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혁명] K배터리 3사, 자동차 배터리 내재화 전략에 닭쫒던 개 신세되나..."지나친 우려" 경계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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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혁명] K배터리 3사, 자동차 배터리 내재화 전략에 닭쫒던 개 신세되나..."지나친 우려" 경계론도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1.03.23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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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테슬라)와 2위(폭스바겐), 4위(현대차그룹)에 숨은 복병 토요타까지 '내재화'
배터리 업계 "지나친 우려...시장 대폭 커지고, 100% 내재화도 아니다"
"압도적 기술력 필요하다"...전고체 배터리 누가 먼저 양산하느냐 승부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3사로 대표되는 K배터리에 암운이 깃들고 있다. 고객사인 자동차사들이 자동차 배터리 내재화 전략에 속속 나서면서 미래 먹꺼리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감이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현재의 우려가 과다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1위(테슬라)와 2위(폭스바겐), 4위(현대차그룹)에 숨은 복병 토요타까지 '내재화'

배터리 업계에 가장 큰 충격을 안긴 것은 폭스바겐그룹의 '파워 데이'다. 폭스바겐그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연례 기자간담회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테슬라를 제치고 업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올해 전기차 100만대 판매를 목표로 내놨으며, 이미 보유 중인 모듈형 전기차 플랫폼(MEB)을 기반으로 내년까지 27개 모델을 출시키로 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배터리 내재화 전략이 K배터리의 심기를 건드렸다. 폭스바겐은 2023년까지 통합 배터리 셀을 자사 모델 80%에 장착해 배터리 비용을 최대 50%까지 절감하고, 2030년까지 유럽에 배터리 생산 공장 ‘기가팩토리’를 6곳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배터리 내재화가 될때까지는 중국 CATL 등으로부터 각형 배터리를 탑재하고, 원통형 위주의 K배터리 사용량은 대폭 줄이기로 했다. 

테슬라에 이어 전기차 세계 2위인 폭스바겐의 발표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에게는 청천벽력으로 다가왔다. 당장 수년간의 일감을 중국에 뺏길 뿐더러 장기적으로는 자체 생산으로 인해 폭스바겐이라는 큰 공급처를 잃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는 원통형 배터리 위주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게는 더 큰 타격이 됐다. 폭스바겐 발표 이후 한 주간 LG에너지솔루션의 전신인 LG화학 주가와 SK이노베이션 주가는 각각 16%, 8% 하락했다. 

허버트 디스 폭스바겐 CEO.
허버트 디스 폭스바겐 CEO.

세계 전기차 1위 테슬라 역시 사실상 내재화를 선언한 상태다. 지난해 9월 '배터리 데이'를 통해 기존 대비 '반 값' 수준의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그 핵심은 배터리 제조비용의 획기적인 절감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는 배터리데이에서 "향후 18개월에서 3년 안에 이 비용의 56%를 절감하겠다"고 했다. 이는 차값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자체 생산해 비용을 대폭 절감한다는 의미로 시장에 받아들여졌다. 

테슬라와 폭스바겐 두 회사 모두 수직계열화를 통해 10년 이내 자사의 배터리 수요를 대부분 직접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황이다. 

전기차 시장에서의 선두권이라 할 수 있는 현대차그룹 역시 배터리 내재화를 공식화하지 않았을 뿐 배터리 자체 생산은 시간문제라는 평가다. 지난해 12월 열린 현대자동차 'CEO인베스터데이'에서 알버트 비어만 사장(연구개발본부장)은 2030년에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본격 양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초점이 전고체 배터리에 맞춰졌지만 사실상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겠다고 공언하지 못하는 것은 아직 기술적 걸림돌이 많은 점도 이유지만 국내 배터리 3사와 동맹을 맺은 상황에서 배반행위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 공장을 둘러보며 각 그룹 총수들을 만났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과는 현재 전기차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 받는데 초점이 맞춰졌고, 삼성SDI와는 전고체 배터리를 포함한 미래 배터리 기술협력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도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물량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나눠 수주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 생산한다고 공언하기란 어렵다. LG, SK, 삼성 등 국내를 대표하는 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배터리 사업을 하고 있는 마당에 현대차가 자체 생산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는 것은 국내 기업 정서상 배반행위로 낙인찍힐 수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니로EV'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니로EV'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대차그룹이 내재화를 염두에 두고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전기차 배터리 기술개발이 한창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남양연구소 내 배터리 개발실에 전기차용 배터리 연구개발 조직을 선행기술, 생산기술, 배터리기술 등 3개 부문으로 확대 및 강화하면서 연구인력도 대폭 보강했다. 

핵심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이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시범 양산한 후, 2027년 양산 준비에 들어가 2030년경 본격 내놓을 예정이다.
 
정리해보면 전기차 판매량 글로벌 1위(테슬라)와 2위(폭스바겐), 4위(현대차그룹)의 업체가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겠다고 공언했거나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전기차 원년'을 준비해온 K배터리 입장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몹시 우려스럽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이 뿐만 아니다. 전기차 경쟁에서 제외돼 있는 일본차들도 역습을 준비하고 있다. 토요타는 전기차 배터리를 초기부터 내재화하기로 하고 개발을 진행 중이다. 모든 내용들이 비공개지만 목표는 '전고체 배터리'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고체 배터리 기술력에서 토요타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2025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최대 민간 자동차업체인 지리자동차 역시 최근 중국 장시성 간저우에 5조원 넘게 투자해 신규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GM, 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추가로 배터리 내재화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를 자체 개발하기 전까진 국내 3사가 이끄는 배터리 업계에서 제품을 구매할 수 밖에 없지만, 그 이후엔 대규모 수익원을 하나 둘 잃을 가능성이 높다. 배터리에 쏟아부은 투자비용을 회수하기도 전에 완성차 업체가 기술력을 따라 잡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배터리 업계에 퍼지는 양상이다. 

배터리 업계 "지나친 우려...시장 대폭 커지고, 100% 내재화도 아니다"

그러나 배터리 업계 일각에서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지나친 우려를 경계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사들이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 생산한다고 한다는 얘기는 그만큼 전기차 시장이 엄청나게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시장이 압도적으로 커지기 때문에 자동차사들이 배터리를 만든다고 해서 공급과잉이 될 우려는 적다"고 말했다. 

또 "현재 내재화 전략을 밝힌 업체들도 가격협상력 등을 고려해 자체 생산하겠다는 것이지 100%를 내재화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할 수도 없을 것"이라며 "너무 심각한 우려는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64조원으로 예상되며 매년 성장세를 거듭해 오는 2025년 186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어 K배터리가 일부 고객사의 내재화 전략으로 물량을 잃어도 큰 지장이 없다는 판단이다. 

자동차업체들의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가 기술적으로 쉬운 일도 아니다. 내재화에 오랫동안 투자를 지속한 테슬라조차 배터리 데이 이후 오히려 배터리 업체들과 협력 시그널이 강화되고 있다. 내재화 과정에서 브릿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던 노쓰볼트(스웨덴), 궈시안 하이테크(중국), 퀀텀 스케이프(미국) 등의 상업화 속도가 빠르지 않다. 

폭스바겐이 채용키로 한 각형 배터리의 경우 아직까지 매우 제한적인 차량(아우디 e-tron 일부 트림, 폭스바겐 e-golf 등)에서만 채택돼 파우치에서 각형의 디자인 전환이 단기에 진행될 가능성은 낮다. 이미 2025년까지 출시할 MEB/PPE 플랫폼에 대해서는 파우치형 수주가 상당부분 진행된 상황이다.

자동차사들이 100% 내재화를 하기도 어렵다. 공급망을 다양하게 갖춰놔야 위기상황에 대응하는 것이 유리하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폭스바겐의 전략 변화가 다른 자동차 업체들로 확산될 경우 보다 구조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폭스바겐 수준으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내기 힘든 자동차 업체들이 이러한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전기차 시장과 관련 2차전지 시장의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기 때문에 틈새시장에 생겨날 것"이라며 "기존 배터리 업체들의 경쟁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재화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리튬황 배터리 등이 일부 니치 마켓(틈새시장)을 점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의 우려대로 배터리 업계가 고객사를 잃게될 지, 아니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니치 마켓이 생겨날 정도로 빠르게 커질지 아직은 누구도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압도적 기술력 필요하다"...전고체 배터리 누가 먼저 양산하느냐 승부

토요타가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 이미지.
토요타가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 이미지.

전문가들은 K배터리가 전기차 배터리 대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압도적 기술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압도적 기술력은 '전고체 배터리'로 귀결된다. 토요타가 일찌감치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고, 폭스바겐과 현대차그룹의 최종 목표 역시 전고체 배터리다.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배터리는 전해질을 고체로 사용해 폭발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고체 전해질이 분리막의 역할까지 대신해 배터리 구조도 단순화시킬 수 있다.

삼성SDI는 전고체배터리 양산 시점을 2023년 소형 셀(Cell), 2025년 대형 셀 검증을 각각 마친 후인 2027년으로 잡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용화 시점을 2028~2030년으로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부터 개발 인력 충원에 나섰다. 

양산까지 10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전고체 배터리'를 누가 양산화시킬 수 있느냐의 싸움으로 귀결되는 양상이다. K배터리 업계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34%다. 이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 양산에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가 경쟁사로 바뀌는 것을 막기 위해 K배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전고체 배터리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양산에 성공하는 것 뿐"이라며 "정부도 K배터리가 지속 성장 가능하도록 규제 완화, R&D 등 직접적 지원을 통해 국가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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