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개정 자본시장법, 유리천장 깰 해법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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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개정 자본시장법, 유리천장 깰 해법 될까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01.28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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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리천장지수 OECD 꼴등
-8월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
-대상기업 50% 여성이사 0명

오는 3월 국내기업들의 주주총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이번 주총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바로 여성이사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개정 자본시장법에 따라 올해 8월부터 국내기업(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은 최소 1명 이상의 여성 등기이사를 두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개정 자본시장법, 왜 등장했나


개정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165조20은 2018년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전 의원 외 12인이 발의한 법안으로 기업의 의사결정기구에서 여성의 대표성이 현저히 낮다는 문제에서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국내기업에서 여성의 대표성이 낮다는 건 사실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척 낮다'입니다.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매출액 기준 국내 500대 기업의 여성이사 비율은 5.6%입니다. OECD 평균은 25.6%로 한국은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한 2021년 유리천장지수(glass-ceiling index)에서 OECD 29개국 중 29위로 꼴등입니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이 따라올 수 있습니다. 단 1명 늘리는 것으로 충분할까.


최소 1명으로 충분할까


여야 의원들이 한 뜻을 내 마련한 법안은 본래 특정 성(性)의 이사가 3분의 2를 초과하지 않도록, 즉 여성이사가 이사회에서 최소 3분의 1을 차지하는 내용이었으나 개정과정에서 최소 1명 이상으로 수정됐습니다.

당시 법안심사 과정에서 금융위원회는 민간기업에 도입하기 이르다는 반대입장을 냈으며, 특정 의원들도 과도한 기업규제라는 비판이 제기되며 결국 최소 1명 이상으로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지난 2020년 2월 통과된 법률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165조의20(이사회의 성별 구성에 관한 특례) 최근 사업연도말 현재 자산총액[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의 경우 자본총액(대차대조표상의 자산총액에서 부채총액을 뺀 금액을 말한다) 또는 자본금 중 큰 금액으로 한다]이 2조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의 경우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하지 아니하여야 한다.


국내외 동향 및 도입효과는 어떨까


여성 등기이사를 1명 이상 두도록 하는 법안도입은 한국이 처음이 아닙니다. 노르웨이는 2003년 여성 등기이사를 전체 중 최소 40% 이상 두도록 하는 여성할당제를 도입했습니다. 이를 미준수할 경우 회사의 해산까지 가능하도록 규정했습니다.

그렇다면 또 이러한 질문이 가능할 것입니다. 여성이사를 두는 게 기업에게 득이 될까. 이 물음에 대한 의견은 분분합니다.

글로벌 경영컨설팅업체 맥킨지가 12개국 글로벌 기업 1000여곳을 분석한 결과(2020년) 이사회 성별 다양성이 높은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영업이익이 2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매니지먼트사이언스지에서 등재된 연구(Valuation Effects of Norway’s Board Gender-Quota Law Revisited)는 노르웨이의 여성이사 할당제가 기업가치에 중립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자격 있는 여성이사의 공급이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결과를 피할만큼 충분했다"고 덧붙이고 있습니다.


국내기업은 여전히 미적지근


개정 자본시장법이 오는 8월 도입됩니다. 그러나 해당 법을 적용받는 국내기업 중 절반이상이 아직까지 여성 등기이사를 1명도 두지 않고 있습니다.

리더스인덱스가 지난해 3분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 167개사를 분석한 결과 여성 등기이사가 단 1명도 없는 기업이 77곳(46%)으로 조사됐습니다. 처벌조항이 없는 이유도 크지만 무엇보다 기업 이해관계자의 관심이 적은 배경도 큽니다.

블랙록은 올해 의결권 지침에서 미국 기업에게 최소 2명 이상의 여성 등기이사를 둘 것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블랙록은 이사회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1862건의 의결권 반대표를 던진 바 있습니다.

반면 국민연금기금은 지난 1분기 여성이사가 0명인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국내기업에 23조원을 투자했죠.

이사회 다양성은 기관 투자자 뿐만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의 관심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국내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 한국이 ESG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가장 먼저 넘어야할 문제가 바로 유리천장지수 꼴등이라는 불명예이기 때문입니다.

[사진 출처=프리픽, Unsplash, 국회, 맥킨지, 픽사베이]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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