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배터리 분사안 통과…'성난 민심' 달래기 과제
상태바
LG화학, 배터리 분사안 통과…'성난 민심' 달래기 과제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10.30 10: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0일 임시 주총 열어 배터리 분사 확정… 12월 1일 분할 법인 '에너지솔루션' 출범
국민연금 “지분가치 희석 등 국민연금 주주가치 훼손 우려” 반대 상징적
지배주주 이익만을 위한 물적분할 방식… 기업 이미지 하락도 불가피

LG화학 배터리 사업부 분사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했다. 예정대로면 12월 1일 분할 법인 '에너지솔루션'이 출범하게 된다. 이번 분사로 LG화학은 기업공개(IPO)를 통한 대규모 투자금 조달이 가능해졌다. 글로벌시장 1위를 굳히기 위해 시설 투자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 분사를 물적 분할 방식으로 추진하면서 부딪혔던 성남 민심을 달래는 일은 과제로 남았다. LG그룹 기업 이미지 하락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변 없었다… 배터리 분사안 무난한 통과

LG화학은 30일 오전 여의도 LG트윈타워 동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배터리 사업부 분사안 승인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열었다. [사진=서창완 기자]
LG화학은 30일 오전 여의도 LG트윈타워 동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배터리 사업부 분사안 승인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열었다. [사진=서창완 기자]

LG화학은 30일 오전 여의도 LG트윈타워 동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배터리 사업부 분할 계획 승인 안건을 통과시켰다.  LG화학 측은 주총 참석율은 77.5%, 참석 인원 중 찬성률은 82.3%라고 설명했다. 안건 의결이 통과하려면 전체 주식의 3분의 1 이상,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LG화학의 지분은 ㈜LG 등 특수관계인 34.17%, 국민연금 10.28%, 외국인 투자자가 약 40%, 국내 기관과 개인이 약 12%를 차지하고 있다.

LG화학은 주총 최초로 사전 전자투표를 도입해 20~29일 주주들의 의견을 받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주주들의 참석이 쉽지 않은 상황이 반영됐다. 주총장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 등 수칙에 따라 많은 인원이 참석할 수 있는데 제한을 뒀다.

전자투표와 코로나19 영향 때문인지 주총장에 참석한 인원은 많지 않았다. LG화학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으로 4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강당에 100석 정도만 배치해뒀는데도, 자리가 다 차지 않았다”며 “9시 기준 참석 인원은 80명 정도”라고 전했다.

이날 주총장에는 반차를 내고 온 직장인도 있어 주목 받았다. 서울시 방배동에서 온 김모 씨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물적 분할 방식은 기존 LG화학 주주들에게 주식이 전혀 주어지지 않는다”면서 “나중에 회사가 추가로 주식을 발행할때 기존 주주들은 LG화학 주식을 전혀 갖지 않은 일반인들과 똑같이 사야한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이날 주총 참석을 위해 반차를 냈다고 전했다. 그는 8년째 LG화학 주식을 보유하다 다 팔고 10주만 남겼다고 전했다. 김씨는 “내가 가진 주식이 10주 뿐이라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없을 것 같긴 하다”면서도 “직접 회사로부터 설명을 듣고 싶어 주주총회에 참가했다”고 참석 이유를 설명했다.

또 다른 소액주주 이씨는 “주총이 열리기 전 분사안을 결정하기까지 주주들이 아무런 목소리도 낼 수 없었다"며 "민주사회에서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LG화학 임원이 30일 임시주총 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서창완 기자]
LG화학 임원이 30일 임시주총 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서창완 기자]

이번 주총은 지난 27일 LG화학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졌고, 소액주주 반발도 거센 상황에서 진행돼 이변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기준을 넘기에는 ㈜LG가 가진 지분이 30% 이상으로 압도적이었던 만큼 배터리 분사안은 무난히 통과됐다.

◆국민연금 ‘주주가치 훼손’ 우려로 반대… LG그룹 이미지 타격

이번 배터리 분사안은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반대표를 행사하겠다고 밝히면서 더 큰 관심을 받았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는 지난 27일 회의를 통해 “분할계획의 취지와 목적에 공감하지만, 지분가치 희석 가능성 등 국민연금의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반대 결정 이유를 나타냈다.

LG화학 지분 10%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이 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분사에 반대표를 던졌다.
LG화학 지분 10%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이 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분사에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크게 두 가지에 주목했다. 먼저 배터리 신설 법인이 주주 이외의 자에게 30%까지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LG화학이 물적 분할한 신설 법인 지분 100%를 보유해 자회사로 두겠다고 했지만, 조항에 따르면 신설 법인이 주식을 타인에게 넘기더라도 견제할 방법이 없다.

또 하나는 지배주주에게만 유리한 방식의 분할이 추진된다는 점이다. 분사의 다른 대표적 방식인 인적분할을 할 경우 법적으로 독립된 회사가 돼 바로 주식 상장·등록이 가능하다.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주주 가치 훼손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물적분할로 기업공개나 별도 상장 등으로 지분율을 바꿀 경우 지배주주는 지배력을 잃지 않고 투자금도 유지하지만, 다른 투자자들은 피해를 입게 된다. 이번에 국민연금이 지배주주가 아닌 전체 주주의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LG화학에 소액 투자자 보호 조치를 요구한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소액 투자자 수익을 뺏고, 대주주 이익만 챙기는 대기업의 행태가 아직도 나타난다는 점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당장 LG화학 배터리 사업의 성장 가능성에 투자한 주주들의 피해를 외면한 조치를 내리면서 그룹 차원의 이미지 하락도 예상된다. LG화학은 오랜 적자를 이어오다 지난 2분기부터 배터리 부문 흑자가 본격화했다. 흑자 노선을 타자마자 분사를 결정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결정이 한국 주식 시장의 신뢰도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기업이 지배주주 이익만을 위해 다른 주주들의 가치 훼손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계속될 경우 기업에 믿고 투자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에서다.

◆LG화학 “주주가치 훼손 없을 것, 기업 위해 불가피한 결정”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LG화학]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LG화학]

반면, LG화학 측은 이번 국민연금 결정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동시에 올릴 방법이라는 입장이다.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이 지난달 투자자 대상 컨퍼런스콜에서 “존속법인이 분할법인의 주식 100%를 보유하게 되면 기존 LG화학 주주들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며 “오히려 물적분할 법인의 집중 성장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결정”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LG화학은 또 국민연금 결정에 유감을 표시하면서 국내주식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과 해외 자문사인 ISS, 글래스루이스 등의 찬성의견을 받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자문사들은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를 분할한 뒤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 일부 주주권리 훼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LG화학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배터리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 외부 투자유치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전지 산업은 엄청난 성장이 전망되는 한편, 한 치 앞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시장 경쟁 또한 극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전지 사업 특성에 최적화된 경영 체계를 수립하고, 시장에서의 초격차 지위를 더욱 확고히 하고자, 분사를 결정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서창완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