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이 두 겹”…금융권 성평등, 아직 갈 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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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이 두 겹”…금융권 성평등, 아직 갈 길 멀다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02.17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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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경연, 금융권 성평등 연구 발표
고용임금 등 양적지표 개선 뚜렷
반면 임원비율 등 질적개선 미미
[출처=Unsplash]

최근 ESG 경영으로 조직 내 성평등이 강조되는 가운데 금융권의 여성 노동환경을 다룬 연구가 나와 주목받는다. 연구에 따르면 금융업계는 남녀 고용·근속지표 등에서 타 업종 대비 비교우위를 나타냈으나 여성 임원 비율이 극히 낮은 등 질적으로 부진한 양면성이 발견됐다.

특히 보고서는 최근 여성임원 외부영입 추세에 대해, 내부 여성임원 등용을 통해 조직 내 여성 롤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등 주목할만한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금융경제연구소 현은주 연구위원은 "국내 금융권을 대상으로 유리천장 관련 주제를 과거에 다룬바 있으며 이후 그 발전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며 "흔히 보수적이라 평가받는 금융권의 변화는 다른 업군에게 전달하는 상징성이 있다"고 <녹색경제신문>에 전했다.


금융권 남녀 고용임금지표, 양적개선 뚜렷해…"양질의 일자리"


전체 및 금융업종 남녀 연령별 임금 및 임금비 비교. 금융권(오른쪽)의 경우 남녀 모두 50대를 기점으로 하락 전환하는 모습. [출처=금융경제연구소]

금융업계는 남녀 임금격차, 근속연수 부문에서 다른 업군 대비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 5년 간(2016~2020년) 금융업 여성 근로자 임금은 20% 오른 반면, 남성은 10% 증가하며 임금격차가 다소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금융권 남녀 임금격차는 5년 간 5%p 줄어든 25%로 전체 업종(30%)과 비교해 감소폭이 컸다.

구체적으로 금융권 여성 근로자의 연령별 임금상승 기울기는 50대 중반까지 상승추세를 그렸다. 이는 전체업종 여성 근로자가 30대 중반부터 임금이 꺾이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를 두고 현 연구위원은 "(금융권 일자리가) 결혼, 출산이 경력단절로 이어지는 경향을 낮추고 인적자본 축적을 이어갈 수 있는 근로환경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령대별로 금융권 여성 근로자는 35~39세 연령층이 전체 중 20.4%로 가장 많아 인력구조 중 허리를 차지했다.

전체업종과 비교해 금융권은 남녀 근로자 평균 근속연수가 각각 18.7년, 19년으로 모두 길었는데 연구위원은 이를 두고 "금융산업 여성 근로자의 장기근속이 성별 간 임금 격차를 완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질적인 '이중유리천장' 여전…"관련 정책확대 시급"


전체 및 금융업종 근로자 대비 임원 비율 비교. [출처=금융경제연구소]

다만 이러한 금융권의 양적개선은 곧바로 질적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제한적인 유리천장 문제가 여전했다.

금융권 여성 관리자 비율은 2016년 전체 중 12%에서 2020년 18%로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 특히 전체 여성 근로자 대비 관리자 비율이 매년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금융권은 여성이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대표성은 낮아지는 이른바 '이중유리천장' 문제를 고질적으로 가지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1년 상장법인 여성임원 현황조사결과'에 따르면 금융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270명 중 1명(0.003%)으로 전체 업종 평균(0.41%)과 비교해 극히 낮았다.

특히 은행의 경우는 여성 임원 비율은 714명 중 1명(0.001%)으로 이보다 더 낮았다.

현 연구위원은 "금융산업 내 유리천장과 관련한 가장 큰 이슈는 역시 이중유리천장"이라며 "관리직과 별도의 주요 의사결정 지위에서 유리천장 해소를 위한 정책확대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금융권 개선방안은…개인·기업·정부 다차원적 노력 필요


[출처=금융경제연구소]

이러한 금융권 성평등 문제를 풀기 위해 보고서는 크게 3가지 해결책을 제시했다. 차례로 바텀업(bottom-up) 접근, 인사채용 외부평가 확대, 여성위원회 네트워크 조직 등이다.

먼저 바텀업 방식은 할당제와 같은 탑다운 방식에 앞서 필요한 구조개선으로,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직장 돌봄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여성 경력개발에 가장 큰 장애요인인 자녀돌봄에 대한 불이익을 줄이는 방안으로 구성됐다.

연구위원은 특히 개정 자본시장법 등에 따라 최근 외부에서 영입되고 있는 여성임원은 "후배 여성들에게 주는 동기부여와 상징성이 적을 수 밖에 없다"며 "조직 내 함께 일한 내부에서 임원을 육성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텀업 방식 다음으로 보고서는 인사 외부 평가, 외부 전문 면접관 활동 등을 통해 인사·채용 과정에서 투명성 확보를 제언했으며, 각 금융권 여성위원회 네트워크 조직을 통해 여성 근로자 간 협동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현은주 연구위원은 "(여러 성평등 지표에서 나타나듯) 한국은 임금이나 고용률과 같은 경제활동 관련 영역뿐만 아니라 교육, 건강, 정치 영역 등을 포함해서도 성 불평등 기조가 깔려있음을 알 수 있다"며 "보수적인 조직 문화로 대표되던 금융산업에서도 노동시장 내 성평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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