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인공 대체 가죽 시장은 쑥쑥 성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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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인공 대체 가죽 시장은 쑥쑥 성장 중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 승인 2023.01.3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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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품 어패럴∙자동차 브랜드들 주도적으로 포용
- 대체 가죽 제조 기술력 우수, 소비자 인식 전환이 관건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계에서 ‘비건 자동차 디자인’ 붐이 일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비건 디자인이란 동물에서 얻은 가죽이 아닌 식물성 원료 또는 폐품을 재활용한 소재를 가공해 만든 인공 대체 가죽으로 된 차 인테리어를 뜻한다.

비거니즘은 일상에서 동물을 상대로 한 학대나 잔인한 행위를 일체 배제할 것을 목표로 하는 일종의 친환경 운동이다. 

비건 단체들은 제품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비단 식물성 위주 식생활과 패션∙뷰티 등 라이프스타일 부문의 소비생활을 복음하는 것을 넘어서 최근에는 자동차 제조업계에도 윤리적 경영을 촉구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은 차 조립공장에서 자동차 한 대가 완성되기까지 동물성 원료가 사용되는지 잘 모른다.

포르셰 X 션 워터스푼이 협업한 디자인. Courtesy: Porsche
포르셰 X 션 워더스푼이 협업한 포르쉐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 4 크로스 투리스모’ 모델 디자인. Courtesy: Porsche

1944년 영국에서 창설된 세계에 제일 오래된 비건주의 자선단체 비건 협회(The Vegan Society)가 2022년 3월에 발표한 보고서 “비건 차: 미래의 자동차(Vegan Vehicles: The Future of Cars)”에 따르면, 가죽 인테리어가 기본 사양인 고급차의 경우, 승용차 시트, 계기판, 변속 기어에 가죽 커버 등에 가죽을 대는데 무려 소 14마리에서 벗겨낸 동물 피지가 소요된다고 한다.

계기판에 장착된 LCD 액정 디스프레이는 도축된 가축 및 동물의 콜레스테롤을 함유하고 있다고 하며, 타이어와 배관에 사용되는 고무와 플라스틱의 경화 공정에서 도축된 양에서 얻어진 수지(tallow)가 첨가된다. 차체 외부 도색용 페인트에도 동물성 안료가 첨가되며, 자동차 프레임에 사용되는 강철은 동물성 윤활유를 사용해 연화 공정을 거친다.

미래의 가죽은 식물성 — 가죽 얻기 위해 동물 희생할 필요 없어

비거니즘 철학과 정의에서 볼 때 엄밀한 의미의 완벽한 비건 자동차는 아직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EU의 탄소제로 정책, 순환경제 원칙, 지구의 지속가능성 목표와 소비자 요구에 부응해야 할 압력을 받고 있는 전 세계 자동차 업계는 비거니즘 운동과 동물애호단체의 촉구를  자동차 인테리어 디자인에 속속 반영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인테리어에 있어 동물성 가죽 안 쓰기 운동은 2019년에 포뮬러 원(F1) 프로 자동차 경주자이자 열렬한 비건주의자인 루이스 해밀턴이 처음 불붙였다. 해밀턴과 독일 고급차 제조업체 메르세데스-벤츠의 협상  결과, 2020년 메르세데스-벤츠는 자사가 생산하는 모든 차 인테리어에 비(非) 동물성 소재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멕시코의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데세르토가 개발한 선인장 원료 인공 가죽 기술 데저텍스(Deserttex®)는 메르세데스-벤츠 ‘EQXX’ 모델 인테리어에 사용됐다. 촉감이 부드럽고 푹신한 표면 마감이 특징이다. Courtesy: Mercedes-Benz
메르체데스-벤츠의 'VISION EQXX' 모델(2024년 출시 예정) 예상도. 시판 중인 메르세데스-벤츠 ‘EQXX’ 모델 시리즈 인테리어에멕시코의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데세르토가 개발한 선인장 원료 인공 식물성 가죽인 데저텍스(Deserttex®)가 사용됐다. 촉감이 부드럽고 푹신한 표면 마감이 특징이다. Courtesy: Mercedes-Benz

특히 유럽과 아시아에서 윤리적 소비 의식이 높아지면서 지난 2~3년 사이 어패럴을 포함한 명품 시장과 자동차 시장에서 전통적 천연 소가죽 대신 가죽 소재와 유사한 인공 대체 가죽 시장이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차질, 제조업 부진, 인력 부족 현상이 늘면서 모든 부문에 걸친 전반적인 인공 대체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인공 가죽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까지 미화 672억 달러(우리 돈 약 82조 7,800억 원)에 이르며 2021년 기준인 글로벌 시장 규모 319억 달러(우리 돈 약 40조 원)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 전망된다(자료: 英 Straits Research, 2022년 7월).

자동차와 패션 디자인의 교차점 — 비건 인테리어가 유망한 이유

BMW는 2020년부터 ‘5-시리즈’ 모델과 전기 구동식 SUV 모델인 ‘iNEXT’ 모델의 좌석을 대체 가죽으로 대체하기 시작했고, 이어 이듬해에는 BMW ‘미니(MINI)’ 모델의 인테리어도 곧 완전 무(無) 가죽으로 대체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BMW의 비건 카 인테리어에 사용된 미국의 친환경 소재 기업 내츄럴 파이버 웰딩 사의 식물성 인공 가죽. 폐기 후 100% 재활용과 100% 생분해가 가능하다. © 2023 Natural Fiber Welding, Inc.
BMW의 비건 카 인테리어에 사용된 미국의 친환경 소재 기업 내츄럴 파이버 웰딩 사의 식물성 인공 가죽은 천연 고무와 폐기된 농작 부산물이 주원료다. 폐기 후 100% 재활용 및  100% 생분해가 가능하다. © 2023 Natural Fiber Welding, Inc.

BMW가 사용하는 지속가능 생(生, bio) 대체 가죽 소재는 미룸(Mirum®)으로 불리는 식물성 가죽이다. 미룸은 천연 고무와 폐기된 잔여 농산물(쌀겨,  코코넛 섬유 등)을 기초 원료로 해 천연 섬유 웰딩 기법으로 가공해 제조되는데, 파타고니아, 벨로이, 올버즈, 아디다스, 스텔라 매카트니, 뉴발런스 등 지명도 높은 글로벌 브랜드 제품용으로 납품되고 있다.

또, BMW는 자동차용 대체 가죽을 개발업체 디서토(Desserto)®와 사업 협력을 체결하고 신소재 개발에 투자한다. 디서토는 선인장을 원료로 한 식물성 가죽을 가공하는 기업이다. 이 스타트업의 창업자는 선인장 섬유 소재 비건 가죽을 원단으로 사한 데스우드(Deadwood) 브랜드 여성용 재킷 컬렉션을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영국의 고급차 전문 딜러 딕 레빗이 선정한  세계 톱25 비건 친화적 자동차 제조업체 순위표. Courtesy: Dick Lovett
영국의 고급차 전문 딜러 딕 레빗이 선정한 세계 톱25 비건 친화적 자동차 제조업체 순위표. Courtesy: Dick Lovett

영국의 고급차 전문 딜러인 딕 레빗은 새해가 열리자마자 2023년 1월 1일자 블로그 기사에서 세계 톱25 비건 친화적 자동차 제조업체를 선정하고 총 30개 차 모델에 비건 인테리어를 도입한 미국의 포드 사를 그 1위로 꼽았다. 우리나라의 기아와 현대도 각각 6위와 10위를 차지해 치열한 비건 카 경쟁에 맞서고 있다.

랜드로버의 ‘벨라(Velar)’ 모델은 인공 스웨이드로 운전대와 좌석, 인공 가죽으로 계기판을 대 기존 가죽 인테리어와 다름 없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냈다.

포르쉐는 나이키, 아디다스 등과 협업한 바 있는 스트리트 패션 아티스트 션 워더스푼(Sean Wotherspoon)과의 협업해 다채롭고 자유분방한 포르쉐 ‘타이칸 4 크로스 투리스모’ 모델 디자인을 공개해 주목을 끌었다.

전기차의 대명사 테슬라도 X, 3, S, Y 모델에 모두 인조 가죽으로 인테리어를 마감했다. 2023년 올 한 해 글로벌 차 시장에서 가장 환경친화적 비건 자동차 경쟁은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인공 가죽 테크 업계는 식물성 원자재 활용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폐기된 플라스틱 어망, 코르크, 폐유리, 대마 섬유, 폐종이 등 쓰레기 처리된 자원을 이 인공 가죽으로 재활용하는 실험에 전력하고 있다.

2022년 출시된 레인지로버 '벨라' SUV 모델의 차분하고 미니멀한 실내 공간은 인조 가죽으로 연출됐다. © JAGUAR LAND ROVER
2022년 출시된 레인지로버 '벨라' SUV 모델의 차분하고 미니멀한 실내 공간은 인조 가죽으로 연출됐다. © JAGUAR LAND ROVER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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