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채우석 방산학회장 "지속가능한 방산 위해 컨트롤 타워 필요...靑수석비서관 신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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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채우석 방산학회장 "지속가능한 방산 위해 컨트롤 타워 필요...靑수석비서관 신설해야"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2.01.07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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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방산 수출 성과는 오랜 기간 헌신하고 희생한 분들 덕분...고마움 잊지 말아야"
- "경항모보다 중대형 핵항모가 필요해...탑재기 작전능력 감안하면 비싸지 않아"
- "한미동맹 강화하려면 민간 차원 방산 동맹도 강화해야...공급망 탄탄하게 엮어야"

채우석(예비역 육군 준장)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은 국방부 획득기획 과장을 거쳐 현 방위사업청(청장 강은호)의 전신인 국방부 조달본부 차장을 지냈다. 방위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보국훈장 천수장, 삼일장과 지난 1999년 대통령표창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방산학회에서 발간하는 '한국방위산업학회지’가 학회창설 30년만에 한국연구재단(NRF)의 등재학술지로 선정되는 쾌거도 이뤘다. 

지난해 약 1조원 규모의 K9자주포 수주를 필두로 새해에도 잇단 대형 수출 소식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에서는 4차산업혁명·에너지 대전환·ESG경영 등 유례없는 산업의 대전환기를 맞아 13년째 방산학계를 이끌고 있는 채우석 회장을 만나 지속가능한 방산의 길을 물었다...<<편집자 주>>

 채우석 방산학회장 [사진=녹색경제]

▲방산 컨트롤타워의 필요성때문에 이번 정부에서 방산담당관이 신설됐지만, 역할이 충분치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방산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에 대해 말해달라. 

당연히 필요하다.

방산의 유일한 소비자는 정부와 군이다. 절대적인 갑이면서도 폐쇄적이다. 그러니 방산기업들은 늘 속 앓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기껏 개발한 훌륭한 무기체계도 이런 저런 규정때문에 전력화를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어렵고 힘든 사정도 묵살당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소통은 커녕 방산비리라는 프레임때문에 방산기업이 정부 관계자를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접촉과 소통이 어려워졌다.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자고 방산담당관을 운영했지만, 지난 2년 간의 성과를 살펴보면 청와대 수석비서관직으로 격상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다. 방산담당관이 제대로 한 역할이 없었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지형이 급변하고 있고 군사적 긴장이 날로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근본적으로 세계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의 확산은 피하기 어려운 문제다. 국방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우리 의사와는 상관없이 희생을 강요당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또한, 미래 국방을 생각하더라도 지금처럼 출산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방산은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병력 숫자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더 강력한 무기체계를 갖추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렵다. 

무기체계가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한 무인시스템으로 급변하고 있다. 이런 기술 경쟁에서는 한번 뒤쳐지면 따라잡기 힘들다.

한편으로는 한껏 비대해진 정부조직간 밥그릇 쟁탈전이 자칫 방산을 망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크다.

방산분야에서도 4차산업혁명과 항공우주산업의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여서 과기정통부와 국방부, 산업부, 기획재정부, 방위사업청, 군(軍)의 이해관계가 복잡해졌고, 소통이 더욱 중요해졌다. 최소한 교통정리라도 청와대에서 해줘야 혼란과 낭비적 요소를 줄일 수 있다. 

차기 정부에서는 이같은 점을 제대로 인식해 방산을 전담하는 수석비서관을 두고 이제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한 방산을 안보와 경제를 아우르는 첨단 과학기술 산업으로 육성해 나가야 한다. 

지난해 호주에서 약 1조원 규모의 K9자주포 수주 쾌거가 있었다. 올해도 약 4조원 규모의 UAE 천궁2미사일과 8~12조원 규모의 호주 레드백 장갑차 수주 등이 예상된다. 방산 수출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말해달라. 

방위산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중후장대한 산업이어서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출을 통한 소요창출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방산수출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국가간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수출 성과는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지난 50년 동안 방산분야 민·관·군·산·학·연 관계자들의 많은 노력이 축적된 결과다. 

K9같은 명품 무기 개발은 여러 전문가들이 애국심을 바탕으로 헌신하고 분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개발과정에서 큰 희생을 치르신 분들도 있다. 

채우석 방산학회 회장(왼쪽)과 선친을 대신해 수상자로 나선 오범규 교수. [사진=녹색경제]
채우석 방산학회 회장(왼쪽)과 선친 故오원철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대신 수상한 오범규 명지대 교수 [사진=녹색경제]

지난해 방산학회는 고(故) 오원철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자랑스러운 방산인상을 수여했다. 올해도 방산 발전과 국산 명품무기 개발에 실제 기여한 공로가 큰 분들을 발굴해 상을 드릴 것이다. 방산에 기여한 큰 공로가 있는 분들을 우리가 잊어서는 안된다. 

또한 공로에 대해 우리가 고마움을 표시해야 더 큰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다고 믿는다. 

방위산업은 국방과 함께 산업에서도 중요하다. 수출이 늘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어 국방예산 절감과 무기 품질 향상에 도움이 되고, 일자리 창출과 다른 산업으로의 파급효과로 국가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최근, 경항공모함보다 중대형 항모가 더 유용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유가 궁금하다. 

경항모 사업은 전력화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사업이다. 물론, 예산도 막대하게 소요된다. 경항모와 중대형 항모는 그런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 

항모건조비용만 따지면 경항모가 예산을 다소 적을 수 있겠지만, 탑재기에 제한을 받는다. 만일 경항모를 건조하게 되면 성능 대비 가격이 가장 비싼 기종인 수직이착륙기(F-35B) 외에 선택지가 없다. 이에 따른 작전능력의 한계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반면, 7만톤급 이상의 중대형 항모로 건조하면 탑재기의 가성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더 나아가 국산 기종인 KF-21(보라매)을 성능개량해 탑재할 수도 있다. 

오히려 중대형 항모가 작전능력을 감안할 때 훨씬 저렴한 비용을 치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우리가 해양대국을 지향한다면 중대형급 항모를 건조해 제대로 된 전단을 꾸리는 편이 낫다. 

영국도 당초 경항모를 건조하려고 하다가 7만톤급 항모인 퀸엘리자베스호와 프린스오브웨일즈호를 건조한 것은 항모의 크기에 따른 작전 능력과 범위에 차이가 많아서다. 

또한 항모를 건조하면서 핵추진 방식으로 할 필요가 있다. 항모전단을 제대로 꾸리는 과정에서 필요한 잠수함도 핵추진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협조가 중요한데, 한미동맹을 기초로 끈기있게 소통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미방산동맹이라는 화두를 제시했는데, 변한 내용이 있는지?

한미동맹은 구호에 그쳐서는 허무하게 와해될 수 있다. 방산동맹은 실체적 협력관계를 의미한다. 한미연합훈련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혈맹관계를 증명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한미연합훈련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혈맹임을 증명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 전쟁이 벌어지고 전투에 임했을 때, 서로 등을 맡길 수 있는 것이 동맹이다. 

최근 한미동맹은 실체가 뚜렷하지 않은데 이는 그 기반이 허약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방산동맹이야말로 이러한 허약한 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방산동맹은 상호간 경제적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산업적 강점에서 한국이 더 우수한 분야가 있고, 미국이 앞서 있는 부분이 있다. 서로의 장점을 공유하고 협력해 활용할 수 있다면 상호간에 더 많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현 동북아 정세를 고려할 때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에게 커다란 기회가 온 것으로 확신하며 이 기회를 반드시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지난해 11월 민간단체인 한미자유안보정책센터가 창립됐다. 여기에 방산동맹 관련 이슈를 다루는 분과위원회를 조직해 방산협력 업무를 다루도록 했다. 한미방산동맹 강화를 위한 민간차원의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미동맹을 구체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함께 민간차원에서도 방산 공급망으로 탄탄하게 엮어 갈 필요가 있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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