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잠정실적' 낸 LG화학 "소액주주 불만 잠재우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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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잠정실적' 낸 LG화학 "소액주주 불만 잠재우기용?"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10.12 13: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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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사업 분할 주총 앞두고 사상 첫 잠정실적 발표
시장선 '주주 달래기' 분석, 소액주주 불만 잠재울까
금융소비자원 "투자자 보호조치 없으면 불매운동 전개할 것"

전지(배터리) 부문 분사를 앞둔 LG화학이 사상 첫 잠정 영업실적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이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17일 분사 계획을 발표한 뒤 주가가 출렁이고 있고, 불매운동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잠정실적 발표가 분사 결정 이후 들끓는 여론을 잠재울 포석이 될지는 미지수다. LG화학 배터리 부문 분사는 이달 30일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되면 오는 12월 1일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으로 공식 출범하게 된다.

LG화학은 12일 올해 3분기 잠정 영업실적 발표에서 매출 7조5073억원과 영업이익 9021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사상 최대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8.8%, 158.7% 증가했다.

LG화학이 잠정실적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분사를 앞둔 LG화학이 '주주 달래기'용으로 잠정실적을 발표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기에는 사상최대 실적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 예상치를 보면 석유화학 부문에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분사를 앞둔 전지 부문에서는 사상 최대 흑자를 거둔 지난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실적이 나왔다.

LG화학 관계자는 "주주 달래기라기보다는 시장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주와 투자자들이 실적 예측과 기업 가치를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잠정실적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가는 사상최대 실적 발표에도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LG화학 주가는 이날 사상 최대치 분기 실적을 발표하고도 -1.73%(1만2000원) 하락한 68만원에 장을 시작했고 1시 48분 현재도 68만원을 기록 중이다. 

국내 시장 투자자들이 영업실적 발표를 주가 상승 여력의 소멸로 보는 성향이 강한 측면이 반영됐을 수 있다. LG화학 주가가 배터리 분할 발표 전후로 72만원대에서 61만원대까지 크게 떨어졌다가 68만원대까지 회복된 데 이미 이번 영업실적 예상치가 반영돼 있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실적 발표 뒤에도 주주의 대다수인 개인 투자자들의 LG화학에 대한 여론이 크게 나아질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17일 배터리 분사 결정 이후 13일 거래일 동안 단 하루를 빼고는 모두 순매도를 기록했다. 주가 흐름과는 별개로 LG화학이 소액주주들을 외면하고, 대주주 이익만 고려했다는 투자자들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소액주주들은 물적분할 방식에 대해 불만이 크다. 기업 분할의 다른 방식인 인적분할을 하게 되면 법적으로 독립된 회사가 되며, 바로 주식 상장·등록이 가능하다.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소액주주들에게 유리하다. 물적분할은 신설되는 회사의 지분 100%를 기존회사가 보유해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식이다.

대주주 입장에서는 물적분할이 유리하다. 소액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어 추가 소요 자금이 발생하지 않고, 신설법인의 지분도 전량을 보유할 수 있어서다. 배터리 사업 수주잔고만 150조 원 이상을 확보한 LG화학이 물적분할한 뒤 기업공개(IPO)를 하게 되면 연간 3조 원 이상의 시설투자를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도 쉽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화학 최대 주주는 ㈜LG로 올해 상반기 기준 30.06%의 지분을 갖고 있다.

LG화학 측은 “회사분할에 따라 전문 사업 분야에 집중할 수 있고, 경영 효율성도 높아져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LG화학 분사가 주총에서 무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최대주주인 ㈜LG가 3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주총 통과가 어렵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다만, 투자자 반발이 커지면 LG화학도 부담스럽다. 2대 주주로 지난 9월 기준 10.28% 주식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주주가치 훼손'을 명분으로 반대표를 던질 수도 있다. 사상 첫 잠정실적 발표가 주주 달래기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사업 분할은 특별결의사항으로 주총 출석 주주의 3분의 2,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금융소비자원은 불매운동을 계획하고 있다. 금소원은 "LG화학 물적분할 사안과 관련해 LG화학과 그룹이 시장 발전과 소액 투자자를 위한 조치를 외면하고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LG 불매운동 전개 등 할 수 있는 조치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금소원은 지난 9월 25일 구광모 회장에게 서한을 보내 LG화학 소액 투자자 보호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지난 5일까지 답을 달라고 했는데, LG 측에서는 내부 검토가 필요하다며 일주일 연기를 요청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LG화학에서 별다른 투자자 보호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1인 시위 등 불매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라며 "소액 투자자 수익을 뺏고, 대주주 이익만 챙기는 대기업의 행태가 아직도 나타난다는 점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LG화학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조치와 관련해 "현재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며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결정되는 내용이 있으면 공시를 통해서 알려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창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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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일 2020-10-12 22:08:55
소액주주 사기치는 LG 불매운동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