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기업대출 확대 제동 걸릴까...태영건설發 부동산 위기에 은행권 건전성 관리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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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기업대출 확대 제동 걸릴까...태영건설發 부동산 위기에 은행권 건전성 관리 '촉각'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4.01.1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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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대출 잔액 767조...전년 말 대비 64조 증가
부동산 및 건설업 연체율은 2019년 이후 최고 수준
태영건설, 은행으로부터 7000억원 넘게 빌려
5대 은행, 충당금만 작년 3분기 기준 10조 적립
태영건설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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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이 전년 대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잔액이 소폭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인해 건설 및 부동산업의 대출 연체율이 늘어나고 있고 태영건설발 여파가 여전히 남아있어 은행들의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별로 상황이 상이하나 태영건설 위기로 인해 일부 은행에서는 추가로 충당금을 적립해야 할 압박을 곧 느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작년 12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67조313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말 703조6746억원 대비 무려 63조6393억원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잔액이 소폭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5대 은행의 작년 12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2조409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692조5385억원 보다 1291억원 감소했다. 

기업대출이 늘어나는 이유는 은행들이 지난해 국민을 상대로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기업대출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또 작년 가계부채가 급증하자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이를 관리할 것을 압박하기도 했다. 

부동산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기업대출이 작년 크게 늘었다. 16일 한국은행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금융업권별 건설·부동산업 기업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현재 전체 금융권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608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인 수치로 1년 전 580조8000억원 대비 27조7000억원 늘어났다.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그러나 해당 업권의 연체율이 늘고 있어 은행의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은행권의 건설·부동산업 연체율은 각각 0.58%·0.15%로 집계됐다. 2019년 3분기 0.64%, 2020년 2분기 0.17%를 각각 기록한 이후 가장 높다.

은행권의 부동산 고정이하여신(NPL)비율도 같은 기간 0.27%를 기록해 2021년 1분기 0.3% 이후 약 2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에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는 태영건설이 은행으로부터 빌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잔액만 4593억원에 달한다. 단기차입금 2550억원을 포함하면 도합 7000억원이 넘는다. 워크아웃에 들어갈 예정인 태영건설이 또다시 유동성 문제를 겪을 경우 은행들의 손실은 불어날 공산이 크다. 

이에 은행권은 앞다투어 대손충당금 적립을 늘리며 건전성 관리에 분주한 모습이다. 5대 은행의 작년 3분기 말 기준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10조2298억원으로 전년 동기 8조665억원 대비 2조1633억원 증가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농협은행이 2조7771억원을 적립해 1위를 기록했으며 국민은행이 2조2519억원을 쌓아 뒤를 이었다. 그 뒤로 하나은행 1조8039억원, 신한은행 1조7782억원, 우리은행 1조6187억원 순이다. 

올해 역시 공격적인 충당금 적립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대출이 느는 상황에서 부동산 및 건설업황이 좋지 않고, 태영건설이 추후 채무불이행을 하게 되면 PF발 경제위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진 태영건설 여파가 금융시장, 특히 은행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태영건설로부터 받아야할 빚이 남아있고, 또 건설업종에서 대출 연체가 늘어나는 점은 은행으로서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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