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금융업 진출 리스크···미꾸라지인가 메기인가?
상태바
빅테크 금융업 진출 리스크···미꾸라지인가 메기인가?
  • 박종훈 기자
  • 승인 2020.07.22 16: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중은행 등 기존 금융권과 제대로 붙어볼 도전자

 

지난 6월 '네이버통장'이 논란이 됐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중개하고 미래에셋대우가 운용하는 CMA상품으로, 연 3%의 수익을 보장해 주는 조건으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통장'이란 명칭사용을 놓고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옳고 그르고를 떠나, '네이버'란 빅테크 강자의 금융업 진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순간이다.

인터넷 세계의 다른 한 강자는 이미 본격적인 금융업 진출에 나섰다.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 두 번째 주자였지만, 출범 2년만에 흑자 구조로 전환했다.

카카오페이증권의 출범 이후 디지털손해보험사 설립도 추진 중이다.

앞서 언급한 네이버도 네이버페이를 분사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했다.

단순히 결제나 송금 서비스가 아니라, 주식, 보험, 예적금 등을 아우르는 종합금융플랫폼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두 메기들에게 '플랫폼' 비즈니스는 낯설지 않다.

오히려 전통과 역량, 규모를 갖춘 기존 금융권보다 비즈니스의 속성과 물 온도, 먹이사슬은 더욱 '빠삭'할지 모른다.

덩치와 맷집도 커졌다.

GAFA(Google, Amazon, Facebook, Apple)가 미국서, BAT(Baidu, Alibaba, Tencent)가 중국의 물을 장악했다면, 한국엔 두 기업이 있다.

그동안 숱한 천대와 괄시(?), 규제 속에서 조금씩 영역을 확장해 온 핀테크 기업들과는 체급이 다른 빅테크 기업이 과연 금융판의 메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대규모 자본, 브랜드 인지도, 풍부한 고객 데이터, 데이터 분석능력을 갖췄으니 과연 다르긴 하다.

카카오의 시총은 6월말 기준 23조4000억원, 네이버는 43조8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4대 금융지주 시총 합계는 42조원 수준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금융지주 시총은 줄어든 반면, 빅테크는 거침없이 전진하고 있다.

고객기반은 어쩌면 더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양사가 각각 3000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고 봐도 좋은 것.


빅테크 금융업 진출 리스크는?

'무한경쟁'이 가장 첨예할 것처럼 보이는 금융권은 일면 더할나위 없이 보수적인 산업이었다.

어지간한 규모나 노하우 없이 제대로 붙어볼만한 도전자가 갑자기 출몰하기 어려운 산업이었다.

핀테크·빅테크 기업이 좀더 다양한 편의성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시작하자, 금융권 역시 재빠르게 이런 혁신을 '구입'했다.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경쟁을 심화시키고, 이를 통해 산업의 발전과 혁신을 꾀할 것이라는 예상은 맞다.

불과 몇년 사이 주거래은행 모바일뱅킹 앱이 얼마나 편하게 바뀌었는지 생각해 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안정위원회(FSB), 국제결제은행(BIS) 등은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로 인한 이점도 있지만, 한편 잠재적 리스크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김혜미 연구위원은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과 금융안정성' 보고서를 내고 이와 같은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우선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로 경쟁이 심화되며 나타나는 기존 은행권들의 대응으로 금융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국내 은행권의 예대마진 의존도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높은 수익률로 어필하는 빅테크 상품에 자금이 몰리면, 은행들은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한다.

단지 개별 은행의 수익성 악화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이 약화될 수도 있음을 지목한 것이다.

또 기존 은행권처럼 리스크관리 등의 규제가 없을 때, 빅테크 펀딩상품이 대형 유동성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겠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출의 경우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는데, 대규모 부실채권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

FSB는 대형화된 빅테크가 금융산업에서 상품 공급자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경우 빅테크의 실패가 금융시스템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또한 "대형화된 빅테크 기업들이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반공정행위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한다.

가령 지배적인 지위를 활용하여 진출장벽을 구축하고, 다른 플랫폼으로 고객들이 전환하지 못하도록 전환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 

대기업들처럼 강제적 묶음 판매, 잠재적인 진출자 인수 등 경쟁을 감소시키는 행위들도 할 수 있다. 

데이터를 통해 고객들이 지불 의향이 있는 가격을 계산해 고객별 가격차별화 전략을 꾀할 수도 있다. 

BIS도 금융시스템 내에서 은행의 건전성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규제가 적용되는 것처럼, 빅테크도 은행의 행위((banking activities)를 수행할 경우 은행에 적용되는 규제가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핀테크에 대해 '無규제'로 시작해 문제가 생길 때 사후적 규제를 적용했던 중국도 빅테크 대형화에 따른 부작용을 인식하고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위어바오 등 빅테크의 1일 인출금액 및 1인당 예치금액의 한도를 설정했으며, 송금결제플랫폼에 예치된 예수금에 대해 은행의 지급준비금 제도와 유사한 중앙은행 예치의무를 부여했다고 한다.

또 제3자 지급결제플랫폼의 청산 전담기구인 왕롄(NUC)을 신설해 지급결제 업체의 청산결제 처리를 일원화함으로써 금융의 투명성과 지급결제업자의 지급불능리스크를 방지하고 있다.

한편, 그들의 자평에 따르면 '악전고투'를 해 왔던 핀테크 기업들은 양쪽 다 불만이다.

번번이 규제장벽에 사업성장을 제대로 꾀하지도 못했는데, 체급이 다른 빅테크의 진출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거나, 혹은 되레 규제강화로 쏠리는 것 모두 힘들다는 것.

빅테크 기업이 금융산업의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가 될지, 플레이어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메기 역할을 할지 두고볼 노릇이다.

박종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