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식업계 — 농경테크, 공급망 혁신, 채식 트렌드 선도 행보
화려한 고염의 화염이 튀고 주방도구와 불판이 부딪히는 소음으로 소란과 흥분을 자아내는 식당 주방, 음식 냄새와 석쇠 탄 연기로 시내 대기가 자욱한 식당 실내 ⋯ 가스와 숯을 연료로 한 추억 서린 토속적 식당의 낭만은 기억의 뒤안길로 사라지려나?
글로벌 요식업계가 주도하는 지속가능한 레스토랑 디자인 트렌드에 발맞춰 주방에서 홀까지 100% 전기로 운영되는 탄소중립 레스토랑이 우리 주변에 등장할 날이 머지 않아 보인다.
미국의 유명 레스토랑 체인인 치포틀레(Chipotle Mexican Grill, Inc./NYSE: CMG)는 4월 11일 화요일(미국 동부 현지 시간) 100% 신재생 전기로 발전된 에너지로 운영되는 ‘책임감 있는 레스토랑 디자인’을 선보였다.
음식 조리에 가스나 숯 등 화석연료를 주로 사용해 온 레스토랑 외식업 시장에서 공간 디자인 리뉴얼을 통한 ESG 경영 및 친환경 마케팅 사례여서 주목된다.
치포틀레는 최근 미국의 버지니아 주(글루체스터 시)와 플로리다 주(잭슨빌 시)에서 신재생 에너지 레스토랑 체인 두 곳을 신개장한데 이어 올여름 중 콜로라도 주 캐슬로크에 치포틀레 책임감 있는 레스토랑 제3호 개장을 앞두고 있다.
그 외에도 이미 기성 매장 12곳이 신재생 전기 사용식 새 디자인으로 리모델링됐다. 2022년 한 해 동안 치포틀레 매장들에서 소비된 총 에너지 중 40%가 신재생 자원에서 공급된 에너지라고 업체는 말한다.
치포틀레 측은 일단 3개 매장의 신재생에너지 레스토랑 파일럿 실험을 거쳐 오는 2024년까지 100개 곳 레스토랑 신 매장을 추가 개장할 것이라 발표했다. 새 지점들의 실내는 친환경·재활용 정신이 응용된 새 인테리어로 피팅하고 주방은 100% 전기 취사 장비로 구비된다.
치포틀레는 북미 지역에 치포틀레 매장을 7천 곳으로 늘리겠다는 야심찬 장기적 사업 확장 계획을 수립했다. 외식 문화와 매출 성장 트렌드의 상승세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란 전망을 반영한 전략이다.
치포틀레 ‘책임감 있는 레스토랑 디자인(Respondible Restaurant Design)’이 겨냥하는 목표는 오는 2030년까지 대기 중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기준치 대비 절반으로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한 보다 에너지 효율적 레스토랑 경영 정책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선언한다.
그러나 이번 치포틀레의 100% 신재생 전기 운영식 레스토랑 디자인의 공개의 이면에는 패스트푸드 체인기업으로서 요식업계에 알린 ESG 마케팅적 기선 제압 의도가 숨어있다. 특히 식자재 공급망부터 최종 제품 및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친환경성과 경영윤리를 따지는 젊은 세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전략이다.
새로 개장한 100% 신재생 에너지 레스토랑 지점들은 취사에서부터 실내 냉난방, 식재료 냉장·냉동시설 가동, 위생시설 운영, 조명 등 식당 공간 운영 전반에 걸쳐 필요로 하는 전력을 풍력과 태양열로 발전된 전기로부터 공급받는다.
또, 일일 요식업 운영에 사용되는 식재료, 용기, 위생 용품 등의 배달에 사용되는 차량과 연료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신재생 연료를 더 많이 사용할 방침이다.
외식 기업인 만큼 농산물 식재료의 공급망 사업 협력 전략도 대거 이루어질 계획이다. 온실가스 배출에 유해하다고 알려져 있는 쇠고기 육류와 유제품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는 기술에 투자할 계획이다.
또, 최근 농경 테크 분야에서 토양 재생과 자원 보존 차원에서 주목받고 있는 ‘재생 농업(regenerative agriculture)’ 전략을 실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치포틀레 측은 올 들어서 인근에서 농축산물 식재료를 공급받아 조리하는 지역 농산물 구매 시스템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MZ세대 식문화를 반영한 채식주의 및 비건주의 장려, 새로운 메뉴 개발, 추가 제공 서비스 기획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