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빅스텝 발언에 출렁…'3고 현상' 겪는 경제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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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총재 빅스텝 발언에 출렁…'3고 현상' 겪는 경제민낯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05.17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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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이창용 총재 “빅스텝 배제 않는다”
발언에 국고채 3년 금리 17bp 급등
'3고 현상' 겪는 국내경제 취약성 드러나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 [출처=IMF]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16일 “향후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발언하며 전날 채권시장이 크게 술렁였다. 예측치 못한 메시지에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장중 17bp(1bp=0.01%p) 뛰었다. ‘원론적인 입장’이라는 한은 측의 수습에 국채시장은 안정을 되찾았으나, 이른바 ‘3고 현상’(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시달리는 국내경제의 취약성이 여실없이 드러난 광경이었다.


이 총재 “빅스텝 가능성 배제하지 않는다”…채권시장 출렁


17일 오전 기준 3년물 국고채 금리 최근 10년 추이. [출처=트레이딩이코노믹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조찬 회동 후 취재진과 만나 “향후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관련 질의에 답했다.

이 총재는 이어 “4월 상황까지 봤을 때는 그런 고려(빅스텝)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인데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더 올라갈지 그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데이터를 보면서 판단해야 한다"며 향후 물가, 경제성장률 추이에 따라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러한 이 총재의 발언에 국내 채권시장은 단기구간 중심으로 크게 널뛰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장중 최대 17bp 치솟기도 했다.

이에 한은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통화정책을 결정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라고 밝히며 급히 진화에 나섰다. 이에 3년물 금리는 소폭 가라앉은 전 거래일 대비 13.5bp 오른 3.046%에 거래를 마감했다.

KB증권 임재균 연구원은 “물가통제를 위해서라면 모든 정책을 다 펼칠 수 있다는 한은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판단한다”며 “한은이 빅스텝 관련 발언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원론적인 입장이라고 밝히며 10bp 이상 상승했던 국고 금리는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했다”고 말했다.


'3고 현상' 겪는 시장 불안감 여실히 드러나…“종합적인 정책 대응 필요”


12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차 추가경정예산안’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는 모습. [출처=기획재정부]

다만 이 총재의 발언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모습은 국내 경제가 겪고 있는 이른바 ‘3고 현상’(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반증하기도 한다. 한은 총재의 발언대로 빅스텝을 단행해도 시장이 납득할 만한 경제상황이라는 의미다.

지난 3월 국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0년 만에 4%대에 진입했다. 이후 한 달 뒤인 지난 달 CPI는 4.8%를 기록해 5%대에 근접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주요도시 봉쇄 장기화에 향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여기에 최근 엔데믹 여파에 따른 수요측 물가상승 요인도 가세하고 있다.

최근 59조4000억원 규모로 편성된 추경도 물가불안을 키우는 요소다. 전체 추경액 중 약 25조원이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현금으로 시중에 풀린다. 초과세수를 통해 적자국채 발행은 피했으나 물가상승이 불가피하다.

이에 지난해 8월 이후 한국은행은 총 4차례(1.0%p)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1.50%로 2019년 7월 이래 최고치이며 추가적인 인상여지가 남아있다.

이 가운데 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빅스텝 인상 등에 환율은 1300원선에 다가가고 있다. 16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1원 내린 1,284.1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2009년 금융위기 수준이다.

임 연구원은 “높은 물가 상승 가능성과 원화 약세로 한은의 금리인상을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며 “한은 입장에서도 추가적인 정책 여력이 높지 않은 가운데 선제적인 금리인상을 통해 기대 인플레이션을 완화시키고 원화의 약세도 제한시키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한은이 무턱대고 금리만 올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물가를 잡자니 경기침체가 우려되고, 경기침체를 해결하자니 물가가 오르는 딜레마에 직면했기 때문. 통화정책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로 전일 이 총재가 추경호 부총리를 만난 배경이기도 하다.

한국은행은 16일 조찬 회동 결과 추 부총리와 이 총재가 “높은 물가상승세로 인해 민생경제 어려움이 확대되고 거시경제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은만큼, 거시경제 상황 전반에 대한 면밀한 점검을 바탕으로 종합적인 정책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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