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권 가진 산은, 책임은 외면...HMM 노조 "협상장 나오던지, 권한 위임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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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권 가진 산은, 책임은 외면...HMM 노조 "협상장 나오던지, 권한 위임하던지"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1.08.05 11: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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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 결정권 가진 이동걸 산은 회장, 책임 면하려 해수부 차관· 배재훈 HMM사장과 만남 회피
- 노조 "작년말 임단협 때 약속인데 이제는 딴 소리...정상화 해달라는 것 뿐"
- HMM, 산은에 3조원 맡겨놓고 몇배 더 많은 이자 지급...산은, 경영평가 'S' 받아 성과급 잔치

지난 3일 열린 HMM의 3차 임금 및 단체협상이 아무 성과없이 결렬됐다. 파업이 현실화하면 수출 기업들이 심대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HMM노조는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직접 협상에 나서던지 배재훈 HMM 대표에게 결정권을 위임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KDB산업은행)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KDB산업은행]

 

▲HMM노조 "이동걸 산은 회장, 직접 나서거나 경영진에 결정권 위임해야"

4일 김진만 HMM육상노조위원장은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해양진흥공사(사장 황호선)는 수출기업들을 생각해서라도 파업은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여러 차례 해왔는데, 산은 쪽에서는 여태 아무런 연락도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만일 HMM이 파업을 하게 되면, 책임은 해양진흥공사와 해양수산부가 지게될 것"이라며 "실제 결정권은 산은이 가지고 있지만, 영업과 업무 등은 해수부와 해진공, 재무와 투자 쪽은 산은이 맡고 있는 것같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산은은 파업은 노무관리의 책임으로 몰아 노무관리와 영업관리를 맡고 있는 해진공 책임이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할 궁리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이동걸 회장은 엄기두 해수부차관도, 배재훈 대표도, 노조도 만나지 않으면서 작년말 임단협 이후 외부 전문기관이 작성한 11.8%임금인상과 700%성과급 지급안에 대해 5.5%임금인상, 100% 격려금 지급으로 결정해 회신했다"며 "결정권은 산은이 갖고 있으면서, 만남은 회피한 채 결정권이 없는 해진공과 배 대표에게 책임을 미루면서 노조를 파업으로 내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앞서 HMM노조는 25%임금인상을 요청했고, 이는 업계 평균에 수준이다. 육상노조의 경우 8년간 임금이 동결됐고, 해원노조는 6년간 임금이 동결됐다가 지난해 말 2.8% 임금인상이 어렵게 이뤄진 바 있다.  

한편, 이날 해수부는 HMM 육상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에 낸 쟁의조정 신청에 대해 산은이 제시한 5.5%보다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해수부 산하 기관인 해진공은 HMM 지분 4.04%를 보유한 2대 주주 자격으로 11일 예정된 4차 협상에 참여할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항에 쌓여가고 있는 수출용 컨테이너 더미 [사진=녹색경제]

부산항에 쌓여가고 있는 수출용 컨테이너 더미 [사진=녹색경제]

김 위원장 "사실은 작년말 임단협 때 했던 약속인데 이제 와서 딴소리"

산은의 이같은 결정에 HMM직원들이 분노하는 이유가 있다. 작년말 해상근무직에 한해 2.8%의 임금인상으로 임단협을 마무리하면서 올해도 실적이 좋으면 제대로 보상을 하겠다는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작년 12월30일 임단협 때, 중노위 조정안을 받았는데, 올해(2020년) 처음 영업이익이 난 것이고, 이전 3개년 동안 적자였기 때문에 올해는 해원노조에 한해 2.8% 인상안을 받아들이고, 내년(2021년)에 영업이익이 나면 제대로 보상을 하라'고 배 대표에게 얘기를 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어 "이후 외부 전문기관이 직원들에 대한 인터뷰, 동종업계 임금 조사 등을 통해 11.8%임금인상과 700%의 성과급지급이 합당하다고 한 내용을 HMM의 모든 직원들이 알고 있다. 올해는 실적이 더 좋아 이번 임단협 때 여기서 출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산은에서 뜬금없이 5.5%의 임금인상과 100%격려금 지급결정으로 회신된 것"이라며 "모든 직원이 크게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HMM노조는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고, 파업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산은이 직접 협상장에 나오던지 결정권을 HMM경영진에 위임해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노조는 앞서 부결된 세차례의 협상에서 가부간의 결정이 아니라, 사측의 협상안을 요구했다. 그런데, 3차 협상 때 처음 가져온 안이 5.5%임금인상과 100% 성과급지급"이라며 "이는 협상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2배 이상 차이 나는 MSC LINE 등 해외해운사는 물론이고, 국내 2위인 팬오션과도 약 30% 차이가 난다. 노조가 25%임금인상을 요구한 것은 다른 해운사와 형평을 맞춰 달라는 차원"이라며 "사측이 성의있는 협상안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털어놨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일반 근로기준법이 아닌 선원법을 적용받는 HMM 선원들은 평균적으로 월 300시간이 넘게 근무한다. 휴일없이 하루 10시간 넘게 일하는 셈이다. 육상근무직원도 사상 유례없는 일감 폭주에 업무량이 크게 늘어났다. 

 

HMM노조 "산은·해진공 보유 영구채 조기상환하게 해달라...상환능력 충분"

산은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혈세 지원'과 관련해서도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과거 채권단의 지원이 회사의 회생에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돈이 있는데도 상환을 하지 못하게 하고 이자놀이를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달 3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2조4000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렸고, 2047년 이후 만기인 2조6000억원 규모 영구채에 대해서는 연리 3%의 이자를 꼬박꼬박 챙기고 있다. 내년부터는 6%로 이자율이 높아진다. 

반면에 HMM의 유보금은 3조원이 넘고 이 돈은 대부분 산은이 관리하고 있다. 이자는 0.5% 선이다. 2047년~2050년까지 만기인 영구채에 대해서는 내년 이후에 상환이 가능한 조건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위원장은 "노조는 영구채의 조기 상환이 가능하도록 상환조건 변경을 요청했다. HMM이 예금을 통해 받는 이자는 연리 0.5%인데 반해, 산은에 지급하는 이자는 올해 3%, 내년 6%에 이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해진공이 보유한 191회차 6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는 즉시 상환이 가능한 콜옵션 조항이 있는데도 경영진이 상환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며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노력을 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HMM의 주채권은행이면서 24.99%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인 산은은 지난 3일 10년만에 처음으로 금융위원회의 국책은행 경영실적평가에서 최고등급을 받아 성과급 잔치를 벌일 예정이다. HMM에 대한 자금지원으로 큰 수익을 올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해진공 관계자는 "HMM이 조기상환을 요청한 바 없다"면서 "만일 요구하면 주채권은행인 산은과 협의해 HMM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진공과 산은이 HMM에서 받는 연간이자는 올해 약 1000억원 규모다. 1500여명의 HMM 직원이 지난해 받은 연간 임금총액 950여억원보다 많다. 내년부터는 6%로 지급이자가 2000여억원으로 늘고, 해마다 늘어 최대 10% 3000여억원까지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이날 김 위원장과 전정근 HMM해원노조위원장은 고영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을 만나 이같은 입장을 전달하고 해결책을 찾아 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여당이 주최한 해운업계간담회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만나 해결책을 모색하기도 했다. 

배재훈 대표 [사진=배재훈 대표 SNS 갈무리]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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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랑 2021-08-05 12:07:24
"사람이 먼저"라고 한 정권에서 사람은 안중에도 없고,
국가 기간산업 회생을 빙자하여 자기들 실속만 챙길뿐..
이동걸, 배재훈... 서로의 임명권자의 눈치만 보며 정치적인 행보만 하는 것 같아 답답하네요.

이동걸이야 말할 가치도 없고, 배재훈은 대표이사직을 걸고서라도 근로자를 감싸줘야 할 것임에도 미온적 태도.
말이 백세시대라지만.....이동걸, 배재훈... 저 나이와 커리어면 그래도 부와 명예를 누릴만큼 누렸을터인데..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공정과 정의, 명예 따위는 없고,
끝없는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탐욕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속 시원한 기사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 일전에 연락을 드렸었던 어느 주주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