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합의설' 난무하는데...'협상 제로' LG-SK의 미묘한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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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합의설' 난무하는데...'협상 제로' LG-SK의 미묘한 속내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12.02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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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일 미국 ITC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 예정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양사간 협상 진전 없어… 합의 가능성 높지 않아
시장선 합의 가능성 언제든 열려 있어…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대표 행보도 주목
미국 ITC는 오는 10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ITC는 오는 10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소송' 협상에서 큰 진전을 보지 못하는 모양새다. 최종판결이 두 차례 연기되면서 시간이 2달 넘게 주어졌는데도 제대로 된 협상 테이블도 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극적 합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양사가 합의없이 최종 판결에 가게 되면 어느 쪽이든 항소할 확률이 높아서다. 이렇게 되면 소송 장기화로 양사 배터리를 납품받기로 예정된 완성차 업체들과의 이해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어떤 차원으로든 합의가 일어날 거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양사가 미국 ITC에서 진행 중인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판결은 오는 10일로 예정돼 있다. 지난 10월 5일에서 26일로 연기된 뒤 오는 10일로 2차례 연기되면서 '합의'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이 높았는데, 협상자체를 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대화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LG화학에서 물적 분할해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으로 출범한 만큼 LG쪽에서 소송 합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신설법인의 초대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김종현 사장이 풀어야 할 중요 과제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으면서 합의 물꼬가 트이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높았다.

소송 주체가 LG화학에서 LG에너지솔루션으로 변경되는 만큼 서류 준비 등으로 최종 판결이 연기될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었다. LG화학이 분할 방식을 놓고, 국민연금과 개인투자자들로부터 대주주 이익만을 고려했다는 비판까지 듣는 등 관심이 집중됐던 만큼 악재 하나는 털고 가자는 계산이 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 고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과 소송 관련해서 협상되고 있는 게 없다"며 "여러 설들만 나오는 상황인데, 대부분 무시해도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최종 판결 연기와 관련해서 "LG에너지솔루션 사명과 연기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오히려 코로나19로 인해 또 한 번 연기될 수 있는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답변했다.

최근 시장에 퍼졌던 현물 배상안과 조인트벤처(JV) 설립 가능성에 대해서도 양사는 전면 부인했다. 현물 배상 시나리오는 현금 배상액을 최소 수준으로 낮추면서 SK그룹 내 배터리 분리막 사업을 하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와 동박을 제조하는 SK넥실리스가 배터리 소재를 LG에너지솔루션에 좋은 조건으로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SK이노베이션이 계열사 지분이나 자산을 일부 떼어주는 식으로 LG화학과 JV를 세울수도 있다는 예상도 있었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시장에 도는 소문들은 근거가 없는 낭설일 뿐 사실무근"이라며 "합의와 관련해서는 여러 안들이 시장에서 오고가는 데 구체적으로 나아간 바는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양사에서는 합의 가능성을 일축한 상황이지만, 시장에서는 극적 타결이 나올 수 있다는 시각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각각 1위와 6위인 만큼 배터리 공급을 기다리는 완성차 업체들이 많아서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대표가 21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2020 인터배터리' LG화학 부스에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서창완 기자]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대표가 21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2020 인터배터리' LG화학 부스에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서창완 기자]

실제 양사간 미묘한 기류도 읽혀진다. 시점은 지난 10월 21일 열렸던 '인터배터리' 행사부터다. 당시 참여 소식이 없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부의 지동섭 대표가 현장에 방문해 LG화학 전시장을 둘러보는 등 화해 제스처를 취했다.

지난 1일 LG에너지솔루션 출범과 함께 지 대표가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는 게 알려진 것에 대해서도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지 대표의 행보가 그전까지 완강한 자세를 고수하던 SK이노베이션 측의 입장과는 많이 다르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 만약 합의를 하려면 ITC 최종 판결이 나오기 이전에 하는 게 가장 깔끔한 결과"라면서 "양사가 겉으로는 협상 진척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물밑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을 판결 이전까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창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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