을 병기하더라도 우유를 사용하지 않는 식품에는 '귀리 우유', '아몬드 우유'라고 표시할 수 없다.

식약처가 발표한 '대체식품 표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식물성 대체음료에 '우유'를 표시할 수 없다.[사진=문슬예]
식약처가 발표한 '대체식품 표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식물성 대체음료 제품명에 '우유'를 표시할 수 없다.[사진=문슬예]

한편, 국산 우유를 홍보하는 기관인 우유자조금위는 제품명뿐만 아니라 언론 매체나 포털 등에서도 '식물성 우유'라는 표기 대신 '식물성 대체음료'가 정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전히 언론이나 포털 제품 홍보에서 식물성 대체음료에 대한 표기가 '우유'와 혼재돼 사용되고 있는데, 소비자의 혼동을 막기 위해서라도 명확한 명칭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유자조금위 관계자는 16일 <녹색경제신문>에 "여전히 기사나 포털 제품 소개에 '식물성 대체음료'보다 '식물성 우유'나 '대체 우유'라고 표기되는 경우가 많다"며 "우유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제품에 '우유'라는 표현이 사용되지 않도록 꾸준히 홍보하고 정정하려고 애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식물성 '우유'라는 표현을 보고 '우유'가 들어간 제품으로 받아들이는 소비자가 있을 수 있다"며 "소비자의 식품에 대한 인식이 혼동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용 표현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우유자조금위가 지난 2021년 전국 성인(18~69세) 85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약 40%가 우유와 식물성 음료(아몬드, 귀리 등)의 영양성분이 같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식물성 대체음료 시장은 지난 2022년 기준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33% 증가했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식물성 대체음료'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용어 사용이 소비자와 사회 전반에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슬예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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