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자본력 앞세운 시장 잠식 아니냐는 비판... 통합망 등 구조적 해결 필요
SKT・KT・LGU+국내 이동통신 3사와 KB국민은행의 알뜰폰(MNVO, 가상 이동통신망 사업자) 업체가 영업 적자를 내면서도 시장 점유율을 늘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를 감수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대기업이 자본력을 앞세워 알뜰폰 시장을 잠식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알뜰폰 시장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이통3사의 자회사와 금융권의 알뜰폰 업체에서 큰 폭의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5년간 이통3사 자회사 알뜰폰 5개 사의 누적 영업손실은 229억원이며, KB의 누적 영업손실은 492억원에 달한다. 6개 사업자의 영업손실이 700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이통3사의 자회사와 KB의 대규모 영업 적자의 원인을 이들의 과도한 영업 행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모회사인 이통3사와 거대 시중은행의 자금력을 활용해 공격적인 프로모션과 다양한 경품 등 물량 공세로 가입자를 빠르게 늘려온 것으로 분석된다.
대기업 알뜰폰의 시장 점유율(순수 휴대폰 가입자 기준)은 2018년 36%에서 올해 8월 52%까지 증가해다. 80여개의 전체 알뜰폰 사업자 중 대기업 알뜰폰 6사가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형상이다.
윤 의원은 “과기부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알뜰폰 시장의 적자는 규제나 정책환경이 미비하기 때문이 아니라 대기업 자회사와 금융권에서 적자를 감수한 비정상적인 영업행위를 일삼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막강한 자본력으로 비정상 영업행위를 하는 일부 사업자의 영업 적자만을 가지고 마치 전체 알뜰폰 시장이 여전히 재정적 지원이 필수적인 양 호도하며 사실은 정부 자신들의 규제권 강화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대기업과 일반 중소기업 알뜰폰 업체들은 도매단가 등 애초에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구조”라면서, “이통3사와 같은 대기업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이 이통3사의 망을 알뜰폰 업체가 빌려 쓰는 구조에서 벗어나 ‘통합망 구축’과 같은 구조적 해결책 없이는 공정한 경쟁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아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