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ESG]軍, 친환경 탄약상자 개발하고도 74년째 1회용 목재상자 사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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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ESG]軍, 친환경 탄약상자 개발하고도 74년째 1회용 목재상자 사용 중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2.04.1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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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간 수십억원의 예산 낭비와 환경 피해 발생에도 軍 담당자 잦은 교체로 사장될 위기
[사진=녹색경제]
기존 나무탄약상자(왼쪽)와 친환경 재사용 탄약상자(오른쪽). 크기는 비슷하지만, 적재부피는 약 20% 더 많고 상자 중량은 30% 이상 가볍다. [사진=녹색경제]

군(軍)이 재활용과 재사용이 가능한 친환경 탄약상자 개발을 완료하고도 1948년 국군 창설이래 지금까지 74년간 1회용 나무상자를 쓰고 있다. 

이로 인해 연간 수십억원의 예산낭비는 물론, 해외로부터 목재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생태계를 교란하는 곤충과 알이 국내에 반입되고, 벌목으로 인해 국제적 환경파괴 국가로 지목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육군 탄약지원사령부는 지난 2012년 김관진 국방부장관 재직 시절 오랜기간 개선없이 사용되면서 여러가지 문제를 지닌 탄약포장재료와 유동방지자재 개발에 대한 소요(ROC)를 제기했다.

국방부에서는 이를 정책사업으로 채택해 약20억원 규모의 탄약포장재료개선사업을 시작했고, 탄약을 생산하는 체계업체에 참여를 요청해 P기업이 사업을 맡게 됐다. 

P기업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전문 사출업체인 K산업과 공동으로 연구개발에 착수해 재활용과 재사용이 가능한 탄약포장재료와 유동방지지재를 2016년 개발완료했다. P기업은 당시 당초 일자보다 약 6개월간 개발이 지체돼 1억7000여만원의 지체상금까지 물기도 했다. 

이 당시 육군전력지원체계사업단은 P기업과 함께 원가산정 기준 협의서까지 작성했고, 국방규격도 마련했다. 

[사진=녹색경제]
K산업이 개발한 다양한 탄약 상자들 [사진=녹색경제]

<녹색경제신문>이 직접 K산업을 방문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탄약상자는 일반 환경에서 80년의 수명을 인증받았고, 재사용과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제품이다. 기존 나무 상자에 비해 가벼워 다루기 쉽고, 적재가 용이하다. 결박자재를 함께 개발해 훨씬 안전하고 상자 내부에는 탄약지환통 모양에 딱 맞게 설계돼 운반중에도 탄약통이 굴러다니지 않게 제작됐다. 

[사진=녹색경제]
기존 나무 상자는 둥근 탄약통의 유동이 발생하기 쉽다. [사진=녹색경제]

특히 화물운반대(pallet)위에 적재·운반시 유동이 거의 없고, 가볍고 얇은 결박자재를 사용해 기존 철끈(강철 와이어)에 비해 매우 안전하다. 

[사진=녹색경제]
높이  쌓아도 흔들림이 없도록 설계됐다. [사진=녹색경제]

또한 친환경 탄약상자는 방수, 방진 기능도 인증을 획득했다. 실제 야전에서 비포장 도로를 이동하는 상황을 가정하면 이는 전투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창고에 보관할 때도 방수기능이 있어 탄약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하지만, 6년이 지나도록 군은 새로 개발한 탄약상자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최초 구매단가가 기존 1회용 나무 탄약상자에 비해 다소 비싸다는 것이 가장 주요한 이유로 추정된다.

최근 군에 확인한 결과 현재 사용하고 있는 나무 탄약상자와 2016년 육군전력지원체계사업단과 P기업 간에 협의된 친환경 탄약상자의 가격 차이는 약20~30%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친환경 탄약상자의 수명이 80년 이상이므로 수십번씩 재사용이 가능해 훨씬 이익인 셈이다. 

친환경 탄약상자 양산단가와 기존 나무상자 가격 차이 [자료=녹색경제]
친환경 탄약상자 양산단가와 기존 나무상자 가격 차이 [자료=녹색경제]

또한 나무 탄약상자는 폐기비용이 발생하지만, 친환경 탄약상자는 만일 파손되더라도 1KG당 500원 이상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일부 나무 탄약상자는 교도소 노동력을 이용해 제작돼 더 저렴하지만, 이는 향후 인권 문제로 비화할 여지도 배제하기 어렵다. 

미군은 물론,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나무 탄약상자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군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시작돼 어려운 과정을 거쳐 훌륭한 제품을 개발하고도 정작 6년이 넘도록 사용이 되지 않는 이유는 담당자의 잦은 교체와 최초 구매단가가 다소 비싸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제품을 직접 개발한 업체 대표의 얘기다. 

K산업 ㅇ대표는 "개발 과정에서 20억여원을 투자했지만, 단 1개도 군에 납품할 수 없었다"면서 "금전적 손해보다도 힘들었던 것은 영업이었다. 군 담당자가 2년마다 교체되는데,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얘기를 해야 한다. 지쳐서 영업을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용후 회수해 수십번이라도 재사용하고 일부파손이 돼도 부품교체가 가능하다. 종합정비체제와 함께 시급하게 검토해 군에서 구매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개발 주역인 ㅇ대표는 대기업인 LG화학의 기술고문을 지낼 만큼 플라스틱사출 업계에서는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사진=녹색경제]
직접 플라스틱을 분쇄해 재활용하는 과정 [사진=녹색경제]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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