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이후 8개월 만에 첫 하락
시장 기대치 웃돌아…긴장 여전
뉴욕증시 느린 속도에 주목하며 하락
거침없이 치솟던 미국의 물가가 지난 달 8개월 만에 처음으로 고개를 숙였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달 대비 0.2%p 하락했다. 다만 시장 예상치(0.4%p)보다는 하락폭이 낮았다. 현지시각 11일 뉴욕증시도 물가 정점을 통과했다는 사실보다 느린 속도에 주목하며 간밤에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나스닥 지수는 3% 이상 하락하며 대장주 애플이 세계 시총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美 소비자물가지수 8개월 만에 하락세 전환…다만 시장 예상치 웃돌아
1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8.3% 상승하며 8개월 만에 첫 하락세로 전환했다. 이는 전달(8.5%) 보다 0.2%p 내린 수치로 주로 가솔린(6.1%) 등 에너지가격이 전달 대비 2.7% 가라앉은 영향이 컸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제시한 시장 전망치 8.1%를 소폭 웃돌며 시장우려를 모두 해소하진 못했다. 아직까지 1982년 8%대 물가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미 연방준비제도의 정책 목표치인 2%와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 농산물을 제외한 4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도 전년 대비 6.2% 오르며 시장 전망치 6%를 웃돌긴 마찬가지였다.
찰스스왑 캐시 존스 수석 고정수입 전략가는 “에너지 가격이 약간 후퇴하기는 시작했지만 충분하지 않다”며 “시장은 더 나은 수치를 기대하고 있었고 더 많은 연준 긴축을 배제하기 충분하지 않다”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교보증권 임동민 연구원은 “4월 헤드라인 CPI와 근원 CPI 모두 시장의 예상치를 상회했다”며 “지표 상 인플레이션은 정점을 통과하고 있으나 안정세 복귀를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뉴욕증시, 느린 속도에 주목하며 일제히 하락…애플 시총 1위 자리 내주기도
간밤에 뉴욕증시는 시장 예측치보다 높은 물가에 일제히 하락했다. 장초반 물가 정점을 통과했다는 기대감에 반짝 반등했으나 이내 느린 속도에 주목하며 주저 앉았다.
11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26.63포인트(1.02%) 내린 31,834.11에 장을 마감했으며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각각 65.87포인트(1.65%), 373.43포인트(3.18%) 하락한 3,935.18, 11,364.24에 거래를 마쳤다.
장초반 뉴욕증시는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통과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상승세를 보였다. 오전 10시 45분 기준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15% 오르며 4000선을 다시 회복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다만 장 후반으로 갈수록 시장은 위축됐다.
이날에도 성장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의 낙차가 가장 컸다. 나스닥은 11일 기준 연중 수익률 –28.22%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이날 애플의 주가가 5.18% 내리며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업체 사우디아람코에게 세계 시총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보다 0.88% 내린 2,569.50에 하락 출발했다. 오전 9시 30분 기준 코스피는 21.56포인트(0.83%) 내린 2570.71을 기록하고 있다.
DB금융투자 박성우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정점 통과 및 향후 완화에 대한 증거를 원했던 금융시장 입장에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4월 CPI 보고서에서는 기대만큼 인플레이션이 뚜렷하게 완화될 수 있다는 증거가 별로 없었다”며 “인플레이션 완화에 대한 보다 명확한 증거를 얻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