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경 빅픽처·토큰증권] 증권가에 부는 새바람…유행일까 기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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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경 빅픽처·토큰증권] 증권가에 부는 새바람…유행일까 기회일까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3.05.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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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STO 시장 367조원 전망
2월 가이드라인 발표…불확실성 여전
“추가 움직임 위해 명확한 기준 필요”

<녹색경제신문>이 창간 13주년에 맞춰 <녹경 빅픽처> 시리즈 기획을 진행합니다. 우리나라가 향후 차세대 첨단산업 등을 선점하기 위한 미래성장동력의 '큰 그림(Big Picture)'을 그려보자는 취지입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뉴노멀(New Normal), 엔데믹(Endemic) 등 시대 변화는 물론 '한류(Korean Wave, Hallyu)' 확산에 따른 AI(인공지능), 로봇, 미래차, 차세대 반도체 등 미래 K-인더스트리(K-Industry) 전반의 시너지까지 고려한 기획입니다. <녹색경제신문>이 어려움 속에서 성장해왔듯이 대한민국 기업들이 글로벌 위기 극복을 넘어 큰 도약으로 나아가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註)]

[출처=Unsplash]
[출처=Unsplash]

증권가에 부는 토큰증권(STO) 바람이 거세다. 연초 이후 국내 증권사들은 자체 STO 협의체를 구축하는 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제도권 편입에 따라 플랫폼 경쟁력을 우선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30년 국내 STO 시장 규모는 총 367조원으로 추정된다. 작년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315조원)을 15% 뛰어넘는 규모다.

현재까지 STO를 발행할 수 있는 주체는 증권사가 유일하다. 다만 금융당국이 전자증권법을 개정할 시 다른 사업자들의 STO 직접발행이 가능해진다. 이전까지 플랫폼 점유율을 확보해야 하는 배경이다.

◇ “국내 STO 시장, 2030년 367조원 전망”

지난 2월 금융위원회는 STO 발행을 허용하면서 발행 및 유통 규율체계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증권성 판단 원칙 등이 포함된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증권사들은 STO 시장 진출에 속도를 냈다.

가상화폐는 크게 증권형토큰, 비증권형토큰으로 나뉜다. 이 둘을 가르는 차이는 실물자산 기반 여부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로 거래되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은 지급결제를 목적으로 발행되는 비증권형토큰이다.

반면 증권형토큰은 부동산이나 주식, 채권 등의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발행된다. 목적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자산유동화다. 고가의 상품을 쪼개 소액 투자할 수 있고, 제3자 인증이 필요 없는 스마트컨트랙트 기술을 통해 투자비용을 낮출 수 있는 강점을 갖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시장 전망을 바탕으로 국내 STO 시장 규모가 2024년 34조원, 2030년 367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금융업 시장에서 70%를 차지하는 규모다.

자본시장연구원 한아름 선임 연구원은 “증권토큰은 스마트 컨트랙트 방식으로 발행 유통되므로 중개자 역할이 최소화되고 공시 업무의 자동화 등을 통해 시간과 비용이 절감할 수 있다”며 “거래 장소 및 시간적 제약을 받지 않고 매우 작은 단위의 거래도 가능하기 때문에 토큰화를 통해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의 유동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일본, 미국 등 해외는 이미 제도권 편입

기존에는 조각투자업체가 관련 사업을 영위했으나 한계가 뚜렷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서 제한적인 상품만 취급 가능했고, 규제 미인가에 따른 사업 리스크가 존재했다. 무엇보다 제도권에 미편입된 만큼 투자자 보호정책이 미비하다는 위험을 안고 있었다.

해외에선 일찍부터 STO 규제를 정립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일본은 2019년, 2020년 두 차례에 걸친 개정을 통해 STO를 금융상품거래법에 편입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17년 처음으로 ICO(가상화폐공개)를 통해 발행, 판매되는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언급했다. 이때 증권형 토큰이란 개념이 나왔고, 현재 증권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선 증권사뿐만 아니라 은행, 가상자산 거래플랫폼 등이 관련 플랫폼 산업에 진출해있다.

지난 2월 금융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토큰증권은 발행에 앞서 전자증권이나 실물유가증권을 우선 발행해야 한다. 현행 전자증권법상 전자증권은 증권사를 통해서만 등록할 수 있다. 증권사를 거치지 않고 STO 발행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출처=NH투자증권]

◇ 국내 증권사, STO 협의체 구성 속도

금융위는 추가로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한 사업자가 발행과 유통, 중개를 모두 점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고지했다. 이런 배경에 국내 증권사들은 업종 간 경계를 허물고 STO(토큰증권) 협의체 구성에 나서고 있다.

첫발은 신한투자증권이 내디뎠다. 지난 2월 회사는 ‘STO 얼라이언스’를 출범했다. 토큰 증권 거래 표준 및 사례를 정립하기 위한 포괄적 협업체다. 업권과 관련 없이 문을 열어뒀고 현재 수십 곳의 업체가 얼라이언스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달 NH투자증권이 업계 두 번째 협의체 ‘STO 비전그룹’을 구성했다. 조각투자 사업자, 비상장주식 중개업자 등 8개 업종별 대표기업이 참여했다.

‘STO 비전그룹’은 이달 24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에서 출범식을 개최했다. 이날 모임에서 그룹은 STO 생태계 조성 및 플랫폼 표준 정립이란 지향점과 함께 '고객 지향', '협업 우선', '업계 선도' 3가지 원칙을 공개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토큰증권은 증권사가 혼자 진출하기에 투자자 보호, 시스템 안정성 등 어려움이 큰 사업”이라며 “블록체인 업체와 금융기관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게 협의체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 “협의체 이상 움직임 위해 명확한 기준 필요”

향후 금융위는 전자증권법 개정을 통해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증권을 발행한 주체가 계좌관리기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중개기관이 불필요해지면서 증권사의 역할도 그만큼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연 한아름 연구원은 “STO 규제가 시행되면 증권업을 중심으로 STO를 활용한 다양한 조각투자 상품과 STO 플랫폼 서비스가 출시되고 증권사 이외의 참여자들 확대로 STO 시장 경쟁도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 증권사를 통하지 않고 증권 토큰을 단독 발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증권업계에선 STO 투자를 확대하기까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이드라인이 발표됐으나 법제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관련 분산원장 표준화조차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국회에서 개최된 'STO 입법 쟁점과 디지털 자산 발전 정책 세미나’에서 KB증권 석우영 부장은 "법제화가 완료되기 전까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사업을 진행해야 하지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될지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STO 사업에 대규모로 투자하기 어렵다"며 “증권사가 단독으로 분산원장 시스템을 만든 이후에 새로운 표준이 생기면 매몰비용이 발생하고 많은 분산원장 시스템이 운영되면 사회적 비용은 커진다”고 말했다.

투자한도,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기준 등도 부재해 국내 증권사들이 STO 협의체 구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지금보다 명확한 규제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키움증권 디지털자산리서치팀 심수빈 연구원은 “(당국이 발행유통 분리원칙을 고수한 가운데) 신설되는 발행인 계좌관리기관과 장외거래에 대한 기준은 부재한 상황이다. 이는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주체간협력 강화에 머무르는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협의체 구성 외 추가적인 움직임이 나오기 위해서는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요건 등의 기준이 명확하게 제시되어야 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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