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MC사업 철수] 실패한 LG폰 '26년 혁신'의 역사..."세계 최고 제품 만드는 LG, 스마트폰은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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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MC사업 철수] 실패한 LG폰 '26년 혁신'의 역사..."세계 최고 제품 만드는 LG, 스마트폰은 빼고"
  • 정은지 기자
  • 승인 2021.04.0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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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95년 화통에서 26년 롤러블까지...'혁신'의 아이콘
세계 최초 타이틀에만 목매...호환성·불안정성 등 기술력이 '발목'
휴대폰 사업 생산 판매 종료...사용자 사용자 서비스는 계속

LG전자는 5일 이사회에서 휴대폰 사업 철수를 공식화 했다. 휴대폰 사업이 2015년 2분기부터 지난 4분기까지 무려 5조원에 육박하는 누적 적자를 기록하면서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지금까지 LG전자는 베트남 빈그룹, 독일 자동차그룹 폭스바겐 등과 접촉했으나 논의에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리더십 부재가 낳은 필연적인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 최고의 삼성전자가 위협을 느낄 정도로 제품을 제대로 만들고 있는 LG가 스마트폰만은 3류제품을 만들고 있는 이유가 정말 궁굼하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영업정지 사유에 대해 "사업 경쟁 심화 및 지속적인 사업부진"이라며 "내부 자원 효율화를 통해 핵심 사업으로의 역량을 집중하고 사업구조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처폰에서 롤러블 스마트폰까지, 그간 독특한 디자인 적용 및 첨단 기능을 탑재하며 혁신을 주도했던 LG 폰 26년 역사를 되돌아본다.

'화통'에서 '싸이언'까지...LG폰 황금시대

LG전자 휴대폰 사업의 시작은 지난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MC사업본부의 전신인 LG정보통신이 1995년 2월 세계 최초로 ‘화통’이라는 이름으로 CDMA를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후 브랜드명을 ‘프리웨이’로 바꿨다가 1998년 5월 국내 최초로 폴더형 디지털 휴대폰을 출시하며 ‘싸이언’ 브랜드의 시대를 열었다. 

95년 LG가 선보인 '화통'브랜드 [사진=비공식계정 유튜브 캡쳐]
95년 LG가 선보인 '화통'브랜드 [사진=비공식계정 유튜브 캡쳐]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은 2000년 LG정보통신과 LG전자가 합병한 뒤 본격화됐다. 이때 싸이언의 영어 스펠링은 ‘귀족의 자제’라는 뜻의 ‘CION’에서 ‘CYber ON’으로 변경했다.

LG 싸이언 브랜드의 이름을 세계 시장에 알린 대표주자는 바로 초콜릿폰이다. 2005년 11월 국내 시장에 첫 선을 보인지 1년 반만인 2006년 4월 1000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LG전자 폰으로선 처음으로 ‘텐밀리언셀러폰’ 반열에 올랐다. 이후 초콜릿폰은 전 세계에 2000만대 이상 팔리며 신기록을 세웠다. 초콜릿폰 이전에 전 세계적으로 1000만대 이상 판매된 피처폰은 삼성전자 ‘이건희폰’, ‘벤츠폰’, ‘블루블랙폰’, 단 3종 뿐이다.

초콜릿폰을 시작으로 2008년엔 샤인폰이 텐밀리언셀러폰에 이름을 올렸고, 이후 누적 판매 1000만대의 실적을 올렸다. 휴대폰 판매량도 연간 1억대를 넘어서며 글로벌 제조사로 발돋움했다. 모토로라를 제치고 노키아, 삼성전자에 이은 세계 3위 휴대폰 제조사가 됐다.

텐밀리언셀러폰 초콜릿폰의 CF 영상 [사진=xenobiology 유튜브 캡쳐]
텐밀리언셀러폰 초콜릿폰의 CF 영상 [사진=xenobiology 유튜브 캡쳐]

세계 최초 타이틀에만 목매...실패로 끝난 혁신 실험

LG전자가 초콜릿폰 이후 샤인폰·프라다폰 등을 출시하는 동안 세계 휴대폰 시장은 스마트폰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애플은 아이폰을, 삼성은 갤럭시S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휴대폰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기 시작했다. 

경쟁사로부터 위기감을 느낀 LG전자는 2010년 최초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인 '안드로 원'을 출시했다. 스마트폰에 쿼티 차반을 슬라이드 형식을 탑재해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실사용 부분에 있어 배터리 소모·발열·와이파이 연결·낮은 하드웨어 스펙·불안정한 터치스크린 등 수많은 문제점을 안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LG전자는 '혁신', '최초'라는 키워드를 내세웠다. 2011년 이후로는 '최초'라는 타이틀을 5개 이상 보유할 정도로 새로운 기능에 대한 도전이 계속됐다.

2011년 세계최초 듀얼코어를 시작으로 LG 전자는 3D, 후면 듀얼카메라 탑재·후면 키 및 노크온 탑재·전면 듀얼 광각 세컨드 스크린 등 기존의 방식을 넘어서는 다양한 기술을 선보여왔지만 시장을 선도하지 못하고 적자를 이어갔다.

이후 2015년 출시한 프리미엄폰 V10은 전원이 스스로 꺼지고 켜지고를 반복하는 ‘무한부팅’ 논란이 일어 무상 수리라는 전력을 남겼다. 

이후 G4와 V10은 메인보드의 결함으로 문제가 됐고 후속작이자 세계 최초 모듈형 스마트폰 ‘G5’도 모듈 사이 틈이 벌어지는 유격현상이란 결함이 발생했다. LG 스마트폰의 평판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건이었다. 

2019년 출시된 'LG G8 ThinQ'는 새로운 기능에만 몰두해 실제 사용성 측면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혹평을 받았다. G8 ThinQ는 에어모션 기능으로 화면을 터치하지 않고도 스마트폰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됐다. 음악 재생, 볼륨 조절, 앱 전환, 캡쳐 등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어 주목받았지만 구동이 느리고 잠금해제나 촬영에 불편함이 있어 소비자의 호응은 얻지 못했다.

이후 밸벳폰 등도 실패를 거듭했으나 쐐기는 지난해 말 출시된 'LG윙'이 박았다. 화면 2개를 돌리는 방식의 스마트폰은 조명은 받았지만 너무 무거운 무게·느린 반응성이 문제로 떠올랐다. 게다가 판매량이 저조해 2세대가 나오지 않을 거란 전망이 굳어지면서 어플의 업데이트 가능성마저 불투명해져 결국 실용성을 문제로 시장 호응을 얻지 못했다. 

내부적으로는 LG전자 한국모바일그룹장인 마창민 전무가 'LG 윙'출시를 앞두고 회사를 떠나게 되면서 LG전자 스마트폰의 국내 영업·마케팅을 책임지는 수장이 한 달 만에 교체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LG 윙'은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 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의 실적 회복세에 힘을 보탤 무기로 각광받고 있었지만 'LG 윙'의 판매를 진두지휘해온 마 전무가 자리를 떠나게 되면서 초반부터 LG전자의 스마트폰 마케팅·판매 전략이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하게 됐다. 실제로 ‘LG윙’의 국내 누적 판매량은 10만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V10 무한부팅 관련 게시물 [사진=유튜브 화면 캡쳐]
V10 무한부팅 관련 게시물 [사진=유튜브 화면 캡쳐]

잦은 수장 교체로...방향성 흐려지고 혁신에만 목을 메

이러는 동안 MC사업부 수장은 무려 4번이나 교체됐다. 

최근 4년간 조준호 사장, 황정환 부사장, 권봉석 사장, 이연모 부사장이 맡았다. 4년간 세 번이 교체된 셈인데, 통상 사업본부의 수장을 맡기면 일정 성과가 나올 때까지 최소 3년은 지켜봤던 이전 사례에 비하면 급격하게 본부장이 바뀐 셈이다. 이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방향성을 흐리게 만들고 혁신에만 목을 메는 배경이 됐다. 

조준호 사장이나 이전 본부장이었던 박종석 사장 모두 3년씩 MC사업본부를 맡았다. 이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수조원의 누적 적자를 떠안게 되면서 회사 측의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황정환 부사장, 권봉석 사장의 경우 1년씩만 MC사업부를 맡았다가 교체됐다. 

조준호 사장, 황정환 부사장이 MC사업본부장을 맡을 때 LG전자가 야심차게 내놓은 스마트폰 라인업은 모두 부진을 면치 못했다. 조 사장은 취임 후 V10, V20, G4, G5, G6, G Flex 2 등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번번이 시장의 긍정적 반응을 얻어내는데 실패했다. 

지난 2017년 11월 MC사업본부장으로 취임한 황정환 부사장을 부임 1년만인 2018년 11월 권 사장으로 교체하는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V50 씽큐, V50S 씽큐, G8 씽큐를 출시하며 프리미엄 스마트폰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적자에서 탈출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2019년, 이연모 MC사업본부장이 취임하면서 LG전자는 새로운 혁신 전략인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스마트폰의 진화된 사용성에 무게를 두고 성장 가능성 있는 영역을 발굴해 나가겠다는 LG전자의 새로운 전략이었지만 LG윙의 실패로 롤러블 폰 등 후속작은 나오지 못했다.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로 처음 선보인 'LG윙' [사진=MR엠알 유튜브 화면 캡쳐]

줄적자로 결국 스마트폰 사업 포기까지

기술력의 문제점은 스마트폰에만 국한되지 않고 LG제품의 생태계 전반으로 이어졌다. 스마트 워치의 경우 연동이 잘 안돼 LG폰을 쓰는데도 불구하고 스마트 워치는 삼성의 갤럭시 워치를 사용한다는 후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 이어폰·스마트워치까지 탄탄하게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삼성이나 애플에 뒤처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제품의 출고량 자체가 많지 않다 보니 LG 스마트폰 유저들은 케이스마저 시중에서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고를 수 없었다. 소비자들이 마음을 돌릴 이유는 충분했다.

이후 세계 최초 롤러블 폰인 'LG 롤러블'을 선보이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으나 계속되는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LG전자는 5일부로 휴대폰 사업을 완전히 접고 말았다.

LG전자는 26년만에 휴대폰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사진=SBS 뉴스 유튜브 화면 캡쳐]
LG전자는 26년만에 휴대폰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사진=SBS 뉴스 유튜브 화면 캡쳐]

LG전자는 1995년 LG정보통신으로 모바일 사업을 시작한 뒤 세계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하는 등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에 한 발 늦은 대응을 보이면서 LG전자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지금까지 손실만 약 5조원에 육박하며 2016년 4분기에는 역대 최대 영업손실 467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판매량도 2015년 5970만대를 정점으로 하락세였다. 2019년에는 연간 3000만대 마저 무너졌다. 시장조사기관 SA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LG전자 스마트폰 판매량 순위는 9위, 점유율은 2.2%에 그쳤다.

이는 이번 사업부 철수와 무관치 않다. LG전자의 대표적인 `아픈 손가락`이던 MC사업본부를 두고 수년 전부터 업계에선 사업부를 매각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다. 가전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모바일에서 모두 깎아버린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여론에도 LG전자는 다른 사업부와의 시너지, 특허기술 등의 이유로 모바일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5년간 이어진 적자가 결국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사업부 철수라는 초강수를 뒀다.

정은지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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