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철의 海썰] '델타 변이'의 역습 ...국내 수출기업, 물류난 출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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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철의 海썰] '델타 변이'의 역습 ...국내 수출기업, 물류난 출구가 없다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1.06.2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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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가 지난주 보다 37.04포인트오르면서 3785.4로 나타났다. 지난달 7일 3095.16를 기록한 이후 7주 연속 상승세로 줄곧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국제해운사들의 배는 부산항에 오지 않아도 중국 항구마다 가득히 쌓여있는 컨테이너로 만선운항을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코리아 패싱'으로 인해 부산항은 화물 적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델타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배종으로 확산하면서, 해상운임 상승의 또 다른 복병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델타 변이·델타 변이 플러스, 코로나19 재확산 주도
27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유행하고 있어 많은 분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작년 10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은 심각하다.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에서는 26일(현지시간) 하루 1만8270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한 자리수까지 떨어졌던 일간 사망자도 23명으로 다시 늘었다. 

백신 접종이 가장 먼저 속도를 내면서 하루 신규 확진자가 한 자릿수로 떨어졌던 이스라엘에서도 델타 변이로 25일(현지시간) 208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지난 15일 미국 CNN 보도에 따르면,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다음달이면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미국 내 코로나19 의 지배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4월에는 전파력이 더 강한 것으로 알려진 델타 플러스 변이 바이러스도 발견돼 우려를 더하고 있다. 

현재 접종되고 있는 일부 백신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충분한 면역효과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 확산의  주요 이유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잇다. 

 

해상운임 고공행진 장기화 우려 확산...항구 폐쇄, 항구 노동자 확보 어려움에 적체 심화

국내 해운업계의 한 임원은 26일 "미국 노선은 지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으로 히스패닉계가 주로 담당하고 있는 트레일러, 트럭 운전 기사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고, 항구 노동자도 쉽게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항구 적체가 풀리기는 커녕 오히려 심각해 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세계 5대 항구인 중국 옌톈항이 지난달 코로나19 확산으로 폐쇄되면서, 아시아지역 물류는 큰 혼란에 빠졌다. 부분폐쇄였고 지난 24일 폐쇄는 풀렸지만, 해운업계에서는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약 2개월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항구 폐쇄가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이미 세계 주요 국가에서 대부분 확인되고 있다. 

또한, 국내 수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노선의 해상운임이 정상화되려면, 미국 항구의 체선률이 낮아지고, 컨테이너 적체가 해소돼야 한다. 그러러면 노동력 확보가 시급한데,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은 해외 노동자 입국을 차단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항구 노동자를 쉽게 늘리기도 어렵게 된다. 

26번째 임시선박 HMM자카르타호가 부산신항에서 출항하는 모습 [사진=HMM]
26번째 임시선박 HMM자카르타호가 부산신항에서 출항하는 모습 [사진=HMM]

국내 수출 기업, 출구가 없다... HMM, 29번째 임시선박 투입 불구 '한계'

오는 29일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만6000TEU급 라온호가 출항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로써 해운재건 5개년 계획으로 지난해 2만4000TEU급 12척과 올해 1만6000TEU급 8척 등 총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인도가 마무리된다. 

배 한척도 아쉬운 마당에 이는 국내 수출기업들에게는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다만, 이제 80만 TEU의 선복량이 확보되는 것이어서 여전히 100만 TEU를 넘었던 한진해운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것은 수출 기업의 입장에서 당연한 노릇이다. 

HMM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임시선박을 투입하고 있다. 임시선박 투입에는 상당한 노력과 불편이 따른다. 하지만, 특히 수출 중소기업들의 애로를 덜기 위해 HMM은 이같은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HMM 관계자는 "글로벌 선사들이 부산항까지 오지 않더라도 중국에서 이미 만선 상태로 출항할 수 있다. 선박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는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HMM은 국적 선사로서 부산항에 쌓인 화물 운송을 위해 임시 선박을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임시선박 투입이 없었다면, 부산항은 아마 일찌감치 마비가 됐을 지도 모른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물 적체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부산항의 적체가 심해지면서, 화물 입항도 쉽지 않다. 이전에는 일주일 전이라도 화물을 운송해 쌓아 놓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2, 3일 전이라야 입항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컨테이너 트레일러를 구하기도 힘들어졌다. 

또 화물 적체가 늘면서 사고 확률도 높아졌다. 이달 초 대만 가오슝 항구에서는 쌓여있던 컨테이너들이 붕괴되는 사고가 있었다. 이같은 사고 위험은 전세계 모든 항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부산항도 예외가 아니다. 

항구 노동자들이 일하기도 쉽지 않다. 공간이 부족한 만큼 컨테이너를 쌓고 꺼내서 옮기는 일이 쉽지 않다. 

또한, 치솟는 해상운임에 가용한 모든 선박이 운항에 나서면서 사고 위험도 커지고 있다. 낡고 오래된 배가 충분히 정비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운항에 나서다 보면 사고가 날 수 있고, 선박사고는 대개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 이같은 상황을 외면하듯 '5600억원 과징금 부과' 통보

이같은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8년 국내 컨테이너 정기선사들이 동남아 항로 운임 담합을 이유로 최대 5600억원에 이르는 과징금 부과를 통보했다.

그 뿐 아니라, 한·일, 한·중 항로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해, 최근 해운사에 15년간 한·일, 한·중 항로 매출액 현황을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정부는 지난 2017년 한진해운 파산을 방치했다. 해운업은 국가기간산업으로 한국산업은행법에도 명시돼있다. 

정부가 필요한 때에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 심각하게 돌이켜 볼 때다. 

중국, 일본, 대만에 비해 우리나라는 선복량이 현저히 부족하다. 중국은 30%의 웃돈을 줘가며 배를 싹쓸이 하고 있다. HMM은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고 있어 이같은 결정을 자유롭게 할 수 없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바이러스가 한국 해운업의 미래를 병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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