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철의 海썰] HMM 1인당 매출 2배로 늘었는데, 인력은 14% 증원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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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철의 海썰] HMM 1인당 매출 2배로 늘었는데, 인력은 14% 증원 그쳐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1.08.17 09: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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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인원 및 경영실적 비교자료 [정리=녹색경제]

오는 19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최종 중재만을 남겨둔 국적 국제해운사 HMM(대표이사 배재훈)의 파업이 임박한 가운데, HMM직원들의 업무량 폭증에 비해 인원과 임금은 거의 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1차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2만4000TEU급 선박 12척이 지난 2분기부터 4분기까지 인도됐고, 올해 2분기에 1만6000TEU급 선박 8척이 인도가 완료됐다.

이들 선박의 인도 직전 분기인 지난해 1분기와 선박인도가 완료된 올해 2분기를 비교해보면, HMM직원들의 임금인상 요구는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1인당 매출액 2배 늘었는데, 급여는 그대로

지난해 1분기 HMM직원은 모두 1437명으로 1인당 매출액은 약 9억원이었다. 반면에 4분기가 지난 올해 2분기에는 1644명으로 1인당 매출액은 18억원에 달해 2배에 이르렀다. 인력은 고작 14% 늘었는데, 분기 매출은 121% 증가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선복량은 42만TEU에서 84만TEU로 2배 늘었고, 해상직원은 457명에서 625명으로 37% 증가에 그쳤다. 

HMM 일등항해사들의 지난달 일별 초과근무 기록 [자료=HMM해상노조]
HMM 일등항해사의 지난달 일별 초과근무 기록 [자료=HMM해상노조]
HMM이 공개한 초과근무시간 자료의 우측 하단 확대 [자료=HMM해상노조]
HMM이 공개한 초과근무기록의 우측 하단 확대 사진 [자료=HMM해상노조]

HMM해상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일등기관사, 일등항해사, 이등항해사 모두 휴일도 없이 한달에 150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포괄임금제로 인해 초과근무시간에 대해서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해상노조는 "초과근무시간만 제대로 보상이 되더라도 15% 이상 임금이 더 지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은 "주휴수당도 전혀 지급되지 않고 있다"며 "만일 주휴수당이 정상적으로 지급된다면, 마찬가지로 15% 이상 급여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해상직원들은 지난해 말 임단협을 통해 6년만에 겨우 2.8% 임금이 올랐다. 

8년째 임금이 오르지 않은 육상직원들은 1년여만에 매출이 2배 이상 늘면서 업무량이 폭증했지만 인원은 980명 1019명으로 고작 4% 증가에 그쳐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서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부서의 업무량 증가가 심각하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영업이익 급증에 따른 박탈감 심각...산은, 경영평가 'S' 받고 성과급 잔치 예고

매출이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은 급증하고 있다. 1분기 1조193억원에 이어, 2분기에는 1조388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상반기 1인당 영업이익은 14.6억원으로 국내 상장기업 중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HMM직원들은 6~8년전 임금을 받고 있다. 중견기업인 팬오션보다도 30% 가량 적고, 국제해운사인 MSC는 일등항해사 기준 2.5배의 임금을 제시해 HMM의 인력을 빼가고 있다. 해상운임이 오르기전부터 국제해운사의 인력부족현상은 심각했는데, 운임이 오르고 거의 모든 배가 운항에 나서면서 인력 부족이 더욱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한편, 최대주주이자 주채권단인 KDB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은 이번달에 10년만에 경영평가에서 'S'등급을 받아 성과급 잔치를 예고했다. 지난달 HMM에 빌려줬던 3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2조원에 이르는 시세차익을 본 것이 주효했다. 

안 그래도 산업은행은 평균연봉이 1억원을 넘는데, 이번에 HMM 덕분에 막대한 성과급을 받게 됐다.

반면에 HMM직원들은 지난해말 임단협에서 외부자문기관들이 제시했던 11.8% 임금인상과 700% 성과급조차 5.5%임금인상, 100% 격려금으로 깍이자 심한 박탈감에 분노가 폭발한 상태다.

김진만 육상노조위원장은 "모든 직원들이 11.8%임금인상과 700%성과급이 임단협의 출발점으로 알고 있었다"며 "경영진이 (관리단인) 산은에 외부자문기관의 자료 등을 첨부해 이같이 요청했는데, 아무런 설명없이 5.5% 임금인상과 100% 격려금으로 싹둑 잘렸다. 그로 인해 직원들의 분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산은은 지금까지도 '5.5% 임금인상과 100% 격려금 지급'을 고집하고 있다. 

 

산은, '혈세지원'·'형평성' 내세우지만..."글쎄"

산은은 '국민의 혈세를 지원했는데, 한번에 두자릿수의 인상은 어렵다'는 논리와 '다른 관리기업들과의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미 산은과 해양진흥공사(사장 황호선)가 지원한 3조8000억원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주식가치만으로도 지원금액을 상회한다. 산은은 24.96%의 지분을, 해진공은 3.44%의 HMM지분을 가졌다. 이들이 가진 HMM  지분은 28.4%로 최근 시가총액인 약 16조원에 비춰보면 4조원을 훌쩍 넘는다. 

그리고, 해진공과 산은이 가진 영구채 3조3000억원에 대한 이자지급이 꼬박꼬박 이뤄지고 있다. 산은 등에 예금한 HMM의 현금성 자산은 이미 3조원을 훌쩍 넘는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해상운임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HMM이 보유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은 6조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게다가 HMM에 지원한 3조8000억원은 대부분 선박구입비용이었다. 국내 조선3사와 후방산업인 철강업에 대한 우회지원의 목적을 내포하고 있었다. 

해운업은 법에 정한 국가기간산업이므로 이를 지원하는 것은 산은의 책무다. 원래 그런 일을 하라고 산은이 설립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 한진해운의 파산을 방치한 책임도 외면하고, 하나 남은 HMM 마저도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지원했던 산은이 이제와서 '국민의 혈세'를 운운할 입장은 아니라는 것이 해운업계의 중론이다. 

더 나아가 HMM노조는 산은과 해진공에 영구채를 조기에 상환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영구채 이자율인 3%에 비해 이들이 예금을 통해 받는 이자는 0.5% 수준에 불과하다. 사실은 산은과 해진공이 이자놀이를 하기 위해 상환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산은이 관리하는 다른 기업과의 형평성 논리도 억지스럽다. 산은의 관리기업들이 HMM처럼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면 임금도 정상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줘야 열심히 일하고 기업의 정상화를 위해서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진만 위원장은 "배재훈 HMM 대표이사는 수도 없이 임직원들에 대해 '기업이 정상화되면 성과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할테니 힘든 시기를 이겨내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한편, 산은 관계자는 "임단협은 노사간의 문제"라며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배 대표나, 산은은 모두 거짓말을 한 셈이다. 사리사욕에는 한치의 양보도 없으면서, 정작 맡은 바 소임은 철저히 외면하는 태도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HMM노조는 거듭 "파업을 원치 않는다"면서 "여당 당대표도 만나고, 청와대에도 호소해봤지만, 누구와 협상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노조는 "우리가 양보하더라도 결국, 직원들이 부족해지고 회사가 정상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기 어려워진다"며 "임금을 정상화하는 것이 회사가 정상화되는 첫 걸음"이라고 털어놨다. 

만일, 실제로 파업이 이뤄지면 수출기업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이미 14주 연속으로 상승하고 있는 해상운임에 웃돈을 줘도 배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비용도 비용이고, 고객에 대한 납기를 지키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또한, 파업에 대한 책임은 산은에 있다. 임금에 대한 결정권을 산은이 가졌고, 직원들이 어떤 성과를 올렸든, 경영자가 직원들에게 어떤 약속을 했든, 산은 입장만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제는 산은의 실제 상위기관인 기획재정부(장관 홍남기)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HMM 선원들이 사측의 1% 임금 인상안에 반발해 파업을 예고했다. [사진=HMM 노조]
HMM선원들이 지난해 말 임단협에서 입장을 밝히는 모습 [사진=HMM 노조]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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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민 2021-08-17 10:40:14
김의철 기자님 참된 기사 감사드립니다.
응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