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매각]산은·해수부 출구 전략 성패 CB 상환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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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매각]산은·해수부 출구 전략 성패 CB 상환에 달려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2.02.23 13:05
  • 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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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인 공급망 위기 속에 유독 눈길을 끄는 기업이 HMM(대표이사 배재훈)이다. 

HMM은 지난 2020년 9808억원의 사상최대 영업이익을 올린데 이어 지난해에는 국내 기업 중 4위에 해당하는 7조3775억원의 놀라운 영업이익을 거두며 정부의 품을 떠날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 

산은·해진공, CB전환 따른 한계효용 지속 감소...지분 50%넘으면 실익 없어

지난해 11월 엄기두 해수부 차관은 "HMM은 현재 산업은행이 24.96%, 해양진흥공사가 20.69%, 신용보증기금이 6.05%, 국민연금공단이 5.16% 등 국가기관이 56.86%를 보유하고 있고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하고 있는 영구전환사채 약 2조7000억원이 추가로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국가기관 보유지분이 76%까지 늘어나게 된다"며 "50%+1주까지만 전환하고 나머지는 상환해야 할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어느 시점에 매각할 것인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엄기두 차관의 발언에는 착오가 있다. 산은이 보유했던 24.96%의 지분은 해진공이 6000억원 규모의 191회차 CB를 전환해 (20.69%가 아닌) 19.96%로 지분을 늘리면서 20.69%로 줄었다. 다른 기존 주주들과 마찬가지로 보유지분의 가치가 희석됐기 때문이다. 

신보와 국민연금의 지분도 3분기 말 지분으로 산은과 해진공이 CB를 전환하면서 지분이 줄었다. 

CB전환에 따른 정부 지분 가치의 변화 [자료=녹색경제]

현재 산은과 해진공의 CB는 192회차부터 197회차까지 6개가 순차적으로 남아있다. CB를 전환해 정부의 지분이 늘어날수록 CB전환을 통한 이익보다는 기존 지분가치의 희석에 따른 손실이 확대된다. 

이미 정부 지분은 50%를 넘긴 상태다. 

CB전환 따른 주가 하락도 고려해야...경쟁사 대비 현저히 낮은 주가 상승률

CB전환에 따라 HMM의 주가는 실적에 비해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락했다. 

22일 종가 기준 HMM의 최근 1년간 주가가 81% 올랐다. 반면 가장 유사한 규모의 대만 양밍해운의 주가는 301% 올랐다. HMM의 절반 규모인 완하이라인도 270% 올랐다. 

최근 1년간 주가 상승률 비교 [자료=구글 금융/녹색경제]

그런데, CB전환 이슈가 불거지기 이전인 5월 17일 HMM의 주가 상승률은 152%로 경쟁사 대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CB전환으로 인해 경쟁사들의 주가는 약 2~5배 오르는 동안 HMM의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산은이나 해진공의 CB전환에 따른 이익보다 잃어버린 기회비용이 더 컸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잔여 CB를 상환한다면 이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정부가 과반지분을 가진 상황에서 실질적인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CB상환은 발행 5년차인 내년 이후에 가능하다. 

배임 VS 독직...금융위, 'HMM CB 전환=불건전행위' 규정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사진=산업은행]

지난해 6월 이동걸 산은 회장이 CB전환의 근거로 거론한 것은 배임의 가능성이다. 

하지만, 배임죄가 성립될 가능성은 없다. 배임죄의 가장 중요한 구성요건인 '불법적인 수단'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산업 및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설립 목적으로 하는 산은이 국적해운사를 지원해 경영을 정상화하고 지원한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배임이 될 수 없다. 

실제로 지난해 수출입은행은 당초 지원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한항공의 CB를 전환하지 않았다. 

지난 2020년 개정된 산업은행법에는 약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하도록 법으로 정했는데, 이 법에는 해운산업과 항공산업을 기간산업으로 특정하기도 했다. 

반면,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이익을 도모하면 '독직'의 죄가 성립된다. 물론, 이 경우에는 개인적인 이익을 도모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금융위원회(위원장 고승범)는 전환사채(CB) 시장 건전성 제고를 위한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지난해 12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는 ‘증권시장 불법·불건전행위 근절 종합대책’(2020년10월)의 후속조치로 지난해 10월27일 의결 공시한 바 있다.

금융위는 이같은 결정을 "CB전환을 통해 '기존 주주 주식가치 희석화, 최대주주 지분확대에 악용, 불공정거래에 활용하는 것'을 금하기 위함"이라고 명시했다. 

산은과 해진공의 CB전환이 불법·불건전한 행위로 규정하고 근절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산은,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실패 등 뚜렷한 성과 없어...HMM 민영화가 출구될 수도

이번 정부 들어 산은이 진행한 민영화는 노력에 비해 뚜렷한 성과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오는 24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보고서가 나오는 대우건설은 여전히 중흥건설과 원만한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한 채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에디슨모터스에 매각한 쌍용차도 새로운 회생계획안이 다시 마련되는 중이다. 

무엇보다도 이 회장이 직을 걸겠다며 5년여를 끌어 온 대우조선해양과 한국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좌절됐다. 

만일 한진해운을 살리지 못했던 산은이 이번 기회에 HMM을 민영화하지 못한다면 상당히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할 수도 있다. 

반면, HMM을 민영화에 성공한다면 부도직전의 국가 기간산업을 회생시킨 자랑할 만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이 회장은 이미 여러차례에 걸쳐 HMM의 경영정상화와 민영화의 뜻을 내비친 바 있다. 다만, 시장이 혼동할 수 있는 조치들이  반복됐다. 주가가 높아지면 매각이 어려울 것이라며 주가 상승은 견제하면서도 정작 CB전환으로 지분을 늘렸다. 매수기업 입장에서는 주가 상승보다 이미 40%까지 늘어난 지분이 더 부담스러울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 HMM의 새주인 되나 관심...미래 경쟁력 강화 위해 민영화 절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몽구 명예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몽구 명예회장 [사진=현대차그룹]

다음달 26일 HMM 사장에 취임하는 김경배 전 현대글로비스 사장의 인사가 예사롭지 않은 이유는 HMM의 민영화 때문이다. 

국내 2위 기업집단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출운송을 맡고 있는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3.3%의 최대 지분을 가져 후계구도의 핵심으로 관심을 모으는 기업이다. 

글로벌 해운사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지속가능한 미래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HMM의 입장을 고려하면 민영화는 절실한 문제다. 

원칙적으로는 공개 매각을 해야 하지만, 사실상 HMM의 몸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 지난 9년간의 누적결손금을 뛰어넘는 이익을 올린데다 여전히 기록적인 이익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약 1500억 달러(180조원)의 이익을 올린 국제해운사들은 올해 또다시 2000억 달러에 달하는 이익을 올릴 전망이다.

또한, 이같은 현금을 바탕으로 친환경 선박 투자와 함께 미래 물류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직적 통합 등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책임관계가 중요한 공공부문에서 감당하기 힘든 속도와 위험이 뒤따른다. 민영화가 필요한 이유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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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렬 2022-02-26 12:29:55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HMM 좋은 주인 빨리 만나길..

이영주 2022-02-24 07:28:15
김기자님 소중한 글 감사합니다

민기 2022-02-23 22:20:23
김의철기자님 참 멋진 분이십니다.
항상 좋은기사 잘 보고 있습니다.

김혜옥 2022-02-23 18:24:27
민영화 추진 관련 기사 감사합니다.

청사 2022-02-23 17:44:20
수준 높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