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취재] 르노삼성차, '2월 파업 예고' 현실화 되나...노사갈등 '악화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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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취재] 르노삼성차, '2월 파업 예고' 현실화 되나...노사갈등 '악화일로'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1.02.02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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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총파업 찬반투표 진행...노조 "빼앗긴 것들 되찾자" 투표 독려
사측, 희망퇴직 중 계약직 채용 확대...노조 측 반발 불러
버텨주던 내수마저 뒷걸음질...작년 700억원 적자 관측에 설상가상

르노삼성의 '2월 파업'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측이 수익성 강화를 내세워 희망퇴직 등을 진행하면서 노사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1일과 2일 이틀에 걸쳐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조합원의 과반 이상이 찬성하면 노조는 즉시 파업이 가능해진다. 앞서 노조는 지난해 10월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쟁의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한 바 있다.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만들기 위해 사측에 충분한 시간을 줬지만, 사측은 거짓말까지 일삼으며 시간 때우기식 교섭을 하고, 여기에 더해 교섭 중 자산매각, 희망퇴직까지 스스럼없이 통보·진행하고 있다"며 "사측에 제대로 한 판 붙어 빼앗긴 것들을 되찾자"고 찬성 투표를 독려했다. 

르노삼성 소식지. [르노삼성 노동조합 제공]
르노삼성 소식지. [르노삼성 노동조합 제공]

2일 녹색경제신문 취재 결과, 르노삼성은 지난해 약 700억원의 영업적자가 예상되면서 경영효율화의 일환으로 회사 직영서비스점인 일산 테크노스테이션(TS)을 매각하고 희망퇴직을 시행 중이다. 사측의 이같은 움직임은 르노 본사의 수익성 중심의 경영전략 '르놀루션'과도 맞닿아 있다. 르노는 지난 14일(프랑스 현지시간) 중장기 사업 방향을 수익성 확보에 초점을 맞췄고, 한국을 현재보다 수익성을 더욱 강화해야 할 지역으로 지목했다.

여기에 계약직 채용 문제까지 나오며 노사 갈등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노조 소식지에 따르면 사측은 생산 계약직 인력을 파견대행사를 통해 모집하고 있으며, 지난달 신규 채용된 계약직 사원만 125명이다. 

이에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정직원의 구조조정을 동반한 계약직 채용은 회사의 기만행위라는 것이다. 노조는 "임금이 비교적 낮은 비정규직으로 우리들의 자리를 채우고 더 많은 이윤을 챙기기 위한 작태"라고 날세워 비판했다. 

[사진 연합뉴스]

업계에선 르노삼성의 파업 가능성이 높아지자 우려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지난해 닛산 로그 위탁생산계약 종료와 코로나19 등으로 2019년 대비 30% 이상 판매가 급감한 상황에서 XM3의 수출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걱정에서다.

노조는 이미 지난해 쟁의권을 획득한 후 XM3의 유럽 수출 물량이 본격적으로 생산되는 2월께 파업을 예고하며,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새해 첫 달에는 그나마 버텨주던 내수마저 뒷걸음질치면서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회사는 지난 1월 국내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7.9% 줄어든 3534대를 판매했다. 내수 실적이 감소한 건 완성차 5개사 중 르노삼성이 유일하다. 

이런 가운데 회사 임원은 최근 공식적인 자리에서 인건비 문제를 포함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크리스토프 부떼 르노삼성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8일 자동차산업협회 주관 포럼에 참석해 "스페인 공장은 인건비가 부산 공장의 62%에 불과하고, 차 한 대당 소요되는 지방세는 한국의 3분의 1이다"며 "르노삼성은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본사 입장에선 경영 악화에도 노조 측이 파업 수순을 밟는 데 대해 생산기지로서의 매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다만 회사 미래 전략이 공유되지 않거나 배제된 데 따른 고용 불안감이 노조 내 강경파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한 격이다"고 전했다. 

 

김명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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