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넘보는 테슬라, LG화학·삼성SDI엔 ‘장기적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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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넘보는 테슬라, LG화학·삼성SDI엔 ‘장기적 위협’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09.2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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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내 ‘반값 배터리’ 탑재한 전기차 생산 계획… 시장 기대치는 못 미쳐
국내 배터리 업계 ‘불확실성’ 제거… 협업 가능성·시장 성장 기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22일(현지시간) ‘배터리 데이’를 열고 배터리 대량생산 체제 돌입을 선언했다. 앞으로 3년 내 자체 생산한 ‘반값 배터리’를 탑재한 저렴한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약속도 했다.

하지만 시장이 기대한 ‘전고체 배터리’ 등 획기적 기술 혁신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LG화학, 삼성SDI 등 배터리 업계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향후 장기적으로는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의 이목이 쏠렸던 테슬라 배터리 데이에 대한 미국 증권시장의 평가는 ‘허탈감’이다. 행사 직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테슬라 주가가 5.6% 하락했는데, 시간외 거래에서만 6.84%가 떨어졌다. 행사 하루 뒤인 23일(현지시간)에는 전일 대비 10.6%나 빠졌다. 배터리 데이 충격파가 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2일(현지시간) 열린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4680 원통형 배터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테슬라 유튜브 생중계 화면 캡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2일(현지시간) 열린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4680 원통형 배터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테슬라 유튜브 생중계 화면 캡처]

LG화학 등 국내 배터리 업계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 입장에서는 이번 테슬라 발표로 인해 생태계를 뒤흔들 만한 불확실성은 확실히 제거됐다. 다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는 피상적 해석은 경계했다.

애초 시장이 기대했던 ‘전고체 배터리’나 ‘장수명 배터리’ 등은 개발 중인 단계로 상용 가능한 시점이 한참 먼 기술이다. 상용화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시장의 기대가 워낙 컸을 뿐 전기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테슬라가 현실적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방안을 내놓았다는 평가다. 당장 ‘위협’은 아니더라도 전기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테슬라가 방향성을 잘 짚고 있다는 분석이다.

배터리데이에서 테슬라는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4680’을 소개했다. 4680 배터리는 직경 46mm, 높이 80mm의 원통형 배터리셀이다. 이를 통해 기존 에너지의 5배, 파워는 6배, 주행거리는 16% 늘어날 거라는 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설명이다.

4680 배터리는 최근 특허를 출원한 ‘탭리스’ 방식으로 에너지 밀도를 높이겠다는 게 핵심이다. 전원공급 장치와배터리를 연결하는 장치인 탭을 없애면 면 전체를 도체로 활용해 전자를 이동시킬 수 있어 저항이 작고 열을 분산시킬 수 있다. 공정이 간소해지는 효과도 기대된다. 머스크는 건식 전극 코팅 기술과 실리콘 음극재 등 총 5가지 측면에서 테슬라가 개발하는 기술이 목표 수준에 이르면 배터리팩 가격이 56% 절감된다고 자신했다.

이날 공개한 기술들이 완전히 새롭지는 않다. 국내 업체인 LG화학이 이미 테슬라 모델3에 ‘2170’ 원통형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는데, 삼성SDI, 일본 파나소닉·중국 CATL 등도 연구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테슬라가 세계 시장에서 규격화된 1865, 2170 원통형 배터리를 4680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개념인데, 이 과정에서 LG화학·삼성SDI 등 기존 배터리 업계들과의 협업도 기대할 수 있다.

당장 위협이 아니더라도 테슬라가 이루려는 배터리 공정 혁신은 장기적으로 배터리 업체들에게도 타격이 될 수 있다. 테슬라가 최초로 내놓은 기술인 것만큼은 분명하고 1~2년 안에 양산 체제를 갖추겠다는 구체적 시점까지 제시했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배터리 업계에 갖는 지배력이 충분히 커질 수 있는 방향이다.

이를 통해 3년 이내에 2만5000달러(약 2900만원) 짜리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실현한다면 테슬라는 단순히 전기차 생산 기업이 아닌 시장을 주도하는 에너지 업체로 거듭날 수 있다. 머스크는 2020년엔 100GWh, 2030년에 3TWh 규모의 배터리셀을 자체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현재 규모가 가장 큰 LG화학의 올해 말 기준연산 규모가 100GWh다.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 확보가 폭발적 시장 성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배터리 업계만으로 충당할 수 없을 만큼의 거대한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테슬라의 연산 전기차 판매량은 40만대 수준인데, 이를 2000만대로 늘리겠다는 게 궁극적 목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내놓는 새로운 발표들은 우리로서는 기술력·공정 개선을 이뤄야 한다는 중요한 자극제가 된다”며 “여전히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가솔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은데, 혁신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은 시장이 함께 크는 긍정적 방향”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의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이 공급량 확보를 위해 배터리 내재화를 차츰 해나갈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며 “배터리 업계들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기술 혁신과 품질 개선 등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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