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취재] 위기의 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반도체 부족·생산중단·파업 '첩첩산중'
상태바
[심층 취재] 위기의 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반도체 부족·생산중단·파업 '첩첩산중'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1.02.04 1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지엠, 반도체 부족으로 오는 8일부터 부평2공장 감산
쌍용차, 부품부족으로 3일간 생산중단...산은 "신규 투자 없이 지원 없다"
르노삼성, 파업 찬반투표 가결...노사갈등 장기화 우려

외국계 3사(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에 연초부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에다 노사 갈등 등으로 경영 위기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4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GM은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로 오는 8일부터 미국 캔자스주 페어팩스, 캐나다 온타리오주 잉거솔, 멕시코 산루이스 포토시에서 차량 생산을 완전히 중단하고, 한국의 부평 2공장은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일 계획이다. 

데이비드 바나스 GM 대변인은 로이터에 "반도체 부족이 올해 GM의 생산에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반도체 공급은 매우 유동적"이라고 밝혔다. 완성차 중에서도 GM이 반도체 부족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지엠은 가동률 정상화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고, 매주 상황을 보며 생산계획을 정할 방침이다. 이에 부평 2공장에서 생산되는 말리부와 트랙스, 이쿼녹스 등이 감산의 영향을 받게 됐다. 

쌍용차도 차량용 반도체 재고가 4000대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고, 재고 관리 차원에서 가동률을 낮춘 르노삼성 역시 본사의 부품 공급 계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폭스바겐과 포드, 토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이미 감산을 결정한 바 있다. 

한국지엠 회사 전경. [사진 연합뉴스]

쌍용차는 유동성 부족으로 벼랑 끝 위기에 놓였다. 앞서 일부 부품 협력사들이 미결제 대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고, 결국 지난 3일부터 오는 5일까지 3일간 생산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회사는 오는 8일 생산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공시했지만 상황에 따라서 변동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공장이 가동되지 않으면 차를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쌍용차의 유동성 위기는 한층 더 가중될 전망이다.

부품 공급 중단에 따른 평택공장의 생산 차질은 회생 신청 이후 두 번째다. 쌍용차는 지난해 12월 법원에 기업회생신청과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을 동시에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회생절차 개시를 오는 28일까지 연기한 상태다.

쌍용차의 협력사들은 연쇄 도산 위기에 처했다며 정부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쌍용차협동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쌍용차의 정상화에 대한 희망을 갖고 모든 협력사가 부품을 계속 공급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실질적인 지원을 해달라"며 "쌍용차가 생산 재개를 통해 조기 회생을 하지 못한다면 중소 협력사는 연쇄 부도로 인해 대량 실업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HAAH가 투자계획서를 제출하지 않고 한국을 떠났기 때문에 추가 자금 투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산은은 쌍용차 P플랜 이슈 관련해 "P플랜은 잠재적 투자자의 투자를 전제로 한다"며 "잠재적 투자자가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자금 투입을 결정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P플랜은 신규투자 또는 채무변제 가능성이 있을 때 채권자 과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 회생절차개시 전에 사전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 회생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는 기업정상화 절차다.

쌍용차 관계자는 4일 "현재 원활한 P플랜 추진을 위해 마힌드라 그룹 및 잠재적 투자자와 P플랜 관련 절차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협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사전회생계획안 등을 마련해 채권자 동의 절차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쌍용차 회사 전경. [사진 쌍용차]

르노삼성은 본사가 수익성 개선을 주문한 가운데, 노동조합이 또다시 파업 카드를 꺼내 들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노조는 지난 1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총 유권자 2180명 중 1245명이 찬성해 57.1%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시켰다. 언제든 파업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노조는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에 나선 사측에 대한 방어권을 행사하는 차원이라는 입장이지만, '2020년 임단협' 타결 조건으로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이를 관철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노조가 파업을 통해 기본급 인상 및 고용안정을 주장하면 생산 차질은 물론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고, 이는 본사의 생산물량 배정 결정에 악영향을 주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란 우려를 내놓는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현상으로 자동차업계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외국계 3사가 내우외환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명현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