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산은의 HMM CB 일시상환을 포함한 모든 선택 존중돼야
상태바
[진단] 산은의 HMM CB 일시상환을 포함한 모든 선택 존중돼야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1.06.05 10:32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상선 배재훈 사장 신년 기자간담회. [사진=현대상선]
현대상선 배재훈 사장 신년 기자간담회. [사진=현대상선]

HMM(대표이사 배재훈)의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이 보유한 전환사채(CB) 3000억원의 주식전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저점을 찍고 HMM의 실적과 주가가 급등해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시세차액이 무려 2조5000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산은의 결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이동걸 산은 회장의 부담도 커질 수 밖에 없다. 

한국 해운산업과 HMM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결정이라면, 그 선택이 무엇이든 이 회장과 산은의 결정은 존중받아야 한다. 

 

민영화에도 함정은 있다...'해운재건 5개년 계획'은 진행형

시장과 언론은 가장 유력한 가설로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포스코, 현대차, CJ 등 민간기업에 매각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함정이 있다. 

▲첫번째, 해양수산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은 현재진행형이다.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10년 넘게 이어졌던 세계 해운시장의 불황으로 2017년 한진해운이 파산하자 2018년 4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마련해 해양진흥공사(사장 황호선)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오는 2023년까지 5년 동안 해운매출액을 연간 51조원으로 늘리고 세계 5위 수준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이 계획의 핵심 중 하나는 원양 컨테이너선복량을 2023년까지 120만TEU로 늘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해진공은 올해 1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발주해 HMM에 용선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는 81만 TEU수준(세계8위)이다. 

이 배가 건조되고 HMM에서 쓸 수 있으려면, 현재 납기 상황을 고려할 때 2023년~2024년이라야 한다. 민간기업에 매각하게 되면 이는 당장 특혜시비가 나올 수 있다. 만일 민간에 매각하더라도 2023년~2024년 이후가 편해 보인다. 

지난 7일 부산에서 미국 LA항으로 출항한 임시 투입 선박 HMM 상하이호의 모습 [사진=HMM]
부산에서 미국 LA항으로 출항한 임시 투입 선박 HMM 상하이호의 모습 [사진=HMM]

두번째, 임시선박 투입과 같은 사회적 공익에 기여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HMM은 지난해부터 총 25척의 임시선박을 투입하며 수출기업들의 선박부족 해소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달에는 5척의 임시선박을 투입했다.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45.6%가 증가하며 32년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4일 HMM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유례없는 해운대란으로 다른 나라 해운사도 임시선박을 투입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들은 수익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반면, HMM은 국내 수출 중소기업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해 부산항에서 출항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해운업계 관계자는 "부산항의 화물적체가 심각해서 전에는 1주일 전에 컨테이너를 입항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2~3일 전에 갖다놔야 한다"면서 "컨테이너를 쌓아놓기가 어렵다 보니 운행이 줄어 부산행 트럭을 확보하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힘든 상황은 여전하지만, 만일 (HMM의) 임시선박 투입이 없었다면, 현재 부산항은 아예 마비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기업이 HMM을 인수한다면, 앞으로 이같은 조치는 어려울 수도 있다. 

HMM알헤시라스호가 지난해 5월 8일 중국 얀티안항에서 선적하는 모습 [사진=HMM]
첫번째 2만4000TEU급 컨선 HMM알헤시라스호가 지난해 5월8일 중국 얀티안항에서 선적하는 모습 [사진=HMM]

세번째, HMM은 선제적인 투자가 절실하다. 어떤 인수기업이 할 수 있을까?

당초 한진해운 파산과 HMM의 경영난은 선제적인 투자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2분기 부터 이달(2척)까지 HMM이 확보하는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이전에는 국내에는 없었다. 가장 큰 배가 1만TEU를 겨우 넘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오래된 배였다. 

HMM의 신조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적은 인원과 적은 연료로 더 많은 화물을 운반할 수 있기 때문에 효율이 세계 최고다. 또한 국제해사기구(IMO, 총장 이기택)의 환경규제에도 가장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있는 하이브리드 선박이다. 

이로 인해 3대 해운동맹의 하나인 '디 얼라이언스'에 정식회원으로 가입해 안정적으로 화물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현재 HMM화물의 3분의 2가량은 동맹 선사들이 확보한 물량이다. 

다음주 IMO는 새로운 환경규제를 발표한다. 그리고 이번에도 탄소중립을 지향해 강화될 전망이다. 이는 현재 운항하는 전세계 모든 선박은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계속 운항할 수 없다는 의미다. 신규 투자가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상위 10위까지의 국제 해운사들이 발주한 컨테이너선 잔량은 지난달 말 기준 294만TEU(222척)이다. 세계 2위인 MSC(스위스)가 72만4000TEU(40척)로 가장 많다. 대만의 에버그린(7위)과 프랑스의 CMA CGM(4위)은 각각 67만8000TEU(71척)와 53만1000TEU(42척)이다.

HMM의 선복량(81만TEU)은 1위 머스크(덴마크, 411만TEU)의 5분의1에 불과하다. 이달에 현대중공업으로부터 1만6000TEU 2척이 인도되면 선복량은 84만TEU로 조금 늘지만, 발주잔량은 없어진다. 

배 외에도 중요 항구의 터미널을 확보하고, 스마트 선박을 위한 종합상황실을 만들어야 한다. 친환경 연료 선박 개발도 시급하다. 현재 HMM은 그린암모니아를 가장 탄소중립에 부합하는 선박 연료로 보고 있다.

배재훈 HMM 사장은 지난달 'P4G 서울정상회의'에서 "LNG(액화천연가스)는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우수한 연료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미래 선박연료로 암모니아의 가능성을 깊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KDB산업은행)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KDB산업은행)

◇산은법 "제1조(목적) 이 법은 산업의 개발ㆍ육성, 사회기반시설의 확충...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만일 이동걸 산은 회장이 오는 29일까지 CB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일시 상환을 결정한다면 '배임'이 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이는 한국산업은행법(산은법)을 모르고 하는 말로 보인다. 

산은법 제1조(목적)에는 "이 법은 산업의 개발ㆍ육성, 사회기반시설의 확충, 지역개발, 금융시장 안정 및 그 밖에 지속가능한 성장 촉진 등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ㆍ관리하는 한국산업은행을 설립하여 금융산업 및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있다. 

산은법에 따르면, HMM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선택은 설립 목적에 부합한다. 이에 거스르는 것이 배임이다. 산은은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목적으로 설립되지 않았다. 

따라서, 산은의 선택 폭은 넓다. 해운업은 산은법에 기간산업으로 명시돼있다. 

▲산은, CB 일시상환부터 주식전환 후 보유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당초 CB 일시상환은 어려운 것으로 관측됐다. 불과 1년전만 하더라도 원금 3000억원과 이자를 HMM이 한번에 상환하기에는 큰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분기에 HMM은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2분기에는 해상운임이 매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선복량이 늘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세웠던 2018년 4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650선이었다. 4일 SCFI는 3613.07으로 5배도 넘게 올랐다. HMM의 CB 일시상환은 이제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편, 이는 산은이 약 2조5000억원으로 예상되는 주식전환에 따른 시세차익을 포기하는 셈이 된다. 최대주주가 자기지분 일부를 소각하는 것과 유사하다. 주변에서 배임 운운하는 이유다. 

중요한 것은 이 선택이 HMM의 미래의 지속가능한 경영에 도움이 되느냐는 점이다. (일시상환을 하면) 주가가 올라 주주에게 특혜가 될 수 있다는 말도 있지만, 최대주주는 산은(11.94%)과 해진공(4%)이고 나머지 주주들 대부분은 국민이다. 또 일각의 우려처럼 산은이 주식전환을 결정하면 주가가 하락할 수도 있다. 

달리 보면 공기업인 산은이 경영난에 처한 HMM에 3000억원을 빌려주고 (HMM이)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자, 2조5000억원의 폭리를 취하는 꼴이기도 하다. 

주식으로 전환해 보유지분을 늘리면 산은의 지분은 24.99%로 늘어나게 된다. 민간매각설에 따르면, 이처럼 지분이 늘고 주가가 오르면 인수금액이 높아져 매각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민간매각이 어려우면, 산은이 자회사로 편입하면 된다. 그것이 부담스러우면, 해진공에 지분을 넘길 수도 있다. 

산은이 14.9%까지 (혹은 필요한 수준까지) 지분을 늘리고, 잔액을 상환하는 방법도 있고, 신규 CB를 발행해 만기를 연장하는 방법도 있다. 

HMM 경영정상화가 관건...HMM이 스스로 투자결정을 할 수 있어야 

정부는 HMM을 국제경쟁력을 갖춘 초우량 기업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해상운임이 2018년보다 5배 이상 올랐고, 이전에도 이랬던 적이 있었나 싶게 전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해운에 대해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는 HMM이 미래를 위한 투자를 스스로 마음 놓고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항간에 회자되는 말 처럼 포스코의 자회사가 될 수도 있지만, 제2의 포스코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 수에즈 운하 좌초 사건을 비롯해 세계5위 규모의 옌티앤 항만이 폐쇄되고, 대만 가오슝 항에서 컨테이너 붕괴사고가 일어나는 등 해상 물류의 어려움은 지속적으로 가중되는 추세여서 단기간에 해상 물류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안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는 것이 해운업계의 관측이다. 

가용한 모든 선박이 운항에 나서다보니 사고가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효율이 낮은 배도 수익이 나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해상운임이 낮아질 것이므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전방산업인 HMM의 경영정상화는 세계 최강이라는 국내 조선산업에도 큰 힘이 된다. 

HMM 직원들은 최근의 놀라운 경영실적에도 10여년간의 장기불황으로 인해 연봉이 동결돼있고, 성과급도 지급받지 못했다. 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어렵게 할 수 있는 또다른 요인이다. 

우리 주변국인 중국의 코스코는 선복량이 300만TEU를 넘고, 일본 ONE는 158만TEU, 대만은 에버그린(135만TEU)과 양밍(64만TEU)을 합치면 200만TEU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섬이나 마찬가지다. 무역의존도와 수출의존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며 99%의 물동량을 해운에 의존하고 있다. 이제 하나 남은 국적 원양선사 HMM의 미래는 국가의 안보와도 직결된다. 

HMM에 과감히 투자해 성공적인 열매를 맺기 시작한 산은과 HMM 경영진을 믿고 그들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그 어느때보다 요긴하다. 

이동걸 회장이 HMM의 지속가능한 경영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느냐가 이번 CB의 향배를 결정하는 기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대주주 2021-07-28 01:11:22
아따~~
김의철 기자...찐이네~~

유선미 2021-06-05 14:43:05
Hmm 중소기업 수출에 배려하는 대한민국 국적선사
로서 유지되길 바랍니다. 민간화는 곧 수익성 극대화로 지향 수출만이 살 길인 한국에서는 매우 중요한
결정이 되겠군요! 중소기업의 발전은 계속되어야 함.
국가해양산업 그동안의 노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
진심 감사드립니다. 다음 정권도 이 가치를 계승하는
쪽이길 흥해랏! 흠아!
가짜경제뉴스가 넘쳐나는데 보석같은 언론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