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외상 ‘BNPL’…신용카드 대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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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외상 ‘BNPL’…신용카드 대체할까?
  • 노설희 기자
  • 승인 2021.09.0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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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회비·수수료 없는’ 할부결제로 신용카드와 차별화
- ‘과소비 부채급증 신용하락 등 부작용 우려도
[ 출처=어펌 ]
[ 출처=어펌 ]

최근 미국, 스웨덴, 호주 등에서 ‘BNPL’이 새로운 결제 방식으로 뜨겁게 떠오르며 글로벌 소비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명 ‘디지털 외상’인 BNPL은 금융 이력이 부족해 신용카드 발급이 어렵거나 당장 현금이 부족한 MZ세대에게 특히 인기다.

국내에서도 쿠팡과 네이버가 후불결제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며 시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금융 이력이 없어도 실제 구매 능력이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효율적인 결제 문화를 만든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과소비와 연체 등으로 오히려 신용점수 하락이라는 부작용을 나타낼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르고 보자, ‘BNPL’이 대세

‘BNPL(Buy Now Pay Later)’은 선구매 후지불 방식이다. 소비자가 물건을 사면 결제 업체가 소비자를 대신해 가맹점에 먼저 대금을 지불하고 소비자는 이를 할부로 결제 업체에 대금을 보내는 방식으로 연회비와 수수료가 없다. 가맹점 입장에서도 2.5~6%가량 높은 수수료를 내지만 BNPL 업체로부터 판매 대금을 한 번에 받아 현금 융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 미국 핀테크 업체 ’스퀘어’는 호주의 BNPL 스타트업 ’애프터페이’를 290억 달러(약 34조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는 호주 M&A역사상 최대 규모 거래다. 미국을 대표하는 BNPL 업체 ‘어펌’도 아마존에서 후불 결제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애플도 골드만삭스와 협업해 ‘애플 페이 레티어’ BNPL 서비스 출시 예정이다. 스웨덴의 대표적인 BNPL 업체 ‘클라르나’는 17개국에 9천만 명 이상 고객과 25만 개 이상의 가맹점을 확보하며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쿠팡의 '나중결제' 서비스 [ 출처=쿠팡 ]
쿠팡의 ‘나중결제’ 서비스 [ 출처=쿠팡 ]

국내 BNPL 시장 ‘꿈틀’, 신용카드 업계 ‘시큰둥’

국내는 빅테크 중심의 BNPL 서비스가 시작됐다. 쿠팡과 네이버는 이커머스 결제수단으로 BNPL 베타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쿠팡페이는 로켓배송·로켓프레시 상품에 한해 ‘나중결제’ 서비스를 적용하고 있다. 만 19세 이상 로켓와우 멤버회원 중 일부만 이용할 수 있다. 고객이 주문 시 결제수단에서 나중결제를 선택하면 다음달 15일 등록된 계좌에서 출금되는 방식이다. 이용실적 등에 따라 한도가 결정된다.

네이버페이 ‘후불결제’는 만 19세 이상, 가입 기간 1년 이상인 회원 일부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최대 월 30만 원 한도를 부여한다.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S)를 통해 고객의 한도를 정한다. ACSS는 금융·비금융 데이터를 결합해 머신러닝으로 분석하는 방식이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후불결제는 금융이력이 없어 신용카드 발급이 어렵지만 구매능력이 있는 고객 등을 발굴해 베타 서비스 시행 중에 있다”며 “현재는 이용자가 많지 않지만 지속적인 안정화 단계를 거쳐 건전한 소비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업계는 BNPL 결제 서비스 등장에 크게 긴장하지 않는 눈치다. 젊은 세대에 신용카드 발급이 까다로운 미국이나 유럽 등과 달리 국내는 신용카드 발급이 어렵지 않다. 해외에서 보기 드문 ‘무이자할부’라는 제도도 잘 정착되어 있어 앞으로도 신용카드 경쟁력이 뚜렷하다는 판단이다.

신용카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해외 시장 환경과 다르다, 무이자할부 등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 인프라가 너무 잘 되어있어 이미 신용카드 문화가 잘 잡혀 있다”며 “현금 소비를 추구하거나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고객이라면 BNPL 결제 서비스에 매력을 느낄 수 있지만 아직 그 수요가 많을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 시행하는 신용카드의 여러 가지 부가적인 혜택을 당장 대체하자는 것은 아니다”며 “베타 대상자를 넓혀 정말 필요한 고객에게 서비스를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네이버의 '후불결제' 서비스 [ 출처=네이버 ]
네이버의 ‘후불결제’ 서비스 [ 출처=네이버 ]

과소비, 연체료 부과 등 가계 부채 증가할 수

소득이나 신용점수에 상관 없이 이용할 수 있는 BNPL 결제 서비스는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과소비나 부채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반복적인 BNPL 결제는 추가 대출 받아 돌려 막기 하는 상황까지 이를 수 있다며 2000년대 초반 카드대란과 같은 사태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쿠팡은 연체시 일 0.03%(연12%)의 수수료가 발생하고 장기 연체 시에는 관련법령에 따라 채권 추심이나 매각 등의 조치가 이루어진다. 네이버의 경우 연체 수수료는 동일하다. 다만 베타서비스 기간 중에는 납부일로부터 5일 이내에서 수수료 부과를 유예할 수 있다.

신용 점수가 깎일 우려도 있다. 소비자가 이용한 BNPL 업체가 신용평가회사에 할부결제 내역을 보고한다면 할부금을 한 번이라도 제때 납부하지 않으면 기록에 남는다.

노설희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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