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 소송 최종 판결 또 연기… 미묘한 해석차 속 합의 '불씨'가 살아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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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배터리 소송 최종 판결 또 연기… 미묘한 해석차 속 합의 '불씨'가 살아나다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10.2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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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TC, 최종 판결 두 차례 연기… 12월 10일 최종 판결 예정
양사 합의 협상 진척될까… 수백억 vs 수조 합의 액수 간극 너무 커
연기 결정 두고 미묘한 해석 차 SK "위원들간 첨예한 대립" LG "코로나19 영향"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이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이 또다시 연기되면서 '합의' 불씨가 살아났다. 이번 결정으로 양사는 45일의 합의 기간을 얻은 셈인데, 지난 연기 때 늘어난 기간 21일의 2배가 넘는다. '배터리 소송'이 장기화할수록 양사 불확실성도 깊어지는 만큼 양사 협상이 진척될 전망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26일(현지시간) 발표하기로 했던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판결을 오는 12월 10일로 재차 연기했다. 당초 이달 5일에서 26일로 연기된 최종 판결을 한 차례 더 미뤘다. ITC는 이날 위원회의 투표를 통해 재연기를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특별한 이유는 제시하지 않았다.

LG화학 연구원(왼쪽)과 SK이노베이션 연구원이 자사 배터리 셀을 들고 있다.
LG화학 연구원(왼쪽)과 SK이노베이션 연구원이 자사 배터리 셀을 들고 있다.

이날 연기 발표 이후 양사 모두 이에 대해 논평했다. LG화학은 "경쟁사가 진정성을 가지고 소송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는 입장을, SK이노베이션은 "소송의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도록 양사가 현명하게 판단해 조속히 분쟁을 종료하고 사업 본연에 매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냈다.

양사 협상 진척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1년 6개월 넘게 진행된 소송전에서 '강공 일변도'로 부딪쳐 온 만큼 '극적인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높게 점치긴 조심스럽다. 양사가 배터리 기술력을 놓고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을 정도로 관계도 많이 틀어진 상태다.

합의금 액수 차를 좁히는 것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업계에 알려진 규모는 SK이노베이션이 '수백억원' LG화학이 '수조원'인데, LG화학 합의금 규모를 최하 수준인 1조원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격차가 워낙 크다.

두 차례 연기 결정을 두고 양사의 해석도 미묘하게 엇갈렸다.

SK이노베이션 입장문을 통해 "ITC 위원회가 앞서 21일을 연기한 데 이어 45일이라는 긴 기간을 다시 연장한 사실로 비춰 위원회가 이번 사건의 쟁점을 심도있게 살펴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최근 2차 연장되는 다른 케이스들이 생기고 있어 코로나 영향 등으로 순연된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냈다.

이번 최종 판결 연기로 피로감이 더 쌓인 쪽은 LG화학이다. 지난 2월 미국 ITC가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default judgment) 예비결정을 내린 이후 승소를 자신해 왔기 때문이다. 승소를 자신하는 LG화학 입장에서는 소송이 늘어지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당장 오는 30일 배터리사업부 물적분할을 확정 지을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데다 최근 현대차 코나 EV(전기차) 화재 이슈 등을 겪으면서 피로도 높은 주제로 입방아에 오르내린 측면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만약 미국 ITC가 SK이노베이션의 패소 판정을 그대로 확정했을 경우 자사 배터리 셀과 모듈, 팩과 관련 부품·소재를 미국에 수출할 수 없게 되는 수입금지 조처를 걱정해야 했다. 대외적 신뢰도 타격도 불가피하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두 차례 연기를 자사에 좀 더 유리한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미국 ITC가 연기 원인을 말하지 않아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위원회 위원들 간에 합의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ITC가 양사 소송건을 첨예한 사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신호로 지난 2월 예비판정 이후 이어져 온 LG화학 승소 관측이 뒤집힐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지난 3월부터 ITC에서 최종결정 시점이 연기된 경우가 모두 14건 있었다"면서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연기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LG화학 설명에 따르면 최종 결정 연기는 양사 소송을 포함해 1회 5건, 2회 4건, 3회 2건, 4회 1건, 5회 2건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번에 최종 판결이 연기됐다고 하더라도 전체 판세는 다 순연되는 거라서 기존 예상대로 판결이 나올 거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ITC가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판결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피해 여부를 다지기 위해 공익성을 추가로 평가한다는 결정을 할 시나리오도 염두에 두고 있다. ITC가 공청회를 열어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계속하는 게 미국과 그 기업 등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의견이 다수일 경우 수입금지 조처가 내려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이밖에 ITC가 지난 2월 내렸던 예비 판결에 대해 '수정(Remand)' 지시를 내리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SK이노베이션은 '수정' 지시 결정을 최상의 결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소송 연기로 인해 피로감과 비용이 발생하고, 양사를 바라보는 불확실성이 남는다는 점에서 양사 모두에게 좋은 상황은 아니"라면서 "소송을 제기한 LG 측에서 기술 유출로 입은 피해를 명확히 밝혀줘야 합의 규모를 산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창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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