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구교훈 교수 "HMM민영화 서둘러야...투명한 절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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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구교훈 교수 "HMM민영화 서둘러야...투명한 절차 필요"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2.03.03 09:12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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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공급망위기 가운데 막대한 이익을 올리며 사실상 경영정상화를 이뤄낸 HMM(대표이사 배재훈)의 민영화에 대한 해양수산부(장관 문성혁)의 느긋한 발언이 나왔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이 3일 HMM의 민영화에 대해 '아직은 이르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녹색경제신문>>은 국제물류 전문가인 구교훈 배화여대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과 겸임교수(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를 찾아 해답을 구했다. 

구교훈 교수 [사진=녹색경제]

HMM이 지난해 약 7.4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부채비율은 74%, 신용등급 상향(BBB-) 등의 성과를 이뤘다. 배경을 설명해달라.

지난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주요 시장인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의 해상운송이 지연되고 주요 항만에서는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체선, 체화가 만성적으로 이어졌다. 항만과 연결된 철도, 도로운송도 원활치 못해 사상 초유의 글로벌 공급망 붕괴를 겪고 있다. 

이로 인해 가장 혜택를 입은 산업이 바로 해운이다. 국적선사인 HMM도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2년 연속 사상최고 경영실적을 경신했다. 

코로나19로 해상운임이 폭등(약 3배~6배)했고, 2만4000TEU급 12척과 1만6000TEU급 8척 등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대량 발주와 인도, 투입으로 인한 규모의 경제 효과로 TEU당 운송원가는 낮아졌고, 지금까지도 만재(프론트 홀 기준)행진이 이어지는 초호황 국면이 연출되고 있다. 이것이 HMM이 올리고 있는 경영성과의 배경이다. 

물론, 이같은 성과는 HMM만 올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머스크나 MSC 등 대형 선사들은 지난해 훨씬 더 많은 이익을 봤다. 

HMM 민영화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해 달라.

지난 2017년 한진해운이 파산한 원인은 오너 리스크가 가장 결정적이었다. 해운업 경험이 없는 최고경영자가 한 척의 선박도 발주하지 않은 채 용선만하다가 국제 해운 시장의 치킨게임으로 운임이 2016년에는 SCFI(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가 400까지 떨어지는 상황에서 매년 1조원에 이르는 용선료 부담으로 망했다. 당시 한진해운을 살리려고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직접 선사를 찾아가 용선료 인하를 요청하기도 했으나, 거절당했다. 

HMM은 그 무렵 산업은행 관리하에 들어갔고, 정부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해 해진공을 통해 작년 9월까지 총 4조1280억원을 지원했다. 만일 이같은 정부지원이 없었더라면 HMM도 한진해운과 비슷한 어려움에 처했을 것이다.

정부는 경쟁력 있는 선사를 육성하고 선복량도 늘려야 한다. 정기선 해운선사는 대규모 선박 선대 등 재무적 투자 선행과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사업이다. 자본력이 있는 기업들이 해운업계에 들어와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통폐합을 추진하고 덩치도 키워야 한다.

한편으로는 역량 미달 선사들은 정부가 퇴로를 마련해주고, M&A를 통해 해운기업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

HMM민영화의 방향을 제시해달라

앞서 해수부는 HMM 민영화와 관련해 해운기업이 1순위, 물류나 화주 기업이 후순위라고 밝힌 바 있다.

물론, 해운산업에 대한 경험이 있는 해운기업이 HMM을 인수하는 것이 역량만 충족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1982년 해운 합리화 이후 지난 40년간 우리 해운업계는 그같은 역량을 갖춘 기업을 키워내지 못했다.

향후 해운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DHL, 머스크 등이 글로벌 물류시장에서 보여주듯이 해운과 물류를 더욱 전문화·대형화하고 선·화주와 물류기업의 결합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은 매각을 통해 물류사업의 확대를 꾀하는 기업이 인수해서 규모의 경제 효과를 거두는 등 산업 내, 산업 간 자연스러운 융복합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HMM은 투명하고 공정한 룰에 따라 ESG경영을 실천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 가능한 탄탄한 재무적 능력을 갖춘 기업과 이미 글로벌 사업망을 갖춘 대기업이 인수하도록 해야 한다.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지배구조 그리고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 등 공정거래법에 저촉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포스코같은 대기업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만일, 국내 기업이 인수할 여건이 도전히 안 되고, HMM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면 국제입찰을 통해 적격성있는 글로벌기업의 일정지분참여를 검토할 필요도 있다. 

한편, 단순히 해운업무의 주무부처인 해수부보다는 대통령직속 국가공급망관리부처(가칭)나 산업은행의 주무부처인 산자부에 HMM에 대한 지원과 관리를 이관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해양수산부는 해양과 수산의 업무에 집중하고 해운 업무는 육,해,공 물류에 속하므로 국토교통부에 편입하거나 또는 국가공급망관리부처를 신설해 도로, 해운, 항공, 철도 등 육해공 물류 업무와 기능을 총괄 관리 및 지원하도록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구교훈 교수(물류학 박사)는 40여년 동안 해운, 철도 등 물류 분야의 민간기업과 공기업에서 국내 물류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고, 한국국제물류사협회를 창설해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우송대 물류시스템학과 겸임교수(8년)을 거쳐 배화여대와 인천대에서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사)한국물류관리사협회 회장, 한국철도공사 물류자문위원, 국토교통부 우수물류기업인증 심사위원, 국가직무능력표준 물류분야 개발위원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구교훈 박사의 무역실무 길라잡이' 등이  있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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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 2022-03-03 18:30:14
기자님 좋은기사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구름잡이 2022-03-03 14:43:44
아주 정확힐판단입니다 자립할수있는걸 뭘더빨아먹으려고 잡고있는지

스트롸이더2 2022-03-03 13:43:19
변함없는 진짜 기자의 모습에 감명을 받습니다.
항상 현장에서 발로 뛰시며
탐사보도 수준의 기사 전해주시는 점 감사합니다.
또한
각계 전문가 분들의 투명한 의견들 오래도록 전해주시길 기대해보면서
항상 발로 뛰시는 기사 감사히 봅니다.

Tlsur 2022-03-03 13:41:14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틀리말이 하나도 없네요.

철이 2022-03-03 13:22:28
너무나 지당하신 말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