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9’, 파격 할인 소식에 소비자 반응 엇갈려...‘신차는 1원도 할인 안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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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EV9’, 파격 할인 소식에 소비자 반응 엇갈려...‘신차는 1원도 할인 안된다는데?’
  • 박시하 기자
  • 승인 2023.12.12 2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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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EV9', 5~6월 생산차량 900만원 가까이 할인
-극히 일부 차량 2000만원 가까이 할인했지만 판매완료
-원하는 트림·옵션 선택할 경우 할인되는 금액 없어
본지가 직접 받은 (좌)EV9 견적서·(우)EV9 상담내용[사진=녹색경제신문]

기아가 EV9 차량을 2000만원 할인한다는 소식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12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기아는 초기 생산한 차량 중 미세한 흠집 등 문제가 있는 차량만 2000만원 가까이 할인했으나, 이는 극히 일부 차량으로 현재는 구입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아 대리점 관계자는 “EV9 재고 차량 5000대를 2000만원 할인해서 판매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2000만원 가까이 할인 판매한 차량은 5월 이전에 생산한 오래된 재고 차량으로 미세한 흠집 등이 있는 차량”이라고 말했다.

이어 “EV9이 2000만원 할인한다는 소식에 많은 분들이 매장에 직접 방문도 하시고, 이전에 구입하셨던 분들이 항의 전화도 하셔서 난처한 상황”이라며, “통상적으로 연말에 자동차 제조사에서 재고차나 전시차를 저렴하게 팔거나, 약간의 흠이 있는 차량을 고객들한테 사전에 고지하고 저렴하게 파는 것인데, 마치 모든 EV9 차량을 2000만원 할인하는 것처럼 알려져 여러 고충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EV9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EV9 차량을 2000만원 가까이 할인받았다는 인증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약 8500만원의 차량의 할인받아 6000만원 대에 구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소비자들이 2000만원 가량 할인을 받았는지, 어떻게해서 큰 폭으로 할인을 받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 알려지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12일 <녹색경제신문>은 서울의 한 기아 대리점을 찾았다. EV9 구입을 희망한다는 말에 ‘2000만원 할인한다는 말을 듣고 오셨냐’라고 물었다. 그렇다고 답하자 대리점 관계자는 EV9의 재고 5000대를 2000만원 할인한다는 정보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초기에 생산한 재고 차량 중 미세한 흠집 등이 있는 차량 일부만 900만원 가량 할인해서 판매했다는 것이다.

기아 내부 문서를 확인한 결과 5~6월에 생산된 차량은 900만원, 7월에 생산된 차량은 600만원을 할인하고 있었다. 또, 5~6월에 생산된 전시차는 300만원,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이 소진된 지역에서는 500만원을 추가로 지원하고 있었다. 이에 더해 차량에 미세한 흠집 등 문제가 있는 경우 추가로 할인을 한다고 알려졌다. 단,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이 소진된 지역에 사는 사람이 5~6월에 생산된 차량 중 흠집이 있는 차량을 구입할 경우에는 2000만원 가량 할인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고 차량의 경우 트림, 옵션, 색상 등을 선택할 수 없다. 본지는 어스(Earth) 트림에 6인승 스위블, 컨비니언스, 모니터링, 스타일, 21인치 휠, 메리디안 프리미엄 사운드, 빌트인 캠 2, 듀얼 선루프가 탑재된 차량을 구입하겠다고 말했다. 이 조건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상당수가 선택했다고 밝힌 일명 ‘인기 사양’으로, 조건이 맞을 경우 색상은 상관없다고 했다.

인기 사양의 재고 차량을 찾기는 어려웠다. 어스 트림에 6인승 스위블과 듀얼 선루프만 장착된 ‘판테라 메탈’ 차량, 어스 트림에 6인승 스위블만 장착된 ‘오로라 블랙 펄’ 차량만 있었다.

원하는 옵션이 갖춰진 신차의 경우 할인받을 수 있는 금액은 ‘0원’이다. 현재 기아차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포인트가 적립되고, 차량 출고 시기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으며, 결제일 기준으로 프로모션 혜택이 생긴다면 이것 또한 적용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기아 대리점 관계자는 “2000만원 가까이 할인한다고 알려진 차량의 경우 원래 그 수가 많지는 않았다”면서, “현재는 모두 판매된 것으로 확인되지만, 일부 고객들은 이 차량에 대기를 할 수 없냐고 문의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제 값을 주고 EV9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보상을 요구하고 있고, 비싼 가격으로 구입을 망설였던 소비자들은 구입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EV9을 구입한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기아 고객센터에 할인 관련해서 지속적으로 문의를 하고 있다는 글도 있고, 본사에 항의 방문을 하겠다는 글도 올라와 있다. 또, 커뮤니티 차원에서 의견을 취합해 기아에 추가로 혜택을 요구해야 한다는 여론도 확산되고 있었다.

사전 계약으로 EV9을 구입했다고 밝힌 A씨는 “이 가격이면 외제차를 사지 왜 국산차를 사냐는 사람들의 만류에도 EV9을 샀다”면서, “차는 비교적 만족스럽게 타고 있지만 플래그십 모델에 대한 프리미엄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고, 이번 가격 할인 사태를 보면서 더 실망스러웠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싸게 주고 샀는데, 2000만원 할인하는 차나 안팔려서 재고떨이하는 차라는 인식이 퍼지면 타고 싶겠냐”면서, “현실적으로 할인폭이 커지면 중고차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몇 달 만에 수 천만원을 감가상각 당하게 되는 것”이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반면, 가격 때문에 EV9 구입을 망설였던 사람들은 구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달 초 EV9을 계약했다고 밝힌 B씨는 “원래 차를 살 때 깡통차를 사기 때문에 좋은 조건으로 차량을 구입할 수 있었다”면서, “알려진 것보다 할인율이 높지는 않았지만, 여러 대리점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견적도 받아보고 추천도 받아서 비교해 본 후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원하는 조건의 차량을 잡아준 분께 구입했다”라고 말했다.

EV9 할인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안그래도 EV9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단체 행동을 해야한다,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등 여러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출시할 때는 프리미엄, 플래그십 모델 등 고급화를 내세우더니 갑자기 가격 할인을 내세우니까 나같아도 어이가 없을 같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나야 싸게 사서 좋지만 따지고 보면 사전계약 때 구입한, 더 많이 탄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게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EV9을 사기 전에 수입차도 알아보니 아우디나 BMW도 1000만원 넘게 할인하고 있고, 내년에 페이스리프트 하는 모델은 더 많이 할인하고 있었는데 기아도 조금 억울한 점은 있을 것 같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박시하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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