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 소송전’ 최종 판결 임박...네가지 시나리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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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배터리 소송전’ 최종 판결 임박...네가지 시나리오는?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10.2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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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패소 판결대로 LG화학 승소하면 SK이노 미국 수출 못해
판결은 유지하되 수입금지 공청회 가능성도 있어
'수정' 판결 나오면 '전면 재검토'… 가능성 높진 않아
LG화학 연구원(왼쪽)과 SK이노베이션 연구원이 자사 배터리 셀을 들고 있다.
LG화학 연구원(왼쪽)과 SK이노베이션 연구원이 자사 배터리 셀을 들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코로나19 여파 등 현지 사정을 이유로 한 차례 판정을 연기하면서 판결 전에 합의를 기대하는 시선도 있었으나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최종 판결을 앞두고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미국 ITC는 26일(현지시간) LG화학이 지난해 4월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배터리(이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최종 판결한다. 지난 5일로 예정됐던 최종 판결 일정이 현지 사정으로 한 차례 연기됐다.

1년 반 동안 이어져 온 이번 소송의 쟁점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으로부터 인력·기술 빼가기 등으로 영업비밀을 침해했는지 여부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직원을 대규모로 빼돌려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이 최종 판결서 승소하는 시나리오를 가장 높게 점치고 있다. 지난 2월 ITC가 예비 판결에서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판정을 내린 게 결정적 이유다. LG화학은 조기 패소 판결이 뒤집힌 사례가 극히 없다는 점 때문에 승소를 자신하고 있다. 최종 판결에서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한다면 자사 배터리 셀과 모듈, 팩과 관련 부품·소재를 미국에 수출할 수 없게 된다.

예비 판정이 그대로 이어진다면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LG화학과 합의를 하는 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미국 연방항소법원(CAFC)에 대통령 심의 기간이 끝난 후 60일 이내에 항소할 수 있지만, 항소 기간에도 수입 금지 조치는 계속되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 놓칠 수 없는 미국 시장인 만큼 합의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판결이 확정되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0일 이내 ITC 결정에 따른 수입금지 조처 등을 내릴지 거부할지 결정해야 한다.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더 우세하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만큼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일자리를 위협하는 결정을 무효화해 선거에 유리한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ITC가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판결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피해 여부를 다지기 위해 공익성을 추가로 평가한다는 결정을 하는 경우다.

지난 5월 SK이노베이션이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의 이해관계자인 조지아주 정부와 시, 고객사인 폭스바겐, 포드 등이 ITC에 SK이노베이션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점이 크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ITC가 공청회를 열어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계속하는 게 미국과 그 기업 등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의견이 다수일 경우 수입금지 조처가 내려지지 않을 수도 있다.

세 번째는 ITC가 지난 2월 내렸던 예비 판결에 대해 '수정(Remand)' 지시를 내리는 시나리오다. 사실상 1년 반이 넘게 끌어온 소송의 전면 재검토 결정으로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최상의 결과다.

네번째는 일말의 합의 가능성이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부 대표가 지난 21일 '2020 인터배터리' 현장을 찾아 LG화학 부스를 방문하는 등 화해 무드를 연출한 바 있어서다.

당시 지 대표는 소송에 대해 "K-배터리에 관해서 부정적인 얘기가 계속 나가는 것 자체가 안 좋다고 생각하고, 양사에도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최선을 다해 협의하고 있다"며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조기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양사가 소송을 두고 첨예한 갈등을 계속해 온 데다 시간도 얼마 없어 최종 판결 전 극적 합의는 발생 가능성이 가장 낮게 점쳐진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최종 판결 결과가 나온 뒤에 세부적인 내용들을 검토해 앞으로의 대응을 결정할 것"이라며 "판결 전 합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따로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전했다.

LG화학 관계자는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주주와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소송을 진행해 왔다"며 "여전히 대화의 문은 열려 있고, 합의 열쇠는 SK이노베이션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서창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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