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는 왜 GDP에 잡히지 않을까... ESG 시대 새 경제지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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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는 왜 GDP에 잡히지 않을까... ESG 시대 새 경제지표 필요하다
  • 이용준 기자
  • 승인 2022.02.18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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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 LAB2050 대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 622명 지식인 '새로운 경제지표' 청원
손종칠 한국외대 경제학부 교수, ESG영역 포괄한 '참성장지표' 제언
"화폐 환산 불가능한 영역의 '상품화' 우려"... '신중한 접근 필요' 지적도 있어

최근 ESG경영이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각광받는 가운데 양적성장만 산출하는 국내총생산(GDP) 통계의 한계가 지목받고 있다.

ESG경영이 비재무 요소를 강조하는 만큼 경제적 외형확장을 넘어 환경, 삶의 질을 포괄하는 새로운 발전 지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GDP는 한 나라의 생산물 총량을 산출하고 국민 후생을 위한 복지정책의 대표적인 근거자료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시장 경제 내부의 생산활동만 산입하다보니 사회 전체 생산물의 질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아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행 GDP는 소비와 투자 그리고 정부지출과 (수출에서 수입을 뺀)순수출로만 구성된다.

예컨대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시장에서 지역주민간 중고거래 혹은 나눔을 하면 사회적 후생은 증가한다. 하지만 GDP는 새롭게 생산된 재화가 ‘시장’에서 화폐로 거래될 때만 산입되기 때문에 당근마켓이 생산하는 사회적 후생은 GDP로 집계되지 않는다. 

가사노동, 봉사 등 무보수 노동은 어떨까? 무보수 노동도 분명 사회 전체의 후생을 증가시키지만 GDP에 포함되지 않는다. 예컨대 식당에서 구매한 음식과 서비스는 GDP에 반영되지만 어머니가 자녀를 위해 준비한 식사는 제외된다. 

이처럼 GDP가 시장가치 외부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후생을 포괄하지 못하면서 경제의 진정한 가치를 왜곡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GDP를 전제한 경제 모델에 따르면 국민 전체 후생은 생산된 재화의 총량에 비례해 증가해야 한다. 하지만 국부가 늘어도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박탈감은 오히려 더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GDP의 한계를 ESG경영 관점으로 본다면 어떨까? ESG는 기업 재무지표를 넘어 환경, 사회, 거버넌스 등 비재무적 요소를 하나의 기업성과로 취급한다. 하지만 환경과 사회적 책임, 기업지배구조는 시장에서 판매되는 ‘재화’가 아니다. 따라서 현재 GDP는 ESG적인 가치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환경오염과 함께 발생하는 경제적 피해는 시장에서 ‘가격’이 매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일부 학계에서는 GDP만으로 삶의 질을 표현하고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새로운 경제지표를 요구하고 있다. 민간정책연구소 LAB2050 이원재 대표는 18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이유진 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등 622명 정책연구가, 기업가, 활동가와 함께 정부에 새로운 경제지표 활용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발표했다.

이 대표는 SNS를 통해 “과거 성장 담론에 갇혀 낡아버린 GDP를 넘어, 환경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포괄하는 새로운 발전지표 도입을 촉구한다”며 “기업과 투자자들도 재무적 이익뿐 아니라 ESG 성과를 따져 투자하고 활동하는 시대에 새로운 통계지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서 그는 “불평등, 기후위기, 가사돌봄노동 등 사회환경적 가치를 포괄한 새로운 발전지표를 1년 1차례 이상 정기적으로 집계, 발표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한 세부 기초통계조사를 신설하고 공론장을 열어 논의해야 한다”며 “GDP를 넘어 ESG 요소를 담은 새로운 발전지표가 만들어진다면 정책 수립활동, 연구활동, 투자활동, 기업활동, 시민사회활동이 한 단계 정교해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손종칠 한국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16일 참성장포럼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경제 부문뿐 아니라 일과 여가부문, 인적자본 부문, 디지털 부문, 환경부문을 포괄한 ‘참성장지표’를 제언했다. 참성장지표는 예컨대 생산 및 소비 영역뿐 아니라 소득불평등이 증가하면 사회 후생을 감소시키는 방식으로 GDP를 보완한다.

손 교수는 “그간 사회적 가치, 돌봄노동, 환경의 가치가 물질적 생산을 위해 동원되고 투입됐던 요소로 파악돼 왔고 이들이 얼마나 훼손되고 투입되는지 고려해야 하는데 시장가치가 없기 때문에 추정만 해왔다”며 “ESG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등 다양한 지표를 추구하는 성숙한 선진국 사회는 GDP 지표와 더불어 참성장 지표 등을 활용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비재무적 요소의 경제지표화는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생산뿐 아니라 분배 시스템의 근본적인 전환이 없다면 그간 화폐로 환산 불가능한 영역 조차 빠르게 상품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원은 18일 <녹색경제신문>에 "공유경제는 그간 시장과 화폐 논리 밖에 있던 인간의 호혜성을 빠르게 상품화시키는데 일조했다"며 "최근 학계에서 ESG경영, 사회적경제 등 다양한 대안경제를 제시하지만 경제의 외형적 확장뿐 아니라 분배시스템의 급진적인 전환이 없다면 신자유주의의 또 다른 절충안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용준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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