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배터리①] 국내 배터리 3사, 장밋빛 전망에 취해 방심하다 '허' 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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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K-배터리①] 국내 배터리 3사, 장밋빛 전망에 취해 방심하다 '허' 찔렸다
  • 장경윤 기자
  • 승인 2021.03.25 0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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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다퉈 배터리 내재화 전략 내세운 완성차 업체…폭스바겐의 경우 현실적 계획으로 위기감 더 크게 다가와
- 국내 배터리 업계 갈등 고조되는 상황에서 中 CATL은 시장 영역 확대…"국내 업체들 안일했다" 비판도
- 폭스바겐, 이전에도 국내 배터리 업체의 고압적 태도로 곤혹 치른 사례 있어

세계 시장을 호령하던 배터리산업이 전례없는 위기다. 중국 경쟁사들은 무서운 속도로 쫓아오고 있다. 이젠 LG엔솔,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이른바 배터리 3사 스스로 가격, 품질 모두 중국産의 우수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대형 고객인 자동차업체들은 배터리 내재화를 경쟁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배터리업체로써는 수십년을 투자해 이제 좀 먹고살만하니 고객이 뒷통수를 치고 갑자기 경쟁사로 변한 셈이다. LG-SK갈등은 해결 가능성보다는 시간이 갈 수록 골만 깊어지고 있다. 총리실 등 정부의 중재도 소용없다. 사생결단의 분위기다.

차세대 배터리라는 전고체배터리는 일본, 미국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다. 아직도 국내 배터리3사는 20년이상 가져온 근거없는 자신감에 취해있어 상황파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위기의 배터리산업. 5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최근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3사를 둘러싼 분위기가 다소 무겁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북미와 유럽, 중국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 속에서 예기치 못한 장애물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폭스바겐과 테슬라, 포드, 도요타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현대차 역시 최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배터리 자체생산 전략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의 우려는 고스란히 주가에 반영됐다. 특히 폭스바겐이 전기차 배터리를 기존 파우치형에서 각형 위주로 대거 전환하겠다고 밝힌 16일,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삼아온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전일 대비 6% 안팎으로 급락했다.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SDI도 업계 자체에 들이닥친 악재에 전반적인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전체적으로 살펴보자면국내 배터리 3사의 시가총액은 15일 종가 기준 약 136조원에서 24일 종가 기준 119조원 가량으로 10% 이상이 증발했다.

허버트 디스 폭스바겐 CEO.<br>
허버트 디스 폭스바겐 CEO.

 

사실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내재화 전략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온 사안이다. 그때마다 배터리 3사는 자사의 기술력이 훨씬 우위에 서 있으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향후 위기보다는 기회가 더 크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럼에도 이번 폭스바겐의 발표가 국내 배터리 3사에 유례없는 위기감을 조성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는 막연한 계획으로만 떠돌던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내재화 전략이 폭스바겐의 발표를 기점으로 '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왔다고 분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 포드의 경우 투자금액이나 협업체 등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않아 막연한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며 "그러나 폭스바겐은 배터리 제조업체인 노스볼트와 궈시안의 최대 주주이며, 이들 업체를 통해 공장을 계속 확대하겠다는 명확한 플랜을 제시해 파장이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선두주자인 중국 CATL은 시장 저변을 계속 확대해나가는 모양새다. CATL은 지난해 8월 테슬라의 '모델3'에 배터리를 공급한 데 이어 현대차의 '아이오닉5',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배터리 공급 업체로 선정됐다. 더욱이 CATL은 각형 배터리를 주로 공급하고 있어 향후 폭스바겐과의 협력을 통해 적잖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각에서는 국내 배터리 3사가 고객사의 전략에 따라 유연한 대처를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마련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시장의 긍정적인 전망과 자사의 기술력을 맹신하기보다, 늘 위험을 인지하는 자세로 고객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어야 한다는 것.

이는 과거의 사례를 통해서도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지난 2018년 폭스바겐은 유럽에 전기차 배터리 전용 기가팩토리를 짓기 위해 SK이노베이션과 파트너십에 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9년 2월, 독일 매체인 '매니저 매거진'으로부터 양 사의 협상이 결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원인으로는 LG화학을 지목했다. 매체는 폭스바겐 관계자를 인용해 "LG화학은 폭스바겐에게 SK이노베이션과 협업하면 배터리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며 "이 때문에 협상이 결렬됐다"고 전했다.

폭스바겐 측은 "일부 소문과 관계없이 LG화학은 자사의 중요한 고객"이라고 언급했으나, 실제로 폭스바겐과 SK이노베이션의 협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내 배터리사의 과도한 경쟁과 고객사에 대한 고압적인 태도가 'K배터리' 사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독'으로 작용한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LG화학(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악연은 '배터리 분쟁'을 통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기도 하다.

당시의 사례가 폭스바겐이 국내 배터리업체를 외면하는 계기로 작용했는지는 미지수지만, 콧대 높은 폭스바겐의 입장에서는 결코 잊을 수 없는 굴욕임에는 틀림없다.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다 같이 성장해야 함에도 여러 분쟁 때문에 제동이 걸린 상황은 아쉬운 일"이라며 "특히 이전 폭스바겐이 한 매체를 통해 전한 하소연은 지금으로선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다"고 밝혔다.

장경윤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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