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해외는] 에너지 가격 폭등 속 EU의 환경 정책 딸꾹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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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해외는] 에너지 가격 폭등 속 EU의 환경 정책 딸꾹질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 승인 2021.10.1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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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소제로정책 이행과정중 천연가스의 필요성 급증
- 노르웨이식 재생가능 에너지정책 모델에서 해법 모색할 듯
유럽연합은 이미 1990년대 말부터 전기・난방의 원료로 석탄 연료 사용을 감축하기 시작해 2020년부터 재생 에너지가 전기공급용 주요 에너지원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Photo: Fré Sonneveld. Source: Unsplash
유럽연합은 이미 1990년대 말부터 전기・난방의 원료로 석탄 연료 사용을 감축하기 시작해 2020년부터 재생 에너지가 전기공급용 주요 에너지원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Photo: Fré Sonneveld. Source: Unsplash

10월에 접어들어 기온이 하락하며 겨울철 난방 시기로 접어들고 있는 유럽에서 에너지 가격이 연일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AP통신, 이코노미스트, 유로뉴스 등 유력 언론들은 에너지 가격 인상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문턱에서 선 유럽의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10월 6일 수요일, EU위원회는 회원국 대표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최근 급증하는 가스 및 전기 사용료로 인해 직격타를 받는 일반 소비자와 소상공업체에 우선적으로 에너지 지원 자금을 풀라고 긴급 촉구했다.

10월 5일 기준, 천연가스 가격은 배럴당 미화 200달러를 기록했다. 배럴당으로 환산하자면 원유 가격의 3배에 달하는 가격이다. 네덜란드의 ICE 시장데이터 선물거래 지표에 따르면, 천연가스 사용료는 올 1월 가격 16유로(시간당)에서 9월 중순 기준 75유로(시간당)로 3분기 만에 무려 360%가 급증했다.

미국의 경우 천연가스 생산국으로서 천연가스의 자체 공급이 가능하지만, EU권 국가들은 사용량의 90%를 해외에서 수입해오는 실정이다.

유럽연합 회원국별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 의존도. 발틱권과 동부 유럽 국가들에서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의존도가 높다. © Statista 2021
유럽연합 회원국별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 의존도. 발틱권과 동부 유럽 국가들에서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의존도가 높다. © Statista 2021

9월 말 기준 브렌트 원유 가격도 배럴당 미화 80달러 고지를 점하며 지난 3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석유 수출국 기구(OPEC)가 최근 9월 28일 출간한 『세계석유전망(World Oil Outlook, 이상 WOO)』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보급 확대와 재생가능 대체 에너지 확대에도 불구하고 원유는 오는 2045년까지 세계 제1의 에너지원으로써 건재할 것이라 예측한다.

EU 행정부는 에너지 공급가 급증이 경제는 물론 정치적 이슈로 번질까 우려한다. 겨울철 난방과 요리에 필수적인 가스 연료의 가격 인상이 EU의 과도한 녹색에너지 전환 정책이 순조롭지 못한 에너지 공급 사태가 원인이 됐다고 여기는 유럽인들의 원성이 증폭되고 있다.

EU 회의주의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헝거리 총리와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현재 유럽이 겪는 에너지 가격 인상의 원인을 EU위원회의 ‘그린딜’ 정책 때문이라 지적하고, 오는 2030년까지 55% 온실가스 감축 및 2050년까지 제로탄소배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린딜에 따른 에너지 가격 인상은 유럽시민들에 대한 또다른 징세 수단이라고 비판한다.

반면 그린딜을 추진하는 EU위원회는 유럽의 에너지 가격 인상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대체재생에너지(풍력・태양발전) 기반 그리드 시스템을 더 빨리 확대하는 것 뿐이라며 친환경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유럽 내 회원국들마다 에너지가 인상에 대한 대안 제시도 제각각이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정부는 이미 국민들에게 에너지 지원금 바우처 배포를 위한 예산을 마련해놓은 상태다.

에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대체재생에너지와 핵에너지라는 주축으로 EU의 자체적 에너지 자립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프랑스는 전체 전기소비량의 3분의 2가 핵발전소에서 공급받고 있을 만큼 핵에너지 의존도가 높다.

스페인은 천연가스의 수입가에 따라 타 연료 가격을 연동책정하는 불합리한 전기 도매가 책정체제를 개정하고 EU단위 단체구매방식을 취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EU 공동체 보다 독일의 이해를 위해 건설추진돼 논쟁을 모았던 ‘가즈프롬’ 독일-러시아 간 천연가스 공급 파이프라인. 제2선의 개관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 2003–2020 Gazprom
EU 공동체 보다 독일의 이해를 위해 건설추진돼 논쟁을 모았던 ‘가즈프롬’ 독일-러시아 간 천연가스 공급 파이프라인. 제2선의 개관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 2003–2020 Gazprom

정치전문 인간지 『폴리티코』 에 따르면, 유럽은 재생에너지 체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악조건이 한꺼번에 겹친 에너지 시장의 ‘퍼펙트 스톰’을 겪고 있다고 분석한다.

올봄부터 유럽에서는 더운 날씨로 인한 에어컨 사용 증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증가에 따른 각종 야외활동와 비즈니스 활동 재개, 요식업 및 소매 부문 폭발적인 보복소비로 전력소비량이 증가하면서 가스비축량이 30%대로 급감했다. 올해 유난히 추운 겨울이 닥칠 경우, 그와 비슷한 비상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다수의 유럽국가들은 EU 정책을 준수해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탄소를 배출하는 발전소와 핵전력발전소를 폐쇄해왔다.

반면 풍력및 태양열 발전소들 다수는 비가동 상태며 가동하더라도 불규칙한 발전량과 절대공급량 부족을 메꾸기 위해 천연가스 수입에 의존한 결과 가스 가격의 급상승이 야기했다고 한 에스엔피 글로벌프챗츠(S&P Global Platts)의 분석에 의하면 EU의 그린딜의 전환 비용은 앞으로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연합 내 연료공급 연료의 35%는 천연가스와 석탄이 차지한다. 스웨덴, 프랑스, 룩셈부르크 등 탈산업화 경제국들의 석탄 사용량은 미미한 반면, 네덜란드,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 제조업 국가를 포함해 그리스, 키프로스 등 상대적으로 더 부유한 남유럽국들은 여전히 석탄 원료의 에너지 발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에 2019년 6월 유럽연합위원회(EU Commission) 위원장으로 임명된 이후 제로탄소 정책을 더 강력하게 추진해 온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은 일단 대유럽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인 러시아의 가격상승을 견제해 가면서 유럽 대륙 내 최대 천연가스 및 원유 생산국인 노르웨이가 구원투수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노르웨이는 천연가스와 석유 수출 이외에도 첨단 수력발전 기술로 생산한 전기를 노르웨이-영국 간 세계최장 ‘노스 시 링크(North Sea Link) 심해전력 케이블을 통해 10월부터 수출하기 시작해 브레시트 이후 에너지 수입이 절실하던 영국 가정에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재생가능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수력발전. 노르웨이의 총발전 전력 에너지중 98%(134 TWH)는 천연자연을 활용한 재생에너지다. 그 중 96%(129 TWh)는 수력발전소에서 생산되며, 풍력과 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은 2%에 불과하다. 자료: Ministry of Petroleum and Energy, Norway. Photo: Jani Brumat Source: Unsplash
재생가능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수력발전. 노르웨이의 총발전 전력 에너지중 98%(134 TWH)는 천연자연을 활용한 재생에너지다. 그 중 96%(129 TWh)는 수력발전소에서 생산되며, 풍력과 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은 2%에 불과하다. 자료: Ministry of Petroleum and Energy, Norway. Photo: Jani Brumat Source: Unsplash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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