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르쇠
수리비용 10-20만원대, “현장 기사는 귀찮아서 교체 안 해 준다”
냉장고 교체 주기가 짧아졌다고 느꼈다면 착각이 아닐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냉장고 모두 약 10년 전부터 부품의 소재와 사용량을 줄였다는 것이 현장의 의견이다.
20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 결과, 냉장고 수리 기사들은 한결같이 “어느 순간부터 ‘에바’의 소재도 동에서 알루미늄으로 바뀌고 두께도 얇아졌다”며 “에바가 약해진 이후로 냉장고 교체주기가 짧아졌다”고 증언했다.
‘에바’는 냉장고의 핵심 부품 중 하나로, 증발기(Evaporator)를 가리키는 줄임말이다. 에바는 냉장고 안쪽 벽에 주로 내장돼있다. 증발기의 냉매가 증발하는 과정에서 열을 흡수하기 때문에 쿨러(Cooler)라고도 부른다.
황학동에서 가전용 냉장고를 취급하는 A씨는 “예전에는 이 관이 모두 동(Copper)이었다. 이제는 양은(현장에서 알루미늄을 가리키는 말로 추정)으로 만든다”며 은빛의 에바 여러 개를 꺼냈다.
이어 A씨는 “처음 양은으로 바뀌었을 때에는 그래도 꽤나 두꺼웠지만 이제는 그마저 점점 얇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에바의 소재가 바뀌고 얇아진 것이 고장의 원인이냐는 질문에 A씨는 “양은으로 바뀌고 얇아진 시기와 고장이 잦아진 시기가 비슷하다”고 밝혔다.
에바를 문제삼는 것은 A씨 뿐만이 아니다. 냉장고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B씨는 “예전에는 냉장고 한 번 사면 15년도 썼지만 이제는 7-8년 정도 수명”이라며 “에바(의 소재와 강도)가 어느 순간 바뀌고 수명이 짧아졌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질문에 응답한 4인의 냉장고 수리 전문가들이 “에바의 소재가 동에서 알루미늄으로 바뀌고 얇아진 것이 냉장고 수명 단축의 원인”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냉장고 중 어느 한 쪽에 치우친 문제냐는 질문에도 모두가 “똑같이 소재가 부실해졌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냉장고 구매를 위해 제품의 ‘스펙(규격)’을 확인해봐도 컴프레서의 종류와 냉각방식은 적혀있지만 소재는 언급되어 있지 않다.
문제는 어떤 종류의 금속을 썼는지, 두께가 어느정도인지 소비자가 구매 시점에서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에어컨 수리업을 하는 C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에바는 매립되어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A/S센터에서 잘 수리해주지 않는 부분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에어컨 수리 전문가인 D씨는 “내부를 뜯어야되기 때문에 기사들이 귀찮아서 수리를 잘 해주지 않는다”며 “에바가 고장나면 냉장고를 새로 사라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에바 수리 견적은 보통 10-20만원 선이다. 부품 가격이 5-6만원이고, 기술비와 출장비가 추가될 수 있다. 에바가 두 개 들어간 냉장고는 수리 비용이 좀 더 높게 책정된다.
6명의 냉장고 수리 전문가 중 6명이 “에바의 소재가 부실해져서 냉장고를 오래 쓸 수 없다”고 밝혔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그런 자료는 내부에 물어봐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확인하기 힘든 사안”이라고 말했다. 삼상전자 관계자는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