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5 ‘급발진’ 놓고 주장 엇갈려…현대차, “제조사 책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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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5 ‘급발진’ 놓고 주장 엇갈려…현대차, “제조사 책임 아냐”
  • 장지혜 기자
  • 승인 2022.11.01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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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서 아이오닉5 택시 ‘급발진 의심’으로 13종 추돌사고 발생
- 택시운전사・장기간 무사고 운전자도 예외 없었다 
- 자동차 결함 없어도 제조사 책임 있어...‘대책 마련’ 시급
현대차 아이오닉5.
현대차 아이오닉5.

지난 10월 1일 전남 순천 연향동 일대에서 13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의 시발점은 현대 아이오닉5 전기 택시로 알려졌다.

특히 사고 차량 운전자가 브레이크와 사이드 브레이크가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또다시 현대 전기차의 급발진 의혹이 불거졌다.

1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현대차가 지난해 제주시,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사고를 비롯해 올해 경남 창원, 전남 순천 등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사고와 관련해 급발진 의혹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차의 전기차는 차종을 가리지 않고 급발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반복해서 발생하는 현대 전기차 사고는 해당 자동차의 운전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의 목숨에 위협을 가하며 문제의 도마 위로 올랐다.

최근 발생한 순천 사고에서는 개인택시 경력 25년 등 약 35년 경력의 영업용 차량 운전 경력을 보유한 운전자가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대차의 급발진 문제가 재차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이번 사고의 차량 운전자는 순천 연향동 고용안정센터에서 조은프라자 앞까지 450m 정도를 질주하다가 13종 추돌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차량 운전자인 김모 씨는 "당시 순천 버스터미널에서 여성 승객을 태운 후에 10분 정도는 평소와 다름없이 운행했지만 갑자기 차가 시속 100km 이상의 속도로 질주했다"라며 "이후 질주를 하던 차가 굉음과 함께 곡예 운전을 하고 추돌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김모 씨는 찰나의 순간에 갖은 노력을 했지만 브레이크와 사이드 브레이크가 모두 작동하지 않았고 시동도 꺼지지 않았다며 "이것은 명백한 급발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운전자가 페달을 잘못 밟았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혼동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해당 사고의 블랙박스를 분석한 전문가는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발생한 급발진 사례 101건에서 사고 차량 운전자 운전 경력이 5년 미만인 경우는 3%에 불과하지만 20년 이상인 경우는 65.4%에 달한다"며 "운전자의 연령과 성별을 알 수는 없지만 '운전을 좀 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급발진 사고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도 이 사건과 관련해 "원페달 드라이빙으로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가속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모두가 그렇지 않지만 경력이 많은 운전자들이 전기차를 탔을 때 더 혼동하기 쉽고 급발진을 경험하게 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앞선 사고들을 경력 운전자들의 운전 미숙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조사의 책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고가 계속되는 이상 제조사가 별도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현대차도 잇단 사고에 대해 '전기차 안전성'을 높여야 하는 부담이 커진 것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차의 빠른 속도 문제를 제어하는 등 안전 기능을 다수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동 킥보드에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초보자 기능으로 일정 시간을 운행해야 일반인 기능, 어드밴스드 기능으로 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전동 킥보드 운전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를 위해 미리 속도를 제한하는 것이다.

실제로 일반 승용차의 경우 자동차가 150마력 수준으로 가는 데 비해 전기차는 힘이 세다. 아이오닉5만 하더라도 출력이 238~300마력 정도 된다. 만약 자동차업체 역시 전기차의 빠른 출력 때문에 페달을 잘못 밟으면 큰일이 날 수도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를 소비자의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순천경찰서 교통조사팀은 지난 10월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해당 사안을 국과수에 보냈다"며 "결과가 나오는데 3개월 정도 걸린다고 해서 아직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전기차 전문가들은 운전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제조사가 먼저 나서 급발진과 같은 사고가 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사고의 결과를 조사하는 데 있어 일반 운전자가 자동차의 결함을 직접 입증하는 일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조사 역시 입증 책임에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고의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계속되는 급발진 사고의 잘잘못을 묻기 전에 운전자의 신중한 운전과 제조사의 안정성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급발진 피해 신고 사례 가운데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으로 인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신고접수 후 입증 과정이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입증 책임이 제조사 측에 없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장지혜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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