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국제해운사인 HMM(대표이사 배재훈)이 가진 영구채 3조2800억원과 관련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진행중이다. 

해양진흥공사(사장 황호선)가 HMM에 연리 3%짜리 영구채에 대한 조기상환을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해 억지로 이자를 받고 있다는 것이 청원내용의 골자다. 

HMM은 지난해 9808억원, 지난 1분기 1조19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데 이어, 2분기에도 1조4000여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됨에 따라 영구채 전액을 상환할 수 있을 만큼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녹색경제신문>이 해진공 관계자에 이 내용에 대해 묻자 "국민청원 내용을 알고 있다. 아직 HMM이 조기상환을 요청한 바 없다"며 "만일, 영구채에 대해 조기상환을 요청한다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과 함께 협의해 HMM이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영구채는 재무재표에서 자본으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HMM에 부담이 되는 측면보다는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상적으로 영구채는 만기가 정해져 있지만 발행회사의 선택에 따라 만기를 연장할 수 있어 회계상 자본금으로 인정받는다. 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일정 이자만을 영구히 지급할 수 있다.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으로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채권)이라고도 불린다. 발행회사의 해산이나 중요한 채무불이행 등의 특수한 경우 이외에는 상환하지 않으므로 불상환사채라고도 한다.

HMM은 현재 3조원이 넘는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회사 관계자는 영구채 조기상환 요청 사실에 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다.

지난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에는 "...해양진흥공사도 내년 2022년 상반기 6000억원의 영구CB Step-up만기(상환을 하지 않으면 이자율이 6%상승 이후 매년 상승하여 최종 10%까지 상승)가 도래한다"면서 "...중도조기상환이 가능하나 조기상환을 하지 않고 있다. ...조기상환통보를 못하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29일 현재 이 청원에는 2800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청원인은 "해진공은 현재 영구채 3%의 이자를 받고 싶은 생각에서 조기상환도 못하게 하고 또 본인들은 주식으로 전환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조기상환은 채무자의 권리로써 유가증권 발생시 계약서 명기되어져 있는 권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조기상환요구시 이에 대해 채권자는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것이 주식전환을 통해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지킬수 있는 것"이라며 "물론 전환시에는 채무자인 (HMM의) 재무구조는 더욱 더 좋아지는 이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HMM은) 해진공의 압력으로 3%(180억원/연간) 이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3조원의 돈을 가지고 있고 또 앞으로 더 많은 현금이 들어올 상황에서 재투자금리는 1%도 되지 않는데 내지 않아도 될 이자 3%를 해진공에 지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29일 현재 증권가의 컨센서스(최근 3개월 간의 증권사 보고서 평균값)에 따르면, 올해 HMM의 영업이익은 5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이는 영구채 총액인 3조2800억원을 훨씬 상회한다. 

모 언론에서는 지난 19일 KDB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의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KDBI) 관계자가 이 중 산은이 보유한 2조6000억원 규모의 30년 만기 영구채를 매각할 것이라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산은은 이날 다른 매체를 통해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즉시 부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