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이익만…’ LG화학 배터리 분사, 소액주주들 화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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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이익만…’ LG화학 배터리 분사, 소액주주들 화난 이유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09.1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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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들, 주가 하락 불안감에 물량 쏟아내… 물적분할 방식 반발
LG화학 “전문 사업 분야 집중으로 경영 효율성 높여 기업·주주 가치 끌어올릴 것”

LG화학이 전지사업 부문 물적분할을 결정하면서 LG화학의 주식 가치 변동에 이목이 쏠린다. 최근 LG화학 주가 상승이 전기차 배터리 성장에 대한 기대감에서 이뤄진 만큼 배터리 분사가 미칠 파장은 커 보인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이번 분사 결정이 대주주 이익만을 고려한 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LG화학은 17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전지사업부문 분사를 결정했다. 오는 10월 30일 임시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12월 1일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공식 출범한다. 물적분할 방식으로 LG화학이 배터리 비상장 신설법인 지분을 100% 소유하게 된다.

이날 LG화학 주가는 전날보다 4만2000원(-6.11%) 하락한 64만5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오후 2시 30분께 분사를 위한 긴급 이사회 소집이 최초로 알려진 뒤 1시간 만에 5% 이상의 주가가 빠진 것을 고려하면 거의 하루 만에 10% 넘는 주가가 빠진 셈이다.

소액주주들은 인적분할을 해야 한다는 청와대 청원까지 올리면서 이번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인적분할을 하면 법적으로 독립된 회사가 되며, 바로 주식 상장·등록이 가능하다.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소액주주들에게 유리하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지사업 부문 매출액이 37.2%인데, 소액주주들이 기존 주식에서 이 만큼을 ‘배터리’ 몫으로 나눠가질 수 있어서다.

반면 대주주 입장에서는 물적분할이 유리하다. 소액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어 추가 소요 자금이 발생하지 않고, 신설법인의 지분도 전량을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사업 수주잔고만 150조 원 이상을 확보한 LG화학이 물적분할한 뒤 기업공개(IPO)를 하게 되면 연간 3조 원 이상의 시설투자를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도 쉽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화학 최대 주주는 ㈜LG로 올해 상반기 기준 30.06%의 지분을 갖고 있다.

LG화학 측은 “회사분할에 따라 전문 사업 분야에 집중할 수 있고, 경영 효율성도 높아져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의 최근 주가 상승은 전지사업 부문이 견인했다. LG화학 매출에서 석유화학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61.2%, 2019년 55.3%, 2020년 상반기 49.3%로 꾸준히 감소했지만, 전지사업은 2018년 24.4%, 2019년 30.8%, 2020년 상반기 37.2%로 늘어왔다.

올해 정부가 그린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세계 시장에서 전기차 성장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증권가에서는 적정 주가를 85만~100만 원까지 보기도 했다. 배터리 분야가 없는 LG화학이 이런 예측을 유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성장하면서 LG화학에 미칠 간접적 이익보다 물적 분할을 통한 손해가 훨씬 크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현시점에서 물적분할 뉴스를 섣불리 악재로 판단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물적분할에 통상 2~3개월의 시간이 걸리고, 기업공개는 그 이후에나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적분할 방식을 통해 안정적 재무구조를 확보하는 게 기업가치 상승에 도움이 되고,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상승을 이룬다는 의견도 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IPO 이전까지는 LG 전지 사업에 대한 가치가 LG화학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며 “IPO를 추진하더라도 신규 자금 조달을 통한 미래 성장 투자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판단할 수 있고, 첨단소재와 생명과학 등이 부각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진단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일각에서는 조정시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는 증권사 보고서가 개인투자자들에게 물량을 떠넘기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온다.

실제로 LG화학 분사 소식에 따른 하락을 주도한 건 기관투자자들이다. 키움증권이 집계한 LG화학의 투자자별 매매동향을 살펴보면 지난 16일 개인은 1만4127주를 순매수했고, 기관투자자들은 5만9161주를 순매도했다. 기관 매도 물량의 대부분이 분사 소식 이후 1시간 남짓 만에 이뤄졌다.

개인투자자들은 분사 결정이 내려진 17일 22만4257주를 매도했다. 주가 폭락에 대한 불안감이 소액주주들의 매매 결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기관투자자들은 이날 장 마감 1시간 전인 오후 2시 30분부터 LG화학 주식을 매수하는 것으로 돌아서면서 5만5398주 가까운 순매수를 기록했다.

LG화학 관계자는 “배터리 부문을 분사하게 된 이유는 안정적 성장 기반을 확보하고, 앞으로 더 많은 투자를 하기 위함”이라며 “현재 시장 불확실성에 따라 주가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LG화학이 지배 주주 위치를 유지하는 만큼 신설법인 기업가치가 올라가면 시장에서 그 점이 반영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LG화학 전지부문 물적 분할 결정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LG화학 전지부문 물적 분할 결정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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