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형 軍탄약지환통 생산경험 全無 업체가 1% 가격차이로 낙찰...방산 입찰제도 헛점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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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신형 軍탄약지환통 생산경험 全無 업체가 1% 가격차이로 낙찰...방산 입찰제도 헛점 드러나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2.12.12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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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이후 변경된 기술등급 평가가 문제...직원이 3명 뿐인데도 기술등급 앞서
- 아직 계약 이뤄지지 않아... 방사청 담당자 "공장 실사 할 수도"
- 방사청 "국가계약법, 방위산업의 특수성 수용 한계"... 방위사업계약법 추진, 기재부에 막혀
A업체가 개발한 파라핀탄약지환통 [사진=녹색경제]

군(軍)에서 사용하는 탄약지환통이 50여년만에 기존 역청(아스팔트)지환통에서 파라핀지환통으로 바뀌면서 방위사업청(청장 엄동환)은 지난달 29일 신규 입찰과 낙찰을 진행했다. 

그런데, 이날 낙찰받은 업체가 실제로 탄약지환통을 생산한 경험도 없고, 더구나 이번 입찰에서 요구하는 파라핀지환통을 생산을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러운 상황이 포착됐다. 정부의 조달공고를 보고 생산능력도 없는 업체가 가격만 낮춘 투찰로 낙찰받은 뒤 외주 용역을 통해 납품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헛점이 드러난 것이어서 주목된다. 

2위를 차지한 'A' 업체는 지난 4월4일 <녹색경제신문>이 취재했던 곳으로 7년여의 개발기간을 거쳐 친환경 파라핀탄약지환통을 개발했고, 16명의 생산직원들이 생산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기능사 이상의 자격증을 보유했지만, 만일 유찰되면 실업자가 될 수도 있다고 회사 관계자는 우려했다. 

수류탄이나 포탄을 보관하는 탄약지환통은 화약이 습해지면 안되기 때문에 방수가 중요하다. 기존 지환통은 역청(아스팔트)를 방수제로 사용했는데,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이창양)에서는 이를 폐기물로 지정해 재생이 안되고 제품가격의 약 15%에 달하는 폐기비용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번 입찰이 진행된 파라핀탄약지환통은 원심분리를 통해 종이와 파라핀 분리가 가능한 친환경 제품으로 역청지환통에서 발생하는 폐기비용(약 3억원)을 절감할 수 있고 파라핀과 종이는 재사용이 가능해졌다.

7월 이후 변경된 기술등급 평가...직원이 3명 뿐인데도 기술등급 앞서

입찰결과를 살펴보면 이번 입찰(정상공고ELA0045-1)의 예정가격은 23억8685만2898원이다. 낙찰받은 B업체의 투찰금액은 20억4938만4737원, 2위인 A업체는 20억7200만원을 써냈다. 금액차이는 2261만5263원으로 예정가격의 1%도 안된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기술등급에 대한 평가점수다. 

낙찰을 받은 B는 지난 9월말 기준 국민연금가입자가 3명이다. 대표이사를 제외하면 직원이 2명이다. 투찰가격이 큰 차이가 없고 생산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B가 기술등급에서 T3 이상을 받아야 한다. B는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이 주업종이다. 

<녹색경제신문>은 9일 이번 파라핀지환통을 생산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본사에 직접 전화를 했지만, 회신하겠다는 연락 이후에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2위인 A는 T4를 받았다. 기존 역청지관을 20억원 이상 납품했고, 국내에서는 최초로 지난해  육군에 파라핀지환통을 약 5000만원 가량 납품한 실적도 있다. 해당제품의 생산에 종사하는 직원은 16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 중 기사자격증 보유자는 4명, 기능사 자격증 보유자는 5명이다.

방사청의 공고문에는 기술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기술인력의 보유현황과 생산기술 축적정도, 기술관련 인증 보유가 중요한 변수였다. 대표를 포함해 3명이 모두 기술사라도 T3 이상의 기술능력을 평가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데 올해 6월말까지는 기술능력과 기술등급 중 심사대상자가 선택한 심사 기준에 따른 평가를 했으나, 7월 이후에는 신용조회사로부터 받은 기술등급만으로 이를 평가하도록 변경됐다. 방산관계자는 "신용조회사가 어떤 기준과 방법으로 기술등급을 매겼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술능력 평가 기준 [자료=방사청]

아직 계약은 이뤄지지 않아... 방사청 담당자 "실제 공장 실사 할 수도"

이번 입찰건의 물품 제조구매 계약특수조건 제20조의2(계약이행실태 점검)항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계약의 이행실태를 확인하기 위하여 ...계약상대자의 사무소․사업장․공장 등을 방문하여 시설·서류 등의 점검을 요청할 수 있다'고 돼있다. 

방사청 담당자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직원이 3명뿐이다. 계약이행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입찰은 서류상으로 이뤄졌고, 계약은 아직 하지 않은 상태"라며 "계약 전에 계약 이행 가능 여부를 살펴볼 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낙찰받은 업체(B)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이미 방사청과의 계약건을 여러번 진행한 적이 있다"면서 "5명에서 7명 정도의 적은 인원으로 방사청과 계약을 하고 일을 하는 업체가 100여 군데에 이른다"고도 말했다. 

실제로 직원이 2명에 불과한 B는 자동차 엔진용 부품 제조업 외 27종을 생산하는 공장등록증을 보유했고, 지난해 매출액은 100억원이 넘는다. 

사업내용도 소프트웨어자문개발및공급,직물포대 제조업,철재류가공 제조, 판매업, 주방용 전기 기기 제조업, 유·무선 통신장비 제조, 판매업, 자동차부속 제조, 판매업 등으로 광범위하다. 

정부의 조달 공고를 보고 일단 투찰을 하고보는 업체들이 적지 않다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맨 위층 (10층) 128호가 B의 사업장 소재지 [사진=네이버 지도]

B사가 파라핀탄약지환통을 생산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 방산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 동안 육군에 역청지환통을 생산해 납품한 C업체는 이날 B로부터 파라핀 탄약지환통을 생산해 줄 수 있느냐는 문의를 받았다. 만일 B가 생산능력이 있다면 C업체에 이같은 문의를 할 이유가 없다. C는 파라핀탄약지환통 생산이 어렵다고 답했다. 

파라핀지환통은 A가 7년 동안의 연구개발을 거쳐 특허등록까지 이뤄졌던 제품이어서 입찰을 받는다고 해도 실제 생산은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이 특허권리는 군납을 위해 탄약을 생산하는 풍산에 귀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만일, 탄약지환통 생산이 지연되면 탄약을 생산하는 한화나 풍산은 포장을 할 수 없어 보관과 유통, 납품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특히, 풍산은 미국으로 대량 납품이 예정된 상태다. 

엄동환 방사청장이 강연하는 모습 [사진=녹색경제]
엄동환 방사청장 [사진=녹색경제]

방사청 "국가계약법, 방위산업의 특수성 수용 한계"... 방위사업계약법 추진, 기재부에 막혀

방사청은 앞서 방위사업법이 국가계약법을 따르고 있어 방위산업의 특수성을 충분히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국회를 통해 '방위사업 계약법' 입법을 추진했다.

이헌승 국회 국방위원장이 앞장섰지만 기획재정부(장관 추경호 경제부총리)에서는 이를 반대하고 있어 입법이 어려울 전망이다. 

국방부(장관 이종섭)는 지난 6일 기재부로부터 이헌승 국방위원장이 대표발의한 ‘방위사업계약 체결 및 이행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접수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국가계약 체계 형해화와 계약 기본 원칙 훼손, 제정에 따른 실익이 없다'는 입장이다.

일반경쟁과 최저가격제로 입찰이 진행된 이번 파라핀탄약지환통의 경우를 살펴보면 기재부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 

탄약지환통은 전투용 무기는 아니지만, 민간수요가 없는 군용 제품이다. 탄약지환통 제조 업체는 군이 사용하는 다양한 탄약류의 특성과 규격을 잘 알아야 하고 탄종별 생산량을 유추할 수 있는 만큼 군사정보로서도 보안의 필요성이 있다. 

또한 지환통의 성능이 실제 전투력에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다. 방수성능이 떨어지면 불발탄이나 불량탄의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직 방사청 고위 관계자는 "탄약지환통 문제는 이전부터 상당한 논란을 거쳤던 사안"이라며 "일반경쟁으로 입찰이 진행된 것이 문제로 보인다. 감사원 등에서 일방경쟁, 최저가격제를 적용하도록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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