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LH①] 동네북 LH, 국회에서 얻어맞고 시민단체에 혼나고 ... 문제는 '잃어버린 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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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LH①] 동네북 LH, 국회에서 얻어맞고 시민단체에 혼나고 ... 문제는 '잃어버린 초심'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2.10.0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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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 한 목소리로 질타..."쇄신 노력 부족, 본연의 역할 소홀"
- 심상정 "LH에 주어진 3대 특권, 땅장사 돈벌이 하라고 준 것 아냐...존재이유 걸고 공공임대 확충해야"
- 경실련 "LH, 진짜 공공주택 재고율 4%에 불과해...정부, 꼼수 공공주택 포함시켜 발표"
- "수도권 장기공공주택 재고율 고작 5%...LH, 강제수용 택지까지 민간에 매각하거나 가짜 공공주택 공급 치중"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동네북 신세가 됐다. 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첫번째로 나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의원들에게 질타를 당했고, 시민단체의 지적도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 6월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LH는 지난 2020년에 이어 지난해 성적까지 2년 연속 D등급을 받았다. 2020년(4.3조원)과 작년(5.6조원)에만 10조원에 이르는 사상최대 흑자를 기록한 LH로서는 당황스러운 성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공기업 본연의 사명을 잃었다는 것이 LH를 보는 외부의 시선이라는 점을 LH 전직원이 깨닫지 못하면 상황은 더 나빠질 수 밖에 없다. 

LH라는 사명은 2009년부터 썼지만, 1941년 조선주택영단을 사실상 시작으로 보기 때문에 무려 8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고, 200조원이 넘는 자산과 직원이 1만여명에 육박하는 거대 공기업이 왜 이렇게까지 국민들의 눈밖에 난 것인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 대안과 해법은 없는지 <녹색경제신문>이 알아보기로 했다...<<편집자 주>>
 

4일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 한 목소리로 질타..."쇄신 노력 부족, 본연의 역할 소홀"

LH 국감에 나선 국토교통위 소속 여·야 국회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LH의 혁신 노력이 부족하고 본연의 역할에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LH는 지난해 3기 신도시 광명·시흥지구에서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사건이 있은 후 투기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혁신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며 이런 저런 대책을 내놓은 바 있지만 서민과 주거 취약계층은 물론, 상당한 숫자의 중산층조차도 '주거안정'은 다른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LH가 무슨 변명을 할지에 대해 궁금한 사람은 드물다. 국민들은 집걱정 없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LH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 반대라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국회의원들의 질타는 이같은 국민의 여론에 바탕한 것이다. LH 경영진과 임직원들이 말하고 싶고 알아줬으면 싶은 여러가지 사연과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지난 8월 김현준 LH사장이 1년8개월 남은 임기를 내려놓고 조기 사임하면서 이정관 사장직무대행이 이날 국감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날 이정관 직무대행은 "(LH는) 다른 공공기관보다 급여가 낮고 경남 진주라는 지방에 있으며, 지난해 사건을 계기로 회사 전체적으로 명예가 실추돼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라고 나름대로의 어려움에 대해 말했고, 이에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6500만원이라는 평균임금이 적고, 진주에 있는 것이 사기 진작에 문제가 된다면 아직 개혁의 결과는 요원하다"고 혼내기도 했다.

심상정 의원이 4일 국감에서 이정관 대행에게 질의하는 모습 [사진=심상정SNS]

심상정 "LH에 주어진 3대 특권, 땅장사 돈벌이 하라고 준 것 아냐...존재이유 걸고 공공임대 확충해야"

특히 이날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지적은 LH가 깊이 되새겨야 한다. LH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지적했기 때문이다. 

질의에 나선 심상정 의원은 "서민의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를 개선해야 할 LH가 집장사, 땅장사만 하고 있다"며 "LH는 공공임대의 탈을 쓰고 10년 분양전환 주택을 팔아 4조4000억원의 수익을 거두고, 공공주택용지 땅장사로 89조7165억원의 떼돈을 벌면서도 승인된 공공임대 물량마저 취소·변경하는 등 ‘공공임대주택 잔혹사’를 쓰고 있었다"고 질타했다.

심상정 의원은 이어 "LH에게 주어진 강제수용·용도변경·독점개발 3대 특권, 땅장사 돈벌이하라고 쥐여준 것이 아니다. 지금 최거주거기준 이하 180만 가구 시민들이 LH의 돈벌이에 방치되고 있다. 돈벌이 경영에 치우쳐 180만 지옥고 서민주거기본권 외면한 LH에 촉구한다. 존재이유를 걸고 조속히 공공임대주택 확충에 나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LH는 지난 2020년 약 4조3350억원, 지난해 5조65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공기업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도 "LH는 2020년도 직원 성과급이 1인당 평균 1830만원이었고, 사장은 1억원 넘게 받았다. 모든 기업이 윤리경영을 강조하지만 LH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정관 직무대행은 "저희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답했지만 이후에도 의원들이 질타는 이어졌다.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LH 당기순이익이 5년 만에 배로 늘어났는데도 불쌍한 세입자들에게 특별수선충당금을 계속 받고 있다"고 짚었고, 같은 당의 김병욱 의원은 "한국의 공공임대주택 숫자는 OECD 평균 정도지만 청년들은 임대주택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라며 "지역별 편차가 너무 심하고, 필요한 지역에 들어가야 할 임대주택이 다른 지역으로 가다 보니 수요자에겐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경실련 관계자들이 5일 LH의 공공주택 정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녹색경제]
경실련 관계자들이 5일 LH의 공공주택 정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녹색경제]

경실련 "LH, 진짜 공공주택 재고율 4%에 불과해...정부, 꼼수 공공주택 포함시켜 발표"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5일 기자회견을 갖고 LH가 공급하는 공공주택의 실질적인 재고율이 4%에 불과한데도 단기임대 등을 포함시켜 부풀린 수치를 발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달 경실련 정책국장은 이날 "2020년 장기공공주택 재고량 중 영구임대·50년임대·국민임대·장기전세 등 저렴한 임대료로 20년 이상 임대가능한 진짜 장기공공주택은 92.5만호로 실제 재고율은 4%에 불과하다"며 "하지만 정부는 10년임대·행복주택 등 단기임대나 전세임대와 같이 공공소유가 아닌 전세금 지원 주택 등을 포함시켜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량을 부풀려 발표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김성달 국장은 "국토부가 발표한 장기공공임대주택은 2020년 기준 169만호이지만 이중 민간이 공급한 10년임대를 제외하면 159.2만호에 불과하다. 국토부 발표 숫자는 영구·50년·국민임대, 장기전세, 10년 후 분양전환, 매입·전세임대, 행복주택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20년 이상 장기임대가능하고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는 진짜 공공아파트는 영구·50년·국민임대, 장기전세주택 뿐"이라면서 "10년임대는 10년 임대 후 시세를 반영해 분양전환되고, 행복주택은 임대료가 비싸고 임대기간도 대부분 6~10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세임대는 공공소유 아파트가 아닌 민간주택 임차인에게 전세금을 지원하는 주택이고, 매입임대는 기존주택을 시세가 반영된 감정가로 매입하다보니 예산낭비 논란이 있다. 매입과정에서 공기업 직원들과 민간업자와의 뇌물수수, 공실률 등의 문제로 감사까지 진행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경실련에 따르면, LH가 보유한 장기임대아파트는 약 71만호, 지자체 보유분은 21만호로 총 92만호가 장기임대가 가능한 공공주택이다. 따라서 총 주택수 2167만호의 4% 정도가 장기공공주택 재고율이 되는 셈이다. OECD평균은 7% 수준이다. 

"문재인정부, 진짜 공공주택 17% 밖에 늘리지 않아...25평 이상은 한채도 없어"

김 국장은 이어 "문재인정부는 장기임대주택을 65만호 공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늘어난 진짜 장기공공주택 재고는 12%밖에 안되는 7.7만호였다"며 "진짜 장기공공주택은 5.7만호, 10년후 분양전환, 매입전세, 행복주택 등은 22만호 더 많은 27.7만호를 늘렸다. 문재인정부가 늘린 진짜 공공주택은 17%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경실련은 또한 2007년 이전에는 LH의 공공주택 31.6만호가 모두 진짜 장기공공주택이었는데, 그 이후 10년후 분양전환, 매입전세, 행복주택 등 가짜 장기공공주택이 2020년까지 56.8만호가 늘었다는 점과 진짜 장기공공주택이라도 60㎡(공급면적 25평형) 이상 면적 아파트는 한채도 공급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반면 10년후 분양전환, 매입임대, 전세임대, 행복주택 등은  85㎡를 초과하는 평형까지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매가 가능한 10년 임대와 세금으로 구입하는 매입임대는 85㎡ 초과까지 다양한 평형을 공급했다. 

"수도권 장기공공주택 재고율 고작 5%...LH, 강제수용 택지까지 민간에 매각하거나 가짜 공공주택 공급 치중"

경실련은 이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있는 총 1000만호의 주택 중 장기공공주택은 LH 31.7만호, 지자체 17.5만호 등 총 49.2만호로 재고율 5%, 비수도권 주택 총 1165만호 중 장기공공주택은 LH 39.2만호, 지자체 40만호 등 총 43.2만호로 재고율 4%"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도권은 SH, GH, IH 등 대규모 건설공기업을 지자체 산하에 두고 있고 공공주택 확대를 위한 2기 신도시 등 수많은 공공주택사업 추진에도 불구하고 공공주택 재고율이 비수도권과 비슷한 이유는 LH가 강제수용한 택지마저 민간에 매각하거나 10년임대·행복주택 등 가짜 공공주택 공급에 치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결국, LH의 공공주택 정책은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나빠져가고 있다는 것이 경실련의 우려이자 지적이다. 이는 LH가 당초 설립목적인 '서민과 도시빈민 등 주거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이라는 초심을 잃고 땅장사 집장사로 '성과급 타먹기'에 몰두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수용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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