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기 증설, 기축아파트는 더 어렵다...‘비용 문제부터 입주민 반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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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기 증설, 기축아파트는 더 어렵다...‘비용 문제부터 입주민 반대까지’
  • 박시하 기자
  • 승인 2023.10.18 0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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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기 증설, 비용 발생에 입주민 갈등 생겨
-재건축 앞둔 구축아파트, 감점 우려에 충전기 증설 반대
-전기차 충전구역, 차 있어도 비워있어도 민원 발생해
아파트 내 전기차 충전구역[사진=녹색경제신문]

환경부가 전기차 충전기 의무 설치 규정을 강화했다. 기존에는 신축 건물에만 전기차 충전기 의무 설치 규정을 적용했지만 앞으로는 기축 건물로 확대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2025년 1월 28일까지 100세대 이상의 기축은 총 주차면의 2%, 신축은 5%의 전기차 충전시설 및 전용주차구역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기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기차 충전기 의무 설치 규정을 달성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가 전기차 충전인프라 확대를 위한 대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녹색경제신문>은 현장을 찾아 어떤 문제가 있는지 꼼꼼히 짚어봤다.

■ 전기차 충전기 증설, 주민 갈등 일으키는 비용 부담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 500세대가 넘는 규모의 아파트지만 지하주차장이 2개 층밖에 없어 항상 주차난에 시달린다. 1세대 당 주차공간이 1대를 겨우 넘지만, 다수의 세대에서 2대 이상의 차량을 보유하면서 ‘주차자리를 맡기 위해 칼퇴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알려졌다. 해당 아파트 입주민은 주차난으로 갈등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기까지 많은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먼저, 전기차 충전기를 지상에 설치할 것인지 지하에 설치할 것인지를 두고 입주민들 간에 의견이 분분했다고 전했다. 지하에 설치하면 화재 발생시 알아차리기가 어렵고, 진압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상에 설치할 경우 별도의 공사 비용과 부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지하주차장에 설치하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이 입주민은 향후 전기차 증설을 위해 변압기를 교체해야 한다면 비용 부담을 두고 더 많은 갈등을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직까지 전기차를 보유한 입주민들이 소수이기 때문에 변압기 교체 비용을 모두에게 부담하라고 한다면 누가 동의하겠냐는 것이다. 특히, 차량을 소유하지 않은 세대와 전세나 월세로 세입자가 살고 있는 세대에서는 반대가 더 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재건축 추진 중인 기축아파트, 전기차 충전기 설치하기 위해 변압기 교체하면 감점

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 기준[사진=국가법령정보센터 캡처]

서울시 노원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 1000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에서는 재건축이 한창 추진 중이다. 재건축 승인 신청까지 여러 절차가 남았기 때문에 오는 2025년 1월 28일까지 전기차 충전기 의무 설치 규정에 따라 충전기를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위해 변압기를 교체하면 재건축 승인시 감점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입주민들의 반발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1990년대까지 건축된 아파트의 세대별 전력 사용 설계 용량은 일반적으로 1kW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사용 용량이 설계 용량을 웃돌면서 전력소비량이 많은 계절에는 정전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구축아파트에서는 전기차 충전기 설치 및 증설을 위해서는 변압기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변압기 교체는 ‘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 기준’의 건축 마감 및 설비노후도 평가에서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국토안전관리원 관계자는 “재건축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설비가 노후화된 것이 유리하다”면서, “만약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위해 변압기를 교체했다면 설비가 노후화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 재건축정책팀 관계자는 “전기차는 정부에서 권장하는 사항이고 우리 시에서도 권장하는 사항인데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한다고 해서 재건축 승인시 감점을 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변압기를 설치하고 이런 얘기도 처음 들었는데, 우리가 플러스를 주면 줬지 마이너스를 줄 수는 없고 개별적으로 디테일한 기술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정부 및 지자체가 현장의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 텅텅 비어있는 전기차 충전구역, 주차자리 부족한데 없애버리자며 빗발치는 민원

주차자리가 부족해 통로에 주차를 한 상황[사진=녹색경제신문]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전기차 충전구역 때문에 많은 민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입주민들 중에 전기차를 보유한 사람들은 소수지만 전기차 충전기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설치했고, 향후 정부의 정책에 따라 충전기를 증설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떤 민원이 또 발생할지 걱정된다고 전했다.

관리사무소에 가장 많이 제기되는 것은 ‘전기차 주차구역이 텅텅 비어있는데, 일반 주차구역은 자리가 없다’는 민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민원은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는 다수의 아파트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퇴근 후 아파트 주차장을 확인해 본 결과 전기차 충전구역에는 1대의 차량만 충전 중이었고, 일반 주차구역에는 자리가 꽉 차서 주차구역이 아닌 곳에도 주차된 차량이 있었다.

아울러 ‘충전이 끝난 전기차 차주에게 차량을 옮겨달라는 연락을 해줄 수 없냐는 연락도 받는다’고 말했다. 아파트 주변에 마땅한 전기차 충전소가 없고, 아침에 차량을 운행하기 위해 충전을 해야하는 것은 알지만 무리한 요구에 곤란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민원이 매일 발생하면 입주자대표회의에 전기차 충전기 증설에 관한 안건을 올려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하겠지만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기차를 보유한 해당 아파트 입주민은 “전기차를 사려면 집밥을 먹일 수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집밥이 단순히 아파트 내에 설치된 충전기가 아니라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충전기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면서, “전기차를 운행하는 동료들에게 물어보면 퇴근할 때 주변 공영주차장이나 대형마트에 차를 충전해놓는 경우도 있다고 전해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전기차 관련 정책들이 전기차 보급 확대에만 치우쳐져 있고, 인프라를 근본적으로 확충하기 위한 제도들은 부족한 것 같다”면서,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위주로 만들겠다고 하는 상황에 맞게 정부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시하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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