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삼성전자 공식 파트너社, 어떻게 만들어졌나...오픈마켓 점령한 ‘그들만의 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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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삼성전자 공식 파트너社, 어떻게 만들어졌나...오픈마켓 점령한 ‘그들만의 리그’
  • 우연주 기자
  • 승인 2023.06.25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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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공식 파트너사 되려면 최대 억단위 보증금 지급해야
공식 파트너사가 신뢰 높다?...“정보 업데이트 안되고, 오류 만연”
“삼성 파트너사 모두가 관행으로 인정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방식
[사진=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쳐]
[사진=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쳐]

A씨는 이사를 앞두고 제습기를 구매하려 인터넷을 뒤지던 중 고민에 빠졌다. '삼성전자 온라인 공식 파트너社(이하 파트너사)'로고가 있는 스토어에서 제습기의 가격이 69만원인데 반해, 같은 모델의 제품인데도 파트너사 로고가 없는 스토어에서는 34만원으로 가격 차이가 두 배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둘 다 무료배송이고 정품이기 때문에 A/S도 문제 없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아무래도 공식 파트너사에서 구매하는 것이 안전할 것 같아 파트너사의 상품을 선택했다.

진입 장벽이 낮을 줄 알았던 온라인 오픈마켓에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그들만의 리그'가 있었다.

23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 결과, 오픈마켓 사업자들은 소비자가 선호하는 삼성전자 파트너사 로고를 달려면 ‘대리점 가입’을 해야 한다. 하지만 대리점이 되려면 최대 수억원 규모의 보증금을 삼성전자에 지급해야 하기에 진입장벽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에서만 월 4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B사의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10여년 전쯤 삼성과 공식 파트너사 계약을 맺어 지금은 다를 수도 있지만, 상품의 종류에 따라 억 단위의 보증금을 삼성전자에 먼저 지불하기도 하고, 보증금을 안 내는 대신 상품을 어느 정도 선구매하는 조건, 보증보험을 드는 것 등 다양한 조건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파트너사인 C사의 관계자는 "우리도 처음 온라인 공식 파트너사가 될 때 대리점 계약을 하면서 1~2000만원 정도 보증금을 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파트너사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면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C사는 삼성전자의 파트너사인만큼 삼성전자의 제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면서 네이버 기준 월 6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쳐]
[사진=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쳐]

파트너사가 아니라면 동일한 삼성전자 제품을 판매하더라도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기 힘들다는 게 대다수 자영업자들의 의견이다.

네이버에서 월 매출 800만원 정도의 가전제품 전문 스마트스토어를 운영 중인 C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공식 파트너사' 로고가 없다 보니 소비자가 주저하는 것이 느껴진다"며, "우리도 계약 코드를 갖고 있어서 삼성전자 본사에 출고 요청을 넣고, 접수되면 기사가 소비자에게 연락해서 배송을 진행한다. 똑같은 상품이 맞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 D씨도 "파트너사 로고가 없어도 정품 취급하는 곳은 많다"고 말했다.

이에 C씨에게 왜 공식 파트너사가 되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그는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규모가 작으면 힘들다"고 답했다.

삼성전자의 공식 홈페이지는 마치 파트너사에서 구매해야 안전할 것만 같은 인상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준다. '삼성 온라인 공식 파트너 안내'에는 "삼성전자에서 보증하는 정품을 취급하는 '삼성전자 온라인 파트너가 맞는지 꼭 확인하고 구매하세요", "배너의 움직이는 홀로그램 로고를 꼭 확인해주세요"라고 적혀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관계자 또한 "공식 파트너사 배너로 인정한 곳이 더 안전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파트너사 리스트에는 중요 정보가 잘못 표기된 것은 물론, 업데이트 주기도 적혀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모 업체는 전화번호가 잘못돼 치과로 연결이 되고,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 '01'이라는 지역번호가 기재된 곳도 있었다.

리스트에 오류가 있음을 지적하자 삼성전자 관계자는 "네이버에 검색해도 수백개의 업체들이 나오는데 이를 일일이 다 확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업데이트 주기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마땅히 손 쓸 방법은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인 간의 거래라고 본다면 국가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삼성전자가 자사의 사명을 더해 공식 파트너사라는 타이틀을 준다는 것은 그 업체를 '인증'해주는 것과 같다"면서도,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판매처를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고, 대리점에서는 파트너사 타이틀을 받기 때문에 모두가 관행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답변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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