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늘리고 금리 낮추고…금리인상기, 은행 생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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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 늘리고 금리 낮추고…금리인상기, 은행 생존법은?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05.1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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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40년·신용대출 10년 만기’ 시대 열려
만기 늘어날수록 차주 대출여력 늘어나
가계대출 감소세에 대출금리 도미노인하
실적전망 창창…5대 금융지주 1분기 순익 5조

시중은행이 대출만기는 늘리고 금리는 낮추고 있다. 대출규제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대출 감소세를 뒤집기 위한 자구안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계대출 잔액은 올 1~4월 넉 달째 하락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구조적 어려움에도 실적전망은 밝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수익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만기를 늘린 정책은 부동산 규제에 완화적인 정부 방향성에 발맞춘 조치”라며 “만기가 늘어나는 일이 일반고객 입장에서도 부담이 되기에 가계부채를 끌어 올릴 위험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관계자는 “반면 대출이자를 인하하는 부분은 분명 은행 간 대출유치 경쟁으로 볼 수 있다”라고 <녹색경제신문>에 전했다.


대출만기 늘리는 은행…“DSR 우회 전략 아니다”


[출처=Unsplash]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오는 20일부터 직장인 신용대출 상품 ‘신나는 직장인 대출’ 만기를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한다. 10년 만기 신용대출 상품을 내놓은 곳은 KB국민은행, 신한은행에 이어 농협은행이 3번 째다.

이같이 시중은행들이 만기를 늘리는 이유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때문이다. 대출만기가 늘어나면 차주가 매년 상환하는 원리금이 줄어든다. 그만큼 차주의 대출여력은 늘어난다.

지난 1월부터 시행 중인 DSR은 차주가 1년 단위로 갚아야 하는 원리금(원금+이자) 총액이 연 소득 4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현재는 총 대출금 2억원이 넘는 차주에게만 적용되나 오는 7월부터 1억원으로 대상이 확대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체 대출자 약 2000만명 중 600만명이 오는 7월부터 DSR 규제를 받는다. 전체 국민 3분의 1이 규제 대상이 되는 셈이다.

이에 최근에는 가계대출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만기도 늘어나고 있다. 최장 40년이다. 첫발은 지난달 하나은행이 뗐다. 이후 신한은행, 농협은행, 국민은행 등이 뒤따라 40년 만기 주담대 대출상품을 내놓았다.

문제는 상환기간이 늘어나며 실질적인 원리금 부담도 커진다는 점이다.

연 소득 5000만원 직장인이 주담대 대출(만기 30년·대출금 3억원)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총 상환액은 약 5억8000만원이다. 상환은 원리금 균등방식이다. 반면 같은 조건에서 만기가 10년 늘어날 때 총 상환액은 약 6억9000만원으로 불어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자를 상환해야 하는 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40년 만기대출 상품을 찾는 고객은 적을 것”이라며 “대출이 불가피하게 필요한 차주를 위한 상품이지 가계대출을 더 유치하기 위한 전략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금리 낮춘 효과 있네”…가계대출 잔액 감소폭 둔화


지난 달 14일 주상영 금융통화위원(의장 직무대행)이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출처=한국은행]

DSR 규제 외에 가계대출 역성장 요인으로 기준금리인상이 꼽힌다. 지난해 8월부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네 차례(1.0%p) 올리며 가계대출은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계대출 잔액은 702조3917억원으로 전달보다 8020억원 줄었다. 넉 달 연속 하락세다. 다만 감소폭은 1월(-1조3634억원), 2월(-1조7522억원), 3월(-2조7436억 원)과 비교해 눈에 띄게 줄었다. 은행권이 선제적으로 대출상품 금리를 인하한 영향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12일부터 변동금리 주담대 금리를 0.4%p 인하했다. 지난달 주담대 우대금리 0.2%p를 제공한 지 한 달여만이다. 지난 3월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시중은행들은 대출상품 금리를 도미노 인하하고 있다.

이렇게 가계대출 증가세는 꺾였고 금리는 낮아졌지만 실적전망은 창창하다. 여전히 높은 대출총량(채권)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캐시카우(핵심 수익원)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5대 금융지주 순이익 총합은 5조2362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다. 이자이익만 11조원에 이른다.

하나금융투자 최정욱 연구원은 “(은행권 금리인하 움직임은) 규제리스크보다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1분기 가계대출이 역성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 연구원은 “(다만 이러한 금리인하 상품은) 신규 대출에만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NIM(순이자마진)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고, 공급이 다시 늘어나게 되면 금리도 다시 어느정도 정상화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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