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철의 海썰] HMM 파업, 산은이 직접 나서야...결정권 없는 경영진 앞세우고 뒷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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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철의 海썰] HMM 파업, 산은이 직접 나서야...결정권 없는 경영진 앞세우고 뒷짐만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1.08.01 11:09
  •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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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원 1인당 영업이익은 33억원인데, 1인당 급여는 업계평균보다 2000만원 적어
- 국제선사 인력 빼가기 심각...두배 이상 차이나기도
- 산은 등 3조8000억원 투입해 이미 수조원 차익 올리고도 HMM 직원 공로는 무시
HMM 선원들이 사측의 1% 임금 인상안에 반발해 파업을 예고했다. [사진=HMM 노조]
작년말 파업 직전의 해원노조 회원들의 모습. 극적인 타결로 파업에 이르지는 않았다. [사진=HMM 노조]

HMM(대표이사 배재훈)이 1976년 창사이래 최초로 파업에 돌입할 기세다. 이미 심각한 해상물류난에 시달리고 있는 수출기업들은 바짝 긴장한 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런데, 결정권을 쥐고 있는 KDB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은 노조와의 만남도 피하고 있고, 경영진에게 결정권을 위임하지도 않은 상황이어서 원만한 협상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만일, 파업이 현실화되면 수출기업들은 심대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사상최고치를 또 다시 경신하면서 4196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더해 상당한 프리미엄 요금을 지불해도 수출 선박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잔뜩 밀려있는 선적대기 물량때문에 국제선사들은 부산항까지 오지 않아도 얼마든지 중국에서 만선할 수 있다. 이른 바 '코리아 패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파업이 현실화되면 부산항은 아시아 5대 항구의 지위를 상실하고, 상하이와 얀티안 등 중국 항구에게 동아시아 물류허브의 기능을 완전히 빼앗길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이는 부산항과 관련한 대량실업의 우려까지 낳고 있다. 

또한,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어렵게 가입한 해운동맹에서 퇴출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해운업계에서는 산은의 5.5% 인상안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국제선사의 HMM 인력 빼가기, 사상초유의 실적, 지난 8년여의 임금동결로 인해 업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임금 등을 감안하면 결정권이 없는 경영진을 앞세워 뒷짐만 지고 강건너 불구경하는 모양새라는 비판이  나온다. 

해운업계 고위관계자는 31일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만일, 실제 파업이 이뤄지게 되면 수출기업들은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미 국제선사들의 코리아 패싱으로 부산항의 화물적체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파업이 일어나면 극심한 혼란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다만, 파업에 이르더라도 신규 출항 선박에 제한될 전망이다. 해운법규상 해상에서 운항중인 선박은 파업과 상관이 없어 운항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HMM 임단협, 결정권 없는 경영진과 양보하기 힘든 노조, 타협 어려워

HMM에는 육상노조와 해원노조의 두개 노조가 있다. 전체 1500여명의 직원 중 절반은 육상에서 절반은 해상에서 근무한다. 이들은 지난해 말 기준 1인당 6246만원의 급여를 지급받았다. 이는 업계 2위인 팬오션에 비해 1인당 2000만원 정도 적은 수준이다. 

지난 8년간 임금이 동결됐던 HMM육상노조는 3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 신청을 냈다.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릴 경우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지난 28일 HMM육상노조는 4차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벌였다. 노조는 임금 25% 인상을 요구했고, 경영진은 외부의 자문을 얻는 과정 등을 거쳐 11.28% 인상안을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회장 이동걸)에 제시했다.

이에 대해 산은은 임금 5.5% 인상, 월 기본급 100% 격려금 지급을 대안으로 내놨다. 경영진의 요구를 절반으로 낮춘 셈이다. 

노조는 이같은 협상안을 거부했고, 교섭은 결렬됐다. 노조입장에서는 결정권이 없는 경영진과 타협점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MSC 등 해외선사, 인력 빼가기 심각 

HMM해원노조(선원 노조)는 육상노조와 별도로 임단협을 진행 중이다. 내달 3일 3차 교섭과 이후의 4차 교섭에서도 진전이 없다면 해원노조도 중노위 조정 신청을 하고 파업에 들어가게 된다. 해원노조는 지난해 말 2.8%의 인상안에 극적으로 타협해 파업을 면한 바 있다. 하지만, 이전에 6년 동안 급여가 동결돼 동종업계 평균보다 약 2000만원 적다. 

최근 스위스 선사인 MSC LINE에서 HMM 선원들을 빼가기 위해 2.5배 까지 임금 인상을 제시하는 등 인력 빼가기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HMM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선원을 확보하기가 빠듯한 상황이었는데, 사상 초유의 호황을 맞다보니 업계 임금이 급등하고 있다"면서 "인력확보에 어려움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근, MSC LINE 등 국제선사에서는 초대형선 탑승 경험자를 2배 이상의 임금을 제시해 모집하고 있다"며 "초대형 컨테이너선박은 국내에서는 HMM에만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HMM 선원을 겨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올해 들어 100명 이상의 선원이 HMM을 떠났다.

특히 초대형선을 운항할 수 있는 고급선원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적지않은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가 있어도 선원이 없으면 배를 운항할 수 없다. HMM이 수년 동안 적자를 감수하면서 선박을 운항하고 선원을 감원하지 않았던 것은 지난해와 올해 인도받은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차질없이 운항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사상초유의 해상운임, 사상 최대의 실적
31일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 HMM의 영업이익은 5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전직원이 1500여명이므로, 1인당 33억원 이상을 버는 셈이다. 그나마도 이는 매우 보수적인 시각으로 업계에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HMM에서 지난해 지급한 임금총액은 약 950억원으로, 전년도 영업이익 9808억원의 10% 미만이다. 그리고 경영진이 산은에 제시한 임금인상안은 11.3%로 연간 1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 5조원의 약 0.5% 정도인 셈이다. 여기서 0.25%를 줄이자는 것이 산은의 방침인 셈이다. 

딱히 재무구조와 경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 수치다. 산은이 왜 경영진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노조도 이처럼 해운업계의 초호황과는 딴판으로 업종 평균보다 낮은 임금을 감수하고, 동료들을 경쟁사에 빼앗기는 상황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산업은행 제공]
이동걸 회장 [사진=산업은행]

국민의 혈세를 투입했기 때문?...실제로는 투입한 것보다 엄청난 차익 올렸는데

산은이 내세우는 명분은 '국민의 혈세를 투입했기 때문에, 함부로 임금을 올려줄 수 없다'는 논리다. 이는 상투적인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미 산은과 해진공, 신용보증기금은 상당한 투자차익을 거두고 있다. 특히 산은은 근래 3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바꿔 2조원이 넘는 차액을 거두기도 했다. 영구채 2조6000억원에 대해서도 꼬박꼬박 이자를 받고 있다. 이는 해양진흥공사(사장 황호선)도 같은 입장이다. 신용보증기금(7%)과 국민연금(6%)도 높은 시세차익을 거두고 있다. 

당초 3조8000억원을 투입해 거둔 이익이 이미 수조원에 달한다. 향후 기대수익은 이를 훨씬 상회할 전망이다. 

향후 기대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경영정상화가 절실하다. 경영진이 적시에 적절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결정권이 있어야 한다. 

진짜 문제는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이다. 배와 선원을 어떻게 해서든지 더 확보해 쌓여있는 컨테이너들을 실어내야 한다. HMM 경영진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수십척의 임시선박을 투입해 '코리아 패싱'에 따른 부산항의 컨테이너 적체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하반기는 전통적인  해운 성수기여서 임시선박을 증편할 계획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파업이 일어나면 그 책임은 결정권을 가진 산은이 감당해야 한다. 

HMM알헤시라스호가 지난해 5월 8일 중국 얀티안항에서 선적하는 모습 [사진=HMM]
세계 최대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박 HMM알헤시라스호가 지난해 5월 8일 중국 얀티안항에서 첫 출항하는 모습 [사진=HMM]

파업 장기화되면, 해운동맹 퇴출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만일 파업이 장기화되면, 어렵게 가입한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하팍로이트, 양밍, ONE)'에서 퇴출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관계자는 "HMM 선적 화물의 70%는 동맹분(分)"이라며 "파업이 장기화되면 동맹들에게 실질적인 피해가 갈 수 있어, 퇴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HMM이 해운동맹에 정회원으로 가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한번 신뢰를 상실하게 되면 다시 동맹에 가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물론, 동맹에서 HMM을 퇴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성 자체는 희박하다. 배가 모자라는 상황에서 HMM은 세계 최고의 효율을 갖춘 초대형선 20척을 갖고 있고, 가장 높은 스크러버(탈황설비) 보유율(80%)과 가장 낮은 용선비율(20%)을 자랑한다. 효율면에서는 단연 세계 최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업이 길어져 실질적인 피해가 누적되면, 동맹회원사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HMM한울호 출항식에서 2차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HMM한울호 출항식에서 2차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청와대]

뜻하지 않은 행운을 위기로 만드는 산은, 설립취지 잊지 말아야

해운업 초호황은 산은 입장에서는 뜻하지 않은 행운이다. 해운업은 국가에서 법으로 정한 기간산업이다. 따라서 한진해운이 망하고 하나 남은 HMM의 회생은 산은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런데, 지난 2016년 400에 불과했던 SCFI가 코로나19 이후 급등하면서 4196까지 뛰었다. 무려 10.5배나 운임이 오른 것이다. 고정비용이 거의 변하지 않는 해운업의 특성상 이는 막대한 이익으로 직결되고 있다. 지난달 영업이익은 무려 50%에 이를 것이라는 업계의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한진해운 파산을 방치하고, 최근 수천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던 정부가 이른 바 '국민의 혈세'를 앞세워 정작 수출을 볼모로 얻고자 하는 것이 도대체 뭔지 알기 어렵다. 

산은이 가진 특권은 산은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 금융과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균형적인 국민경제를 위해 허락한 것이다. 

당초 정부가 HMM을 지원한 목적은 투자수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적선사가 없으면 수출기업들이 겪어야 하는 무지막지한 고통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HMM을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국책 은행이 국익에 부합하는 결정을 한 것은 잘했다고 할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의무다. 

그간 HMM 직원들은 단 한번의 파업도 없이 성실하고 묵묵히 일했다. 6~8년씩 임금이 동결됐던 상황도 견뎌냈고, 많은 노력으로 회사를 살려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남보다 더 나은 대우가 아니라, 다른 기업만큼만 대우해 달라는 것이다. 

회사가 어려울 때, 직원들은 어려움을 나눴다. 이제 회사가 엄청난 이익을 올리고 있고, 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인력을 유지하고 더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대우를 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해마다 파업을 하면서, 자기 이익을 채우는 일부 귀족 노조와 이번 HMM 노조의 요구는 차원이 다르다. 

산은은 HMM을 단지 하나의 기업이 아니라 한국 수출의 대동맥이자, 정부가 주창하는 해운재건의 주역에 걸맞은 대우를 시작해야 한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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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검 2021-08-02 10:10:25
대한민국은 노조 때문에 망할거임..노조는 사회의 악 이다

서기석이 2021-08-02 04:57:25
좋은 기사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글 많이 적어주세요
응원합니다

언론이 서야 나라가 선다 2021-08-01 23:34:31
진정한 언론인 이시네요

슫히비 2021-08-01 20:12:08
이런분이 정말 기자인데.

박경준 2021-08-01 19:17:26
좋은기사 감사합니다 이런게 기사죠 받아쓰기가아닌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