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철의 海썰] HMM 선원 단체이직에 해상물류 풍전등화...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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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철의 海썰] HMM 선원 단체이직에 해상물류 풍전등화...쟁점은?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1.08.25 00:51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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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은, 나서지 않겠다며 번번히 협상에 제동 걸어..HMM 노사협상 파행 원인제공
- 국민 혈세 '영구채' 조기 상환해야..."산은은 국민혈세 빨리 회수하라는 의견도 높아"

HMM(대표이사 배재훈)의 임금 및 단체협상이 파행을 겪으면서 수출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24일 해양수산부(장관 문성혁)는 해운물류국장을 반장으로 하는 '수출입물류 비상대책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전날 HMM 해상노조가 찬성 92.1%로 의 파업을 결정한 상황에서 25일 전체 선원 450여명이 사측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세계 최대 해운사인 MSC(스위스)로 단체 이직하겠다고 밝혔다. 

HMM육상노조(위원장 김진만)은 지난 19일 3차 중앙노동위원회 결렬로 쟁의권을 확보했고, 다음주를 전후해 파업가결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만일, HMM 육·해상 노조가 공동으로 파업을 진행할 경우, 이미 치솟은 해상운임과 부족한 선복량에 시달려온 수출기업들은 심대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쟁점은 임금협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배재훈 대표 [사진=배재훈 대표 SNS 갈무리]
배재훈 대표 [사진=배재훈 대표 SNS 갈무리]

침묵인듯 침묵아닌 침묵하는 산은, 매번 협상에 제동 걸어

사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파업에 따른 예상 피해금액이 약 68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최종 임금협상에서 노조가 원했던 8%임금인상과 800%격려금지급안을 거부했다. 실제로는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이 그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측이 밝힌 조정안과 격려금에서 300%, 금액으로는 250억원 정도 차이가 난다. 예상 피해액(6800억원)의 5% 미만이다. 

앞서 사측이 외부자문기관 등의 자료를 첨부해 산은에 제시했던 11.8%의 임금인상과 700%의 성과금지급안도 산은이 뚜렷한 근거도 없이 5.5%임금인상, 100%격려금지급으로 반환, 사실상 산은이 노사협상의 파행을 초래했다. 

노조측이 이번 노사협상이 파행으로 치닿고 있는 원인으로 산업은행을 지목하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사측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 산은이 이번 노사협상을 엉망으로 만든 장본인으로 보고 있다. 

당초 HMM직원들은 올해 압도적인 성과를 올린 만큼 임금협상의 출발점이 11.8%의 임금인상과 700%의 성과급지급 등 외부자문기관에서 제시했던 수준으로 기대하고 있었다고 노조는 밝혔다. 

그러면서도, 산은은 "임금협상은 노사간의 문제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산은은 정부가 100%의 지분을 가진 국책은행이다. 

지난해말 임단협과 그 이후에도 배 사장은 일일이 헤아릴 수도 없이 주주와 직원들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겠다며, 성과에 따른 보상을 약속했다고 HMM직원들은 말했다. 

결국, 배 사장은 자금줄을 틀어쥔 산은에 휘둘리는 모양새다. 

 

'국민혈세'로 꿀 빠는 산은...3조원 지원금 갚겠다는데도 산은이 거절

지난 46년간 한 차례의 파업도 해본적 없는 HMM노조를 '귀족강성노조'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들이 왜 파업으로 내몰렸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HMM의 영구채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산은이 임금협상에서 번번히 노조의 요구를 묵살한 근거가 바로 '국민의 혈세로 지원했는데 이를 갚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HMM노조는 임단협에서 임금협상과 함께 '영구채를 조기에 상환하자'는 입장이다. 

지난 2017년 부터 HMM은 선박구매 등을 위한 자금마련을 위해 2047년 이후 만기인 영구채를 발행했다. 현재 해양진흥공사(사장 김양수)가 6000억원, 산은이 2조6800억원을 보유했다. 

HMM은 이 채권에 대해 연리 3%의 이자를 물고 있다. 반면, HMM이 예금 등으로 보유한 현금성 자산 약 4조원에 대해서는 0.5% 정도의 이자를 받고 있다. 금리차이가 2.5%이므로, 현금 4조원이라면 연간 차액만 1000억원 규모다. 

이중 해진공이 보유한 6000억원은 콜옵션이어서, 즉시 상환할 수 있다. 연간 180억원의 이자를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해진공이 경영진에 상환을 요청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이 보유한 영구채는 발행일 기준으로 5년 안에 갚을 수 없는 조항이 있다. 물론, 상환능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HMM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기획재정부와 조기상환을 검토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문제는 산은과 해진공이 2047년 만기인 영구채를 조기 상환하면 2023년까지 연간 3%, 이후 연간 6%~10%에 이르는 이자수익을 누릴 수 없게 된다. HMM이 경영정상화를 이루면 해진공과 산은은 매년 1000억원에서 최대 3000억원에 이르는 '꿀같은 소득'이 사라진다. 

결국, 산은과 해진공은 '국민 혈세' 상환과 경영정상화를 늦출수록 이익인 셈이고, HMM은 뜻하지 않게 놀라운 이익을 올림으로써 탐나는 먹잇감이 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HMM한울호 출항식에서 2차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HMM한울호 출항식에서 2차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청와대]

여전히 남는 의혹...산은, 기재부·靑도 두렵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출실적과 경제성장률을 챙기는 기재부는 산은지분의 91.8%를 가진 최대주주다. 만일, HMM 사측의 예상대로 HMM이 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수출이 최대 성수기로 진입하는 시점에서 실적에 치명타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청와대도 2차례에 걸친 해운재건 5개년 계획과 함께 현 정부의 빛나는 치적으로 자랑해왔던 HMM 회생 등 해운정책이 오염될 수 있다. 

이상한 것은 기재부와 청와대는 물론, 양대 정당과 주무부서인 해수부조차도 산은에 입도 뻥긋 안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초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렇게까지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국제해운사 중 비상장기업인 MSC를 제외하면, 해운치킨게임이 진행됐던 지난 10여년간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은 곳은 단 한군데도 없다. 그 과정에서 한진해운을 포함한 여러 해운사가 파산했다. 

HMM은 세계 8위의 국적 국제해운사다. 향후 200만TEU의 선복량을 갖춘 세계5위의 해운사로 키운다고 정부가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일본이나 대만의 선복량에 비하면 여전히 우리는 크게 열세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만일 HMM이 파업에 들어가면 수출기업들의 도산이 이어질 것"이라며 "부산항의 운임이 대폭 상승하고 물류 허브 경쟁에서 중국 등에 크게 밀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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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컨테이너선이 미국 롱비치항구에서 하역하는 모습 [사진=HMM]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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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영 2021-08-26 18:57:29
정리가 잘된 기사네요.

관계자 2021-08-25 22:56:15
간만에 "기레기"가 아닌 "진짜 기자님"이 쓴 글을 읽는 것 같습니다. 가장 현실을 담백하게 써준 글 같네요. 김의철 기자님 감사합니다!

대출자 2021-08-25 21:13:50
산은에서 대출 받으면 중도상환 못한다는게 사실입니까?

전성렬 2021-08-25 08:17:27
산은과 해운공은 HMM에 빨대 꽂는 일은 이제 그만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