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2차 해운재건, 2030년까지 갈 길 먼데 선장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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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2차 해운재건, 2030년까지 갈 길 먼데 선장이 안 보인다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1.07.0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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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29일 2차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한국 해운의 재도약을 선언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부산항 신항에서 열린 ‘해운산업 리더국가 실현전략 선포식’에서 “컨테이너 선박의 대형화와 함께 선박과 항만의 친환경 전환 가속화와 디지털화를 해운산업 도약의 기회로 삼을 것”이라며 "2030년까지 150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이상 컨테이너 선복량을 확보해 해운 매출액을 70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세계 해운산업 리더 국가로 도약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장관 문성혁)는 이날 중소·중견선사 선박신조 프로그램을 위해 최대 30억 달러(약 3.4조원)를 마련하고, HMM(대표이사 배재훈)이 1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발주하는 것을 지원하는 등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해운산업 리더국가 실현전략을 수립해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30년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을 현재의 85만TEU 수준에서 150만TEU 이상으로, 지배선대 규모를 1억4000만 DWT(선박무게 제외 순수화물적재량)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배재훈 대표(왼쪽)와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1만3000TEU급 컨테이너 발주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하는 모습 [사진=HMM)

이에 따라, HMM은 이날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에 각각 6척씩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박 12척을 발주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100만 TEU이상의 선복량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지난 2017년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먹구름이 드리워졌던 한국 해운업이 부활을 넘어서 세계 4위로 도약하도록 지원하겠다는 대통령과 정부의 계획은 환영할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발표 당일인 29일 700원 하락했던 주가는 30일 300원 반등하는데 그쳤다. 

지난 한달 동안 다른 글로벌 해운사들이 컨테이너 운임지수의 지속적인 상승에 힘입어 신고가를 경신을 이어온 것과는 대조적으로 약 15% 가량 주가가 하락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내로라 할 정부 주요 인사들이 총 출동한 것 치고는 찻잔 속의 태풍같은 느낌이다. 

 

앞으로가 문제...선장이 안보인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오는 2030년까지 이어지는 2차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누가 주도할 것인지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내년이면 문 대통령은 물론이고, 많은 정부 각료가 경질될 것이다. 

유일한 국적 원양선사인 HMM은 한국 해운 재건의 상징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배재훈 HMM 대표는 내년 3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물론, 재선임 가능성은 있다. 

24.96%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 산은은 HMM을 자회사로 편입시키지 않을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최대주주인 산은이 주인 노릇은 않고 차익만 챙길 생각이라면 HMM은 주인 없는 회사가 되는 셈이다. 

2대 주주인 공공기관 해양진흥공사(사장 황호선)는 선주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선사인 HMM의 주인이 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른 선사들에게 '해진공은 HMM의 주인일 뿐'인 상황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기업에 매각이 거론되지만, 그렇게 되면 제2차 해운재건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특혜시비가 거론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의 해운재건은 누가 이끌 것인가에 대한 답이 잘 안보인다. 

 

뛰어난 영업이익률의 그늘, 가장 낮은 용선률...유연하지 못한 의사결정 구조

1분기 HMM의 영업이익률은 무려 42%에 이른다. 영업이익률이 높아서 나쁠 것은 없지만, 다른 글로벌 해운선사들에 비해서도 매우 높다. 

HMM의 고정비용은 분기당 약 3000억원 수준이다. 1분기에 컨테이너 운임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판매비와 관리비는 지난 2019년 약 2956억원, 지난해 약 3037억원으로 분기당 750억원 내외였다. 

지난 1분기 1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판매비와 관리비는 약 795억원에 그쳤다. 매출이 늘어도 판관비는 크게 늘지 않아 영업이익이 치솟는 구조다. 

같은 기간 선복량 8위 HMM의 용선률은 35.3%였다. 선복량 1위인 머스크(Maersk)는 43.7%, 2위 MSC는 70.4%, 3위 CMA CGM은 62.5%, 4위 COSCO Group(중국원양해운그룹)은 47.5%, 5위 Hapag-Lloyd(하파크로이트)는 39.9%, 6위 일본 ONE는 68.40% 7위 에버그린 마린은 51.50%, 9위 양밍해운은 68.7%, 10위 짐(ZIM)은 98.50%, 11위 완하이라인은 43.7%였다. 

가장 낮은 용선률이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이 30% 정도의 프리미엄을 줘가며 모두 끌어다 쓰고 있다. 

요즘 처럼 컨테이너운임이 비싼 시기에는 매출이나 영업이익 규모는 용선을 해서라도 선복량을 확보한 해운사가 유리하다. 

해운사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해운사가 선복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수출기업들이 애를 먹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는 중요한 문제다. 

결과적으로 HMM은 용선 경쟁에서 밀린 셈이다. 웃돈을 주더라도 거의 모든 배가 만선을 기록하며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기인 만큼 용선을 할 수만 있다면 이익이고, 이는 수출 기업들에게는 더욱 절실한 문제다. 

수출의 99%를 해상물류에 의존하는 한국의 입장에서 이는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사안이다. 

최근에는 부산에 오지 않고도 중국에서 이미 화물을 가득 싣는 글로벌 해운사들은 이른바 '코리아 패싱'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부산항의 화물 적체가 갈수록 심각해 지고 있다보니 이는 더욱 안타까운 부분이다. 

지난해부터 힘든 여건에도 불구하고 26회에 걸쳐 임시선박을 투입했던 HMM 경영진이 이것을 몰랐을 리 없다.

용선에 따른 자금 지출과 관련해서는 KDB산업은행(히장 이동걸)으로부터 통제를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 마디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어려운 구조다. 

한편, 산업부는 이날 "올해부터 한국해양진흥공사(사장 황호선)에서 운용리스 방식으로 한국형선주사업을 시범추진한다"며 "올해 최대 10척, 오는 2025년까지 최대 50척을 매입해 합리적인 용선료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혀 다소간의 우려를 덜어내기는 했다. 

하지만, 여전히 원양 선복량이 100만TEU에 미치지 못한다. 이는 중국의 코스코 300만TEU 이상, 일본 ONE 150만TEU 이상, 대만의 에버그린 120만TEU 이상, 양밍 60만TEU 이상, 완하이 30만TEU 이상 등과 비교하면 현저히 적다. 

1차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통해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확보한 것은 당연히 잘한 일이지만, 수출기업의 입장에서는 선복량 확보가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HMM알헤시라스호가 지난해 5월 8일 중국 얀티안항에서 선적하는 모습 [사진=HMM]
2만4000TEU급 HMM알헤시라스호가 지난해 5월 8일 중국 옌톈항에서 만선 출항하는 모습 [사진=HMM]

지난해 한국 GFP 세계 6위... 원양 해운사, 중요 평가 지표

한 국가의 군사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가장 널리쓰이는 GFP(Global Fire Power) 순위에서 한국은 지난해 세계 6위를 기록했다. GFP를 집계할 때 중요하게 다루는 지표 중 하나가 원양 해운 능력이다. 전쟁을 지속하려면 군수 물자를 실어나르고 무역을 통해 경제활동을 지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이나 대만 같은 섬나라의 경우에는 더욱 그 중요성을 높게 평가한다. 한국도 경제적으로는 섬나라와 다르지 않다. 수출입 물량 중 육로 수송이 차지하는 비중이 '0'이기 때문이다. 

군사적으로는 섬나라보다도 열악하다. 대륙쪽에는 모두 적성국가들이다. 

한국산업은행법에 항공사와 해운사는 국가기간산업으로 명시돼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초 공기업이었던 대한해운공사의 후신인 한진해운이 지난 2017년 파산한 트라우마는 여전히 해운업계에 짙게 남아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수년전의 담합을 이유로 56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HMM 선원들이 사측의 1% 임금 인상안에 반발해 파업을 예고했다. [사진=HMM 노조]
지난해 말 HMM 선원들이 사측의 1% 임금 인상안에 반발하는 모습 [사진=HMM 노조]

지난 8년 동안 HMM 직원들은 연봉이 동결됐고,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리고도 100만원도 안되는 인센티브를 받는데 그쳐야 했다. 

해운사가 아니고서는 언제 어떤 배가 얼마나 필요한지 정확히 알기 힘들다. 배를 운항하기 위해 필요한 터미널을 확보하고, 다른 국제 선사들과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하는 운영능력도 중요하다. 

고대 로마는 '까마귀(배에서 다른 배로 건너갈 수 있도록 하는 가교장치)'를 사용해서 카르타고 해군을 무찌르고 지중해의 무역패권을 차지하면서 2000년에 걸친 로마제국의 신화를 완성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산은]

공공기관장, 기관이 아닌 국익을 먼저 생각해야

이동걸 회장은 HMM에 3000억원을 빌려준 댓가로 2조3000여억원의 차익을 챙기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배임이라는 말까지 했다. 배임이 성립하는지 안하는지는 법률 전문가가 판단할 문제다. 

맡은 바 소임을 등지는 것이 배임이라면, 맡은 바 소임이 무엇인지가 배임의 기준이 될 터이다. 산은의 설립목적은 산은법 제1조에 잘 나와있다. 산은의 목적과 산은 회장의 소임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리를 건너던 부자가 한냥 짜리 동전을 다리 아래 개천에 떨어뜨렸다. 두냥을 주고 인부를 사서 동전을 찾는다면 그것이 배임일까? 그 부자는 "한냥을 잃는다면 나라의 손해지만, 두냥을 써서 한냥을 찾는다면 단지 나의 손해일 뿐이고, 나는 그 돈을 다시 벌면 되니 누구도 손해가 없다"고 말했다. 

HMM이 유일한 국적 원양선사이듯, 산업은행은 약 30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국내 유일의 투자은행이다. 

공공기관 스스로의 이익이 아니라, 국익과 공익을 먼저 생각해야하는 것이 공공기관장의 책임이라고 많은 국민들은 믿는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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