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정의선·최태원·구광모, 잇단 대규모 인수합병 '미래차·로봇 시장 정조준'...조 단위 투자 '사업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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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정의선·최태원·구광모, 잇단 대규모 인수합병 '미래차·로봇 시장 정조준'...조 단위 투자 '사업 재편'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1.06.30 2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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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마무리...로보틱스 시장 진출 본격화
- 최태원, 10조원 투자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SK하이닉스 '승부수'
- 구광모, 전장사업 집중...LG마그나, 7월 1일 출범

최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마무리짓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인텔 낸드 플래시 사업 인수, 구광모 LG 대표는 마그나인터내셔널과 LG마그나 합작법인 출범 등을 잇달아 성사시키면서 재계 총수들의 인수합병(M&A)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들 3인은 로봇과 미래차 시장에 주목하면서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구속 수감 중인 가운데 대규모 투자에 차질을 빚고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은 올해 들어 초대형 인수합병을 통해 미래 신사업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왼쪽 부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정의선 회장은 최근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합병을 끝내고 로보틱스 신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앞으로 그룹 전사 역량을 결집해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글로벌 패권을 차지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 자동차, 30% UAM, 20%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

정 회장은 직원들과의 타운홀미팅에서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로봇 시장이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32%의 성장세를 기록해 1772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자율주행차, UAM, 스마트팩토리 등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회장이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합병에 나선 것은 현대차그룹 역사상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그간 정주영 창업주의 경영신조인 ‘기술자립’에 집중하면서 인수합병에는 소극적이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

현대차그룹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전후해 기아차와 한국철도차량(현재 현대로템)을 인수한 뒤 현대건설을 되찾고 2014년 현대제철이 동부특수강을 인수한 것 이외에는 대규모 인수합병 사례가 없었다.

정 회장은 2018년 수석부회장에 오른 후 외부 투자를 활발히 진행했지만 합작법인 설립이나 지분투자, 스타트업 육성에 그쳤을 뿐 대규모 인수합병은 진행하지 않았다.

정 회장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합병을 직접 챙길 정도로 로봇 사업에 관심이 크다.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과 함께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의 80%를 1조원에 인수할 때 개인적으로 사재 2490억원을 들여 지분 20%를 확보할 정도로 의지가

현대차그룹은 로봇 사업 진출을 통해 그룹 차원의 신 밸류체인이 형성돼 급변하는 미래 산업 환경에서 혁신을 추진하고 신성장 동력을 얻게 됐다. 로보틱스 기술은 자율주행과 전동화로 대표되는 미래 모빌리티 분야뿐 아니라 물류ㆍ운송, 서비스 사업에서도 접목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를 MZ세대들이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과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ㆍ‘아틀라스’ 로봇이 함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특별 영상을 공개해 호응을 이끌어냈다.

또 현대차그룹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서울 삼성동 신사옥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 현장에도 일명 ‘로봇개’로 불리는 스팟을 투입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 역량, 제조 역량, 물류 역량 등이 시너지를 발휘하며 향후 이동형 산업용, 개인 서비스가 가능한 휴머노이드까지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정 회장은 지난해 4월 현대오토에버 상장에 이어 지난해 12월 현대오토에버를 중심으로 한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트론 등 소프트웨어 3사 합병을 발표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도 맡아 재계 '맏형' 역할...SK, 미래 모빌리티 사업 집중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3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으면서 재계 ‘맏형’ 역할까지 맡는 등 전방위 행보가 눈에 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무려 10조원이 넘는 초대형 ‘빅딜’에 승부수를 던졌다. 인텔의 메모리반도체(낸드 플래시) 사업부 인수가 그것이다.

최태원 SK 회장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와 관련해 반독점 심사를 받는 8개국 가운데 6개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미국, 유럽연합, 한국, 대만, 브라질에 이어 최근 영국도 무조건부 승인을 결정하면서 중국과 싱가포르의 승인만 남겨둔 상태다.

최 회장읜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는 지난 10년간 SK그룹의 최대 규모 인수 사례이다. SK그룹은 2011년 하이닉스(SK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반도체 사업에 진출해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이에 버금가는 큰 베팅에 나선 셈이다.

최 회장은 자동차 전장사업과 연계한 미래 모빌리티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기존 '통신·정유·화학'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이오와 미래 반도체, 모빌리티, 친환경 신소재 등으로 재편하고 있다.

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낯설고 거친 환경을 위기라고 단정짓거나 굴복하지 말고 우리의 이정표였던 딥체인지에 적합한 상대로 생각하고, 성장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은 오래 됐다. SK㈜는 지난 2016년 카셰어링(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인 쏘카의 지분 20%를 매입했다. 당시 최 회장은 SK서린사옥에서 직접 서비스를 체험하는 등 큰 관심을 나타냈다.

SK그룹은 친환경차용 배터리와 반도체, 수소경제, 자율주행차 기술 등 미래 모빌리티 관련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2005년부터 전기차용 배터리 분리막 사업을 시작해 현재 세계 2위 수준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글로벌 톱5 안에 들어섰다.

SK텔레콤은 자율주행차의 핵심 데이터를 보유한 '티맵모빌리티'를 분사해 독립 출범시킨 데 이어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개발하는 등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구광모, 회장직 취임 3주면 맞아...휴대폰 사업 접고 전장, 배터리 등 '선택과 집중'

구광모 LG 대표는 지난 29일 회장 취임 3주년을 맞았다.

구 대표가 추진한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은 7월 1일 공식 출범한다. 양사 투자금액은 1조원 규모다. LG마그나는 전장 사업에 대한 구 대표의 의지가 담겨 있다는 평가다.

LG전자는 인포테인먼트, 파워트레인, 인포램프 등을 3대 축으로 전장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 3월 스위스 소프트웨어 업체 룩소프트와 손잡고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기업 '알루토'를 출범했다. 2018년에는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조명업체 ZKW를 인수했다.

구 회장은 만년 적자였던 휴대폰 사업을 정리하는 대신 차세대 먹거리에 집중했다. 전장·배터리·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3개 사업 중심으로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구광모 LG 대표

지난 3년간 LG그룹이 인수합병과 합작법인 설립에 들인 비용은 4조원에 달한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도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 LG화학에서 분할한 후 사업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GM, 현대차그룹 등과 합작 법인을 설립해 미국, 인도네시아 등지에 해외 배터리 공장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모두의 공통점은 미래차 시장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모빌리티 사업이나 전장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수감 중인 상태라서 반도체 부문 등에서 대규모 M&A나 투자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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